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인력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기피합니다.”
산업계 인사를 만나면 어디에서나 듣게 되는 푸념이다.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산업 자체를 키워 고급 인력이 제발로 SW 산업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마냥 이들의 발길을 기다릴 수 만은 없다. 산업과 교육기관, 정부가 우수 인력을 양성하는 데 발벗고 나서야 한다. 없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직접 키워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우수 인력 우대 정책을 당장 도입해 우수 인력이 하나둘씩 모여들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보통신부 임차식 소프트웨어진흥단장은 “시장이 원하는 우수 인력이 공급될 수 있도록 교육기관은 산업 지향성을 강화하고, 우수 인력 우대체계를 도입해 SW 인력 시장의 선순환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문제였나=우선, 교육 시스템은 즉 교육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이론 중심 교육을 지향하고 있어 산업체의 시장 수요를 적기에 충족하기 힘들었던 점을 들 수 있다.
지난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업무성취도에 대해 산업체의 61.8%가 불만족이라고 응답, 교육이 시장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IM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고등 교육 이수율(5위)는 매우 높으나, 대학교육의 경제 사회 요구 부합도(59위)와 자격있는 엔지니어 공급(45위)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부처별로 SW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쳤으나, 우수 인력을 배출하기 보다는 초급 인력을 과다 배출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기도 했다.
◇교육체계를 바꿔보자=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교육시스템을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학 교육 과정에서 이론 뿐 아니라 실무를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수 임용 및 평가 제도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재 대부분의 대학이 교수를 임용할 때 산업 실무경력보다는 논문 실적 등 이론 측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논문작성에 다수 석박사 학생들을 투입해 시장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교수를 평가하는 형태가 산업체 수요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 비용 등을 보조하는 정책이 검토 되고 있다.
인도의 경우에는 IMPACT 프로젝트를 통해 54개 과목의 강의 교안·실습환경·조교 훈련·강의 노트 등을 지원하고 매년 갱신하고 있다.
이미 SW 관련 학과의 교육 품질향상을 위해 펼치는 NexT 트랙 사업의 실효성을 높여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부터 공학교육인증 확산을 통해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IT 교육과정 준비비용을 지원하는 NexT 사업을 추진했으나, 취업과 연계되지 않아 학생들이 수강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사업이 시장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공학인증과 차별화된 컴퓨터 정보기술인증을 신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SW 교육과정 공인제도를 국제적인 수준에 맞추기 위해 SW 분야 공인에 관한 다자간 국제 협약도 추진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컴퓨터 공학과에서 알고리듬이나 프로그램 언어가 아닌 물리나 화학 과목을 통해 공학인증을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학에서 SW 기초를 다질수도 그렇다고 산업체 수요에 부응하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우수 인력, 정확하게 평가하고 우대하자=우수 인력이 제대로된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우수 인력이 SW 산업 기피 요인이 되고 있다. 능력에 대한 평가가 명확한 분야일 수록 우수한 인력이 모인다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시장에서는 고급·저급 인력간 객관적 구분이 어려워, 누가 투입되느냐가 아닌 몇 명이 투입되느냐로 발주 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은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저비용 인력을 다수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 밖에 없다. 우수 인력에 대해 발주자와 사업자 모두 높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으려면 SW 인력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W 인력의 역량을 정확히 평가하는 자격제도가 시행되려면 업무나 기술 수준 별 요구사항이 세밀하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 정의에 따라 SW 인력은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게 되고, 발주자나 사업시행자는 이를 기준으로 인력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선진국은 SW 분야 ‘능력 표준’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자격제도와 연계해 국가 경쟁력 향상에 활용하고 있다.
