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지난 10년간 말 그대로 ‘강산이 변한’ 업종을 꼽으라면 유통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재래상권, 지역상권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은 퇴조의 길을 걸은지 오래다. 불과 10년새 그 자리를 후발 온라인 상권이 장악했다.
통계청과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소장 장중호)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대형마트는 13조5000억원의 매출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이어 백화점이 8조9000억원, 인터넷 쇼핑몰은 7조3000억원으로 3대 유통업태로 등극했다. 성수기라 할 수 있는 하반기에는 마트가 14조5000억원, 백화점이 9조4000억원에 그치는 반면, 인터넷 쇼핑몰은 8조1000억원으로 할인점에 이어 2위 자리를 넘볼 전망이다.
성장률은 더욱 도드라진다. 하반기 할인점과 백화점은 각각 9%와 2%대 매출 성장률에 불과한데 비해 인터넷 쇼핑몰은 15%대 안팎의 신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소비자 대상의 소매유통업 시장이 엄청난 격변을 겪고 있는 단면이다.
기업간(B2B)·기업대정부간(B2G) 상거래 시장을 들여다보면 온라인의 파급력은 한층 독보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인터넷 e마켓플레이스 등을 통한 B2B 전자상거래 규모는 105조원을 넘어섰다. B2G 전자상거래 규모도 6조6000억여원을 돌파했다. B2B 전자상거래 규모는 지난해 3분기이후 3분기 연속 100조원을 추월했고, 연간 성장률은 무려 30%대에 육박한다.
가히 ‘유통혁명’으로 불리는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온라인 시장을 적극 개척해왔던 선도자들이 있었고, 이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주도권 경쟁에 나서는 후발주자들도 적지 않다.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신유통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 주요 온라인 유통업체들에게 업종 유망주라는 별칭을 달아도 손색없는 이유다.
<인터넷 상거래 중심모델, 인터파크>
인터넷의 개념조차 생소하던 지난 1996년 6월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의 원조격인 인터파크(www.interpark.com)가 탄생했다. 지난 10여난간 닷컴 신화와 몰락이 이어지면서 업계 또한 급격한 부침을 거듭했던 것이 사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인터넷 쇼핑몰 업계에서 위기를 정면돌파하며 늘 새로운 진화를 거듭해왔다는 점이 인터파크의 가장 큰 저력이다.
인터파크가 대다수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과 또 하나 다른 점은 일반상품외에 도서·티켓·여행·교육·할인점 등 인터넷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상품을 자체 역량으로 소화해낸다는 점이다. 인터파크도서·인터파크ENT·인터파크투어·인터파크G마켓 등 자회사·계열사들이 모두 과거 인터파크의 사업부문으로 출발한 것이 단적인 예다. 가장 큰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자회사가 바로 G마켓이다.
G마켓(www.gmarket.co.kr)은 근래 2년만에 옥션이 주도하던 인터넷 오픈마켓 시장에서 1위로 떠올라, 국내 인터넷 쇼핑몰 시장의 21%를 차지할만큼 성장했다.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업계 처음 미국 나스닥 직상장과 미국 야후의 지분 인수 등 과감한 시도를 성공시켜 낸 것도 이런 성장성을 인정받아서다.
이제 지주회사로 변신을 선언한 인터파크는 온라인 상거래 전문그룹으로서 각 자회사·관계사들이 해당 분야에서 확고한 1위를 달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영화·공연 티켓 상거래 전문업체인 인터파크ENT는 공연 운영·제작관리·매거진·아카데미 사업을 신규 확대하는 한편, 스포츠레저 시장에서 사업권 유치나 제작기획, 스포츠매니지먼트 등으로 사업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G마켓의 경우 실물 상품에 이어 여행·콘텐츠 등 무형 서비스 상품으로 확장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글로벌 오픈마켓 사업을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이기형 회장은 “적극적인 투자를 비롯해 스스로 갖지 못한 역량은 외부 기업과 전략적 제휴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미래 성장을 위해 모바일·IPTV 등 신규 매체 시장에 적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MRO e마켓, 아이마켓코리아>
우리나라 기업소모성자재(MRO) e마켓플레이스 가운데 맏형을 꼽으라면 단연 아이마켓코리아(대표 현만영)다. 지난 2000년 설립된뒤 삼성그룹 MRO 물량을 중심으로 주요 대기업들의 전략구매를 대행하면서 쌓은 노하우와 인적 역량, 선진기술 등은 가히 독보적이다.
