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할 수 있는 생활가전 기업이 결국 25년뒤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보다 앞선 연구와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고 그럴때 비로소 미래 생활환경을 창조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올 것입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개발팀장인 최도철 전무(54)는 개별 기능에 초점을 맞춘 현재 생활가전 시장은 앞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벌써부터 가전제품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속속 유입되면서 더 이상 전통적인 단품으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점이 첫번째 이유다.
최 전무는 소비자들조차 그리 멀지 않은 미래 가전제품을 사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가전과 가구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언젠가는 무엇이 냉장고인지, 에어컨인지, 세탁기인지 구분해 낼수도,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최근 속속 확산되고 있는 시스템(빌트인) 가전이 대표적인 사례. 최 전무는 “가전이 생활의 공간이자 토털 솔루션인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며 “집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양상”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삼성전자를 비롯, 월풀·일렉트로룩스·LG전자 등 글로벌 생활가전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도 적잖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지금까지는 대리점·할인점·양판점에 제품을 진열하고 단품을 파는 영업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윤택한 삶의 환경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전통적인 생활가전 제조업이 ‘업의 개념’을 바꿀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대 사회가 큰 틀에서 변화하고 있는 메가 트렌드는 최 전무의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가장 큰 이슈가 노령화 사회.
그는 “미래 생활가전 제품은 노인들이 보다 편리하고 단순하게 쓸 수 있는 인터페이스와 기능이 부각될 것”이라며 “특히 은퇴후 노년을 살아가는 중산층의 생활 양태를 잘 살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유니섹스(남녀 구분없는 제품)’ 모드나 싱글족 확산 현상도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남녀의 구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종전에 찾아볼 수 없었던 만큼 극도의 현실감각이 필요하고, 독신자들의 생활도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결국 돈을 가진 사람들이 시장수요를 선도하지 않겠습니까. 은퇴한 노령인구와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 컨셉트가 바로 그 해답입니다.” 모호해 보이지만 최 전무의 깔끔한 결론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