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직장생활 10년차에 접어든 30대 중반의 직장인 김OO씨는 1시간 걸리는 출근길이 예전과 달리 짧게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PMP로 e러닝 영어 교육을 듣기 시작한지 5개월째가 넘어섰다. 영어 듣기가 지루해질 때쯤 되면 지상파 DMB로 모드를 전환해 아침 드라마를 시청한다. 주부들이 왜 드라마에 빠지는지 조금씩 이해가될 정도로 재미가 쏠쏠하다. 가끔 MP3 파일로 음악도 듣고 인터넷으로 다운로드받은 최신 영화도 보고, 소설도 읽는 등 출근때만 되면 생일 선물로 PMP를 사준 아내가 고마워진다. 회사 동료들과 지난달 공동구매한 3G 스마트폰으로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휴대폰 선전도 흉내내보고 스마트폰으로 회사 화장실에 앉아 몰래 주식투자를 하면서 나름대로 재테크도 해본다.
퇴근해서는 디빅스 플레이어에 저장해놓은 액션 영화를 틀어보는 낙에 살다가 최근에는 벽걸이 LCD TV에 컴퓨터를 연결,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로 웹 서핑을 즐기고 있다. 얼마전부터 블러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작년에 거금을 들여 구입한 DSLR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올리다가 이번 여름부터 방수 디지털캠코더로 전향해 동영상 블러그를 꾸미고 있다. 가끔 UCC 사이트에 애들 동영상을 올려보기도 하는데 별로 인기는 없다. 촬영한 동영상을 편집할 때는 서재에 있는 22인치 와이드 LCD 모니터를 주로 이용한다. 유무선 인터넷 공유기를 설치한 다음에는 화장실에서도 UMPC로 메신저를 하다가 아내의 핀잔을 듣기도 한다. 집전화기도 무선랜을 지원하는 인터넷폰으로 아예 바꿔버린 이후 해외에 있는 동생도 같은 제품을 구입해 이제는 서로 국제 통화를 공짜로 한다.
아이들 성화에 못이겨 사준 게임기는 이제 아예 김OO씨 차지가 되버린지 오래됐다. 요즘은 신종 게임타이틀 구매가 또다른 취미가 되버렸고 인터넷 게임기 동호회를 통해 매일 새로운 게임 소식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들어 운동삼아 주말에 자전거를 탈때는 얼마전에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구입한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용해 음악을 즐기고 있고 친구집에 놀러갔다가 가져온 내비게이션도 자전거에 부착해 연휴때는 잘모르는 지방 도로까지 질주해보곤 한다.
김OO씨 사례는 최근 평범한 30대 남성들의 모습이다. 최소한 위에 소개된 제품 2, 3개씩은 가지고 있다. 이처럼 몇년 전만해도 얼리어답터들이나 사용했음직한 제품들이 이제는 일반인들도 손쉽게 이용하고 있다. 연령간 격차도 사라지고 있다. 10대, 20대들만 첨단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4050세대들도 첨단 제품들을 구입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이제는 IT 제품들이 전방위로 개인 실생활 영역에 들어와 있다.
◇모든 정보를 담는다= 개인생활에 변화를 이끄는 제품들은 대부분 ‘정보 단말기’에 포함된다. 최근에 등장하는 제품들은 특히, 대용량 정보 처리가 용이하며 다양한 데이터 처리가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여러 단말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이성이 있으며 손쉽게 기기들을 통해 여러가지 즐거움을 찾거나 업무도 처리할 수 있게된다. 한개의 단말로 MP3 파일을 통해 음악을 듣다가 영화를 보던가 다시 게임을 즐기다가 인터넷을 접속해 다양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같은 특성으로 인해 새롭게 출시되는 정보 단말기들은 디스플레이, 저전력 소비, 입력 장치 등이 이전 제품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것도 특성이다. 앞으로는 개인 단말기간 상호 정보 교류가 좀더 용이해져 종이 명함이 사라지고 전자 명함을 교환하는 것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개인들의 컨디션 상태가 다른 사람들이 볼수있도록 표시되는 감성제품 등도 등장하는 등 좀더 개인 중심의 특화 제품들이 부상하면서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첨단 제품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선으로 찾는 자유로움= 개인들이 사용하는 IT 제품들의 변화상은 통신의 발전에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 PC통신을 이용해 정보를 찾아보던 것이 90년대 중후반까지 주류였다면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유선 인터넷이 대세를 이뤘다. 최근 몇년간은 무선인터넷과 휴대폰을 중심으로한 이동통신이 주도했으나 올해부터 3G(3세대)를 지나 3.5, 4세대까지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최근 서울 경기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되는 와이브로는 IT기기들의 또다른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상통화는 물론 VoIP 서비스를 장소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게되면서 개인 일상에 또다른 변화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완전한 무선 단말기들이 등장하면 다양한 레저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돼 PC방에 앉아 밤새 컴퓨터 게임만 하던 시대는 옛추억으로 남을 날이 멀지 않았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변화 징후 컨셉트 제품 2題
1. 기능별 모듈 결합 조립 제품
한개의 디스플레이에 각각 다른 기능을 가진 제품을 마치 레고 장난감과 같이 필요할 때마다 끼워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롭스터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제품은 단일 제품에 다양한 기능을 집적해온 형태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모듈 제품을 소지할 수 있어 편의성을 높였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MP3 플레이어·GPS·하드디스크·디지털카메라 등 개인용으로 즐겨 사용하는 제품들로 꾸며져 있다. 이 제품은 암 밴드에 중심이되는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나머지 기능 모듈을 옆에 붙여서 사용할 수 있어 휴대성도 강조했다.
앞으로 등장하는 개인용 IT 기기들이 대부분 디스플레이가 기본적으로 포함되고 있다는 점에서 착안된 것이다. 이는 2∼3년전부터 데스크톱 컴퓨터가 기능별 모듈을 끼워 맞춰 사용하는 제품들이 등장한 것과 동일한 경향을 나타내는 것이다. 휴대형 개인용 IT 제품들도 앞으로 집적화보다 개별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는 모듈들을 상황에 따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2. 안경 장착 초소형 디스플레이
안경에 장착하는 초소형 디스플레이 제품인 ‘텔레글라스 T3-F’는 한쪽 눈으로 다양한 영상을 즐길 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이다. 그동안 콘셉트 제품으로는 많이 등장했으나 이처럼 상용화된 제품은 흔치 않다. 일본 기업이 개발한 이 제품은 NTSC 방식으로 비디오를 입력해 DVD 플레이어,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무게가 29g에 불과하고 320×240 픽셀의 0.6㎝(0.24인치) QVGA LCD 디스플레이로 2m거리에서 28인치 스크린을 보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 일반 건전지 2개로 2∼4시간 정도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최근 등장하는 제품들이 대부분 디스플레이를 강조하면서 전체적인 전력 효율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휴대폰들도 전면 터치스크린을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집중되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디스플레이가 확대됨에 따라 전력 소모량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휴대형 제품들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제품과 같이 디스플레이를 별도로 분리하고 확대된 효과를 그대로 줄 수 있는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제품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