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있는 아내와 영상통화 로봇을 통해 서울에서 데이트를 한다.’
달라진 가정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예다. ‘가족의 해체’라는 극단적 표현이 나올 만큼 급속히 핵가족화, 1인 가족화 되고 있지만 시공을 초월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전세계에 퍼져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이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기에 가사노동을 대신해주고 여가선용을 도와주는 첨단의 가전 제품들은 21세기형 가정을 확산시키는 인프라가 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점령한 거실=2채널 동시 방영이 가능한 42인치 풀HD LCD TV, 5.1채널 무선 홈시어터 시스템, HD-DVD와 블루레이가 동시에 지원되는 듀얼 플레이어, 위성방송과 케이블방송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날씨는 물론 하루의 일정을 그때그때 알려주는 터치스크린 방식 홈PC, 해외에 나가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보여주는 스마트 액자.
모두 시판중인 가전 제품들이다. 거실 소파에서 리모컨으로 영상전화를 걸고, 2가지 방송을 동시에 보면서 또다른 채널의 방송은 기록장치에 저장해 둔다. 백화점에 나가지 않아도 식료품은 물론, 의류, 가전제품까지 구매할 수 있으며 목소리 명령으로 각종 기기들을 작동시킬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가족 구성원에게 편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갤러리로 변한 주방=거실과 이어진 주방은 마치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화랑 같다. 깔끔하게 정리된 한 쪽 벽면은 하상림 화가의 꽃 무늬 화폭 위로 스와로브스키 다이아몬드들이 별처럼 쏟아진다. 그러나 실제 이 벽면 안에는 양문형 냉장고, 냉동고, 드럼세탁기와 건조기 등이 붙박이 형태로 설치돼 있다. 환풍구와 전원 케이블 등이 뒷편으로 연결돼 있어 앞면은 깔끔한 화폭일 뿐이다. 가스레인지, 가스오븐레인지 등 조리기기들도 최고급 대리석 상판 아래 붙박이로 설치 돼 있다.
독립형 가전 제품들도 예술미를 강조한 것은 마찬가지다. 앙드레 김 디자인의 양문형 냉장고 옆에는 같은 콘셉트의 디자인을 적용한 스탠드형 김치냉장고가 병렬로 배치돼 있다. 고광택 블랙 컬러의 외관을 적용한 이들 제품은 마치 두개의 캔버스를 연결한 느낌을 준다.
◇로봇이 대신하는 가사일=한 겨울 빨래터 얼음판을 깨고 갓난쟁이 똥기저귀를 빨던 아낙의 모습은 추억속에서도 희미해졌다. ‘노동’으로 표현되던 가사일은 버튼 하나로 척척 해결되는 전자동 가전제품 시대를 지나 로봇에 음성으로 명령하는 초첨단 시스템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집안 곳곳을 센서를 통해 감지하며 구석구석 청소를 해주는가 하면, 에어컨 필터까지 주기적으로 청소해주는 내부 장착 로봇까지 나왔다. 이족 보행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로봇은 인터넷과 연결돼 날씨와 뉴스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전달하며, 손님을 대접하고 인사를 하고 차를 대접하는 서비스 로봇도 선보였다.
언제·어디서나 영상통화가 가능한 미디어 로봇, 주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춤까지 주는 엔터테인먼트 로봇 등은 곧 현실화될 모습이다.
◇가전→개전으로, 건강과 환경이 최우선=핵가족화, 1인 가족화하는 새로운 가정의 모습은 가전업체들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더 이상 부부와 그 자녀를 중심으로 가족구성원을 설정하고 천편일률적인 제품을 내놓기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세컨드 TV, 소형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등 용량을 다양화하고 초핵가족들이 필요로하는 가전제품들을 기획하는 새로운 연구개발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또 정수기·연수기·비데·공기청정기·음식물탈수기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가전제품도 더 빠르게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다.
이영하 LG전자 디지털어플라이언스(DA) 본부장은 “앞으로 AV가전은 디지털 컨버전스를 중심으로 개인용 제품이 확대된다면, 생활가전은 웰빙과 빌트인이 새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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