덕분에 아이마켓코리아는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를 포함, 금융·유통·제약·화학·전자·서비스·공공기관 등 800여개 고객사의 구매조달을 대행하고 있다. 설립 2년만인 지난 2002년 거래규모 13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배 가까이 급신장한 2조4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최첨단 정보기술(IT) 서비스를 통해 하루평균 5000건씩 쏟아지는 고객사 구매 물량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공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서비스 경쟁력을 발판으로 이제 아이마켓코리아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지향점은 오는 2010년께 국내 시장을 넘어서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아이마켓차이나(IMC)와 전략적 제휴를 시작으로 싱가포르의 세사미, 대만의 컴투비 등 해외전문 MRO e마켓과 협력, 해외 거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 스미토모상사와 현지 물품조달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글로벌 시장 진출 채비를 서둘러왔다. 벌써부터 그 성과는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지난 2003년 아이마켓코리아는 e마켓 거래로만 ‘1천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현재 여세를 몰아가면 내년께 국내 MRO 업계 최초로 대외 수출 1억달러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마켓코리아가 해외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는데는 최근 엑센추어·AT커니 등 유수의 컨설팅 회사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구매조달 사업에 나설 만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만영 사장은 “지금까지 쌓아온 시스템 운영능력과 조달경험을 활용해 당장 이달 동남아 현지 법인설립을 시작으로 해외 전초기지를 확대하면서 글로벌화의 시동을 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로, 롯데홈쇼핑>
비록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TV 홈쇼핑 시장에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회사가 롯데홈쇼핑(대표 정대종, 옛 우리홈쇼핑)이다. 지난 2001년 9월 개국한 이래 TV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을 양대축으로 영업 개시 2년여 만인 2003년 흑자를 기록한 저력이 있다.
지난해 8월 롯데쇼핑이 지분 53.03%를 인수하면서 롯데그룹 계열사로 새롭게 탄생한 이 회사는 지난 5월 채널명을 ‘롯데홈쇼핑’으로 바꾸면서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과거 우리홈쇼핑 시절에도 고객평가단 운영 등을 통해 남다른 서비스 수준을 강조해왔던 롯데홈쇼핑은 새로운 핵심가치로 ‘진실한 혜택(트루 베네핏)’을 선언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제공할 수 있고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고객의 생활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뜻이다. 미래 롯데홈쇼핑의 모습은 역시 신규 성장동력 발굴이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은 해외 사업과 신매체 사업. 롯데홈쇼핑은 지난 2005년 대만지역에서 ‘모모홈쇼핑’으로 본방송을 시작한 것을 기반으로, 대만·중국·동남아 국가 등지로 해외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디지털·인터넷 환경에 맞춰 TV 기반 상거래(롯데티몰), 모바일 상거래(롯데엠몰) 등 뉴미디어 사업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2010년 롯데엠몰의 매출비중을 전체의 2%까지 끌어올려 미래형 유비쿼터스 쇼핑몰로 키워간다는 구상이다. 롯데티몰도 디지털 방송 송출지역 확대에 적극 대응하면서 시청자가 생방송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시청자 의견’ 메뉴를 신설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양방향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정대종 사장은 “중소 기업의 제품 비중을 80%선까지 확대하면서 상생 발전을 도모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1등 홈쇼핑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나아가 눈으로 보고 고르는 것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홈쇼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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