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맘때면 농부든, 정치인이든, 비즈니스맨이든 한해 수확을 가늠하는 가을걷이에 여념이 없다. 지난 9개월동안 가장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누구보다 뿌듯한 결실을 맺은 사람이 있다. SK텔레콤 중국 지주회사 대표를 맡은 이석환 전무. 지난달 SK텔레콤이 차이나유니콤의 2대주주로 올라선 낭보를 전한 주역이다. 지난해 7월 인수한 10억달러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키로 해 차이나유니콤 홍콩상장법인인 CUHK의 지분 6.6%를 확보했다. 우리나라 통신업체가 중국 기간통신사업자의 2대 주주가 된 것은 처음일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추진해온 글로벌 사업이 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라는 평가다.
“수적천석( 水滴穿石 )의 노력이었습니다. 지난 십 여년간의 노력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전무는 중국 사업을 평가할 때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의 고사성어를 예로 들었다.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 돌에 구멍을 뚫듯이,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내 SK텔레콤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SK텔레콤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이동전화 운영 기술과 무선인터넷 솔루션을 바탕으로 중국의 IT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파트너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위기와 기회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 이전무의 생각이다. 2008년 하계 올림픽 유치와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 기조, 그리고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향후 10년간 현재의 고속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으로만 보면 낙관적인 전망이 넘쳐난다. 반면에 중국내 사업자간 경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고객에게 고품질의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영국의 보다폰은 1위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의 지분 3.27%를 갖고 있으며 홍콩 최대 통신 그룹인 PCCW도 차이나넷콤의 2대 주주로 활동 중이다. 스페인 텔레포니카, 프랑스텔레콤 등 중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지 않는 해외 통신사업자는 없다.
무엇보다 중국내 마케팅 경험은 이전무에겐 소중한 자산이자 든든한 힘이다. “고객의 요구보다 한 발 앞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케팅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며 “영화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의 중국진출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도 현지에서 컨버전스 비즈니스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비즈니스 결과물로 이어가려면 지금보다 더욱 많은 부담이 그의 어깨에 지워질 수 밖에 없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는 이 전무의 생각이다. 그는 오늘도 중국시장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미래 모습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