올해 콘텐츠 시장의 주목되는 경향 가운데 하나는 대규모 국내외 자본의 영화콘텐츠 시장 진출이 잇따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KT와 SK텔레콤 등 통신 자본이 영화사 인수 및 경영권 확보, 배급 사업 직접 진출 등으로 영화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최근에는 한화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영화계에 진입을 결정했다. 또 국내 3위 멀티플렉스 체인인 메가박스가 맥쿼리가 참여한 자본에 인수되는 등 CJ와 오리온, 롯데 그룹이 주도해온 영화 시장 구도가 급변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컴(대표 정수봉)은 지난 7월 120억원 규모의 ‘한화 제1호 문화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하고 문화 콘텐츠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이 조합에는 한컴을 중심으로 한화그룹의 계열사인 대한생명을 비롯해 CJ엔터테인먼트, 벤티지 홀딩스, 옐로우엔터테인먼트, CJ미디어, 플래니스엔터테인먼트, 한화기술금융 등이 참여했다. 문화 콘텐츠 사업이라지만 약 70% 가량이 영화에 투자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내년 초부터 개별 영화에 메인 투자자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에 참여한 CJ엔터테인먼트 등 펀드에 참여한 기업의 영화에 투자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화 그룹에 앞서 KT와 SK텔레콤은 각각 싸이더스FNH와 IHQ를 인수 또는 경영권을 확보하며 일찌감치 영화 시장에 발을 담궜다. 특히 SK텔레콤은 영화사업팀을 신설하고 내년부터 배급 사업에 직접 나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통신 시장 포화에 따른 신규 사업으로 콘텐츠 사업을 지목한 이들 회사들이 영화 콘텐츠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대규모 자본을 확보한 이들의 영화 시장 진출은 투자 기근으로 목말랐던 한국 영화계에 단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기존 영화계의 질서를 흐뜨려서는 안된다는 당부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오리온그룹이 메가박스를 맥쿼리펀드에 매각한 데 대해 충무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국내 재벌 회사들이 삼분하고 있던 극장업마저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에 의해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메가박스를 인수한 맥쿼리는 영화 산업과 전혀 관계없는 금융회사인 만큼 적당한 이익을 내고 할리우드에 되팔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영화 시장 진출을 선언한 한화나 영화 배급 사업을 준비중인 SK텔레콤이나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고, 외국 자본에 인수된 메가박스 역시 세간의 추측만이 나돌고 있지만 영화 시장에 커다란 빅뱅이 일어나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