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웅∼”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대우일렉의 디지털미디어연구소에 들어서면 각종 계측 장비에서 나오는 저음의 독특한 소리가 퍼진다. 연구실 책상마다 수십명이 앉아서 바쁘게 손을 바쁘게 움직이지만 별다른 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책상 앞에 놓여진 여러대의 대형 모니터와 디스플레이들에서 나오는 화면이 움직이고 각종 계측기들이 내는 소리만이 연구실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마포에 있는 디지털미디어연구소는 군포와 영국에 있는 대우일렉의 3개 미디어연구소 중 한 곳. 이곳은 기존 VCR, DVD, HDD, 디지털셋톱박스와 이들을 결합한 컨버전스 제품을 개발한다. 또, 신규 아이템으로 포터블 멀티미디어 기기를 연구하고 있다. 영화나 방송에 나오는 것처럼 결코 외형적으로 화려하지는 않다. 각종 기기들을 연결하는 케이블들이 엉켜있고 제품을 연구하는 곳이다보니 각종 제품들이 고스란히 안을 내보이는 ‘알몸’ 상태로 놓여져있다. 여기저기 놓여있는 각종 기판들과 연결된 계측기들은 어지러운 파장을 계속 그려내고 있다. 밤샘을 밥먹기보다 자주한다는 연구원들은 대부분 눈이 충혈돼 있다.
이에 반해 한쪽 연구실은 일반 가정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과 같은 깔끔한 곳도 있다. 이 곳은 모든 가전제품과 기기들이 홈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식품보관 내용이 스크린을 통해 자동으로 읽히는 홈네트워크 냉장고와 조리방법이 자동입력되는 전자레인지 뿐 아니라 빛의 양에 따라 움직이는 커튼과 블라인드, 기분에 어울리게 바뀌는 조명까지 설치돼 있다. 신기술 기획과 개발을 담당하는 전준호 책임연구원은 “최대한 실생활에 근접한 상황속에서, 실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제품 개발을 위해 만들어놓은 장소”라며 “이론과 개발은 자칫 고정관념의 틀에 갇히기 쉬워서, 최대한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한 개발을 위해 시장과 트렌드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우멀티미디어연구소 연구원들은 대형 전시회에도 참여해 계획과 진행을 함께 담당한다. 신호처리연구소 정윤수 연구원은 “올해 영국에서 열린 IPTV 행사 준비를 위해 3일밤을 꼬박 샜지만 유럽 바이어들의 반응이 뜨거워 힘든지도 모르고 전시장을 휘젖고 다녔다”며 “연구소 안에서만 실험하다보면 가끔 답답하기도 하지만 미래 신기술을 연구하고 이를 인정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인터뷰> 대우일렉 정흥상 디지털미디어연구소장
“대우 연구소는 ‘네트워크통신 기반의 디지털솔루션 프로바이더’를 미래 방향으로 정하고 매진하고 있습니다.”
대우일렉의 정흥상 디지털미디어연구소장은 단일제품으로만 승부를 걸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으며 앞으로는 ‘미디어 네트워크’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 TV를 놓고 다양한 기기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것이 앞으로 멀티미디어 기기들이 발전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제는 ‘보는TV’가 아니라 ‘사용하는TV’로 용도가 변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해 멀티미디어연구소에서는 연내에 네트워크TV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정 소장은 말했다. 그는 또 “이같은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비중을 높여가야할 것”이라며 시장을 선도하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품 측면에서는 IP셋톱 박스 등 기존에 개발된 제품 외에 PMP, 휴대형 내비게이션 기기(PND) 등 외부에서 이동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소위 ‘테이크아웃 미디어’ 기기들을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정 소장은 “올 하반기에는 모바일PND와 이동방송이 결합된 제품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우일렉도 이같은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시장에 선보이게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