또 SW 기술자 신고제도를 조기에 시행해 SW 인력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시장에 제공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 신고제도는 법정 관리 기관이 자격증 보유여부, 프로젝트 실적, 교육 경력 등을 공식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여서 SW 기술자들이 자신의 경력과 능력에 맞게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기술자 신고제도를 담은 SW 산업진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통과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인력 양성 지원 정책이 바뀐다=정부의 인력 양성 지원 정책도 변화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고급 인력 양성을 위해 기업과 종사자가 주체가 돼 지원의 수요를 제기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 방식이 개편됐다.
정부는 현재의 교수 평가 방식이 대학과 산업체간 괴리확대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하고 SW 관련 학과는 논문이 아닌 산업체 평가가 위주가 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기에는 정통부와 과기부, 교육부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중소기업의 박사급 고급 인력 채용 지원제도도 추진 중이며, 해외 우수 SW 인력도 활용할 수 있도록 IT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우수 SW 인력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해외 인력 유치단을 인도와 중국, 러시아 등지로 파견 중이다. SW 기업과 헤드헌팅 기업 간 협의를 거쳐 해외 우수 SW 인력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사업도 검토 중이다.
고급 인력 배출은 대학원 연구과정의 수요지향성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SW 기업이 대학과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개발, 운영하고 졸업학생을 채용하는 SW 분야 고용계약형 석사과정을 운영하도록 정부가 지원한다. 삼성전자와 성균관대학교가 휴대폰 학과를 공동으로 신설한 것이 고용계약형 석사과정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매칭 펀드 방식으로 연 10억원 한도 내에서 학과 신설에 필요한 교수 인건비와 교재 개발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고용계약형 학과에서는 논문 발표 실적이 아닌 프로젝트 참여 실적을 주로 평가해 대학 현장 지향성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정통부 권용현 SW협력진흥팀장은 “우수 인력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특히 노동부와 산자부 중기청 등 IT 분야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타부처 정책과도 조율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
◆기고-SW 인재 강국을 위해
:김현수(한국IT서비스학회 회장, 국민대 교수)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큰 사업을 수주해도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저가 입찰이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최근에는 개발자 공급부족으로 인한 노임단가 증가도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자바 개발자 등 소프트웨어 인력의 공급이 줄어들어 소프트웨어사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인재가 줄어드는 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우선 대학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다.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입학을 해도 학생들이 프로그래밍 과목등을 어렵다고 생각하여 수강하지 않고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교수들의 최신 기술 지도 부족도 원인이 된다. 또한 과거의 주요 공급원이었던 비 전공자의 전환교육 축소도 소프트웨어인력 공급부족의 원인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있는 근본 원인은 소프트웨어 인력의 미래 비전 부재다. 산업내에서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한 낮은 급여 보상과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전공학생들이 그 길을 선택하려하지 않는다. 또 비전공자도 비전이 불투명한 직업을 구하기 위해 전환교육을 받을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수익성있는 수주를 하지 못하니 적정한 급여를 주기 어려운 것이고, 또 사업의 안정성이 장기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인력에 대해 전문화된 자기계발 트랙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해결대안은 무엇인가. 가치사슬의 여러 부문이 한꺼번에 변해야 한다. 기획예산처와 민간 및 공공 발주처는 적정 사업비 개념을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사업비를 책정해야 한다. 양적인 실적관리에 급급하여 적정사업비를 무시하고 사업을 발주하게 되면 빈곤이 악순환되어 모두 피해자가 된다. IT 부문의 조직내 위상 강화가 선행되면 적정사업비 문제 해결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사업자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간접비를 절감하며, 운영 IT서비스부문을 늘려 장기적 사업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수행중인 경영혁신을 더욱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사업 구조의 꾸준한 전환도 필요하다. 정부는 대학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기업과 개발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전달되는 인력양성 인센티브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사업자와 대학과 개발자를 직접연결하여 산업계의 수요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해야 하며, 교육비를 지원해주어도 시간이 없어 교육을 못받는 개발자나, 못보내는 기업의 상황을 인지하고, 현장 교육 강화 등 융통성있는 지원지도를 수립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hskim@kookm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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