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애니메이션이 된 ‘뽀롱뽀롱 뽀로로’와 중남미와 유럽을 휩쓸고 있는 ‘뿌까’, 곧 전미 지역에서 방영될 ‘아이언 키드’. 이들은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든 역작들로서 세계 무대에서 인정 받으며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기획과 창작에서는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의 맹주인 미국과 일본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고,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작 분야는 중국,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의 제작역량이 급상승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에서 들리는 낭보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한국 애니메이션 업계는 하청의 왕국에 안주하며 창작에 눈을 뜨지 못한 채 애니메이션 선진국만 좋은 일을 시키는 데 머물렀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애니메이션도 자신감과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원더풀 데이즈’ 같은 창작물이 나왔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속된 꾸준한 창작 시도는 오늘날 창작 애니메이션 업계의 밑거름이 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합작으로 투자, 해외진출 물꼬=최근 미라맥스의 창업자인 하비·밥 웨인슈타인 형제가 설립한 미국 웨인슈타인사는 충청남도와 2400억원 규모의 애니메이션을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지앤지엔터테인먼트는 3D 애니메이션 ‘꼬마신선 타오’를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합작하고 있다.
지앤지엔터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아이코닉스, 캐릭터 플랜, 삼지애니메이션, 디자인스톰 등 창작 애니메이션 업체의 해외 합작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업체들이 해외 합작을 추진하는 이유는 △열악한 국내 투자 여건을 해소하고 △좁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개봉한 한미 합작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는 해외 합작사가 해외 판권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 브라질, 터키 등의 국가에서도 개봉돼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중 흔치 않게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반짝이는 기획, 갈고 닦아 승부낸다=애니메이션 창작에서 제작과 마케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초기 기획이다. 기획 단계에서 캐릭터, 시나리오 등 기본 작업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부가 사업까지 고려된다.
해외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이 되느냐 아니냐는 단순히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넘어 기획 단계에서 얼마나 철저히 시장과 작품을 연구했느냐에 따라 판가름난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는 부문도 바로 기획력의 향상이다. 최근에는 기획 단계부터 미국·일본 등의 기획자나 작가를 영입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방영을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돼서 22개국에 방영권이 팔린 오콘의 ‘선물공룡 디보’ 역시 대본, 음악 등에 외국 인력을 썼다. 삼지애니메이션의 경우 ‘슈퍼맨’ ‘엑스맨’등을 기획한 미국의 맨오브액션사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세븐씨(7C)’를 공동 기획·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와의 공동 기획 경험을 쌓는 것이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기획력을 갖추는 지름길 중 하나”라고 말한다.
애니메이션의 기획력 향상을 위해 정책적인 지원도 뒤따른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스타프로젝트, 애니메이션 제작스튜디오, 우수파일럿 등의 지원 사업을 통해 기획력이 우수한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