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혁명은 시작됐다](5부)로봇강국으로 가는길⑤로봇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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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다. 차세대 로봇산업을 끌고 나갈 전문인력을 교육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세계 수준의 로봇인력을 키워내는 데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걸까. 초·중·고에서 대학 및 직장인 교육까지 단계별로 알아보자.

 ◇초·중학교=아이들이 과학의 기초원리를 깨치고 창의성을 키우는 데 로봇은 매우 효과적인 교육도구다. 국내에서는 지난 90년대 중반 어린이 과학교육을 위한 국산 로봇키트가 나오면서 로봇교육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한동안 정체상태에 있던 로봇교육시장은 지난 2003년부터 급격한 성장의 계기를 맞게 된다. 사교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초등학교마다 방과 후 학습이 대폭 확대되면서 로봇전문학원의 학교 진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때맞춰 정부는 지능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규정짓고 로봇붐을 조성했다. 이제 로봇은 과학에 소질 있는 아이라면 한번쯤 배워야 할 유망 사교육 아이템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인기가 시들해진 컴퓨터 학원·보습학원 중에서 로봇학원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사례가 속출했다.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으로 로봇 커리큘럼을 도입한 초등학교는 지난 2004년 약 800개에서 2007년 8월에는 5300여곳으로 매년 두 배씩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 초등학교 넷 중 하나는 학생에게 로봇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로봇붐에 힘입어 초등학교의 로봇교육시장 규모는 올해 4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또 어린이 로봇교육의 90%는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 집중되고 있다. 로봇교육은 미취학 아동을 위한 영재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특히 레고닥터는 유치원생을 상대로 고품질의 로봇교육을 제공해 학부모의 관심을 끌고 있다. 로봇 사교육 열풍 덕분에 마이크로로봇·하늘아이·미니로봇 등 교육용 로봇업체의 매출도 껑충 뛰고 있다.

 김경근 마이크로로봇 사장은 “국내 초등학교의 로봇교육은 짦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진국을 오히려 앞서고 있다”면서 로봇교육에 필요한 국산 커리큘럼과 기자재 수준도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뜨겁게 달궈진 로봇교육을 향한 관심은 중학교로 가는 순간 사그러진다. 대부분 학부모는 로봇조립은 어릴 때 하는 취미활동일 뿐 대학진학을 준비할 자녀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이다. 로봇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은 학교 밖에서 언더성향의 자작활동에 몰입하게 된다. 로봇의 교육적 성과는 우리나라 중학교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합쳐서 연간 40만명이 로봇교육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어린이를 겨냥한 로봇교육붐은 아직 산업계가 필요한 전문인력양성과 직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 로봇산업의 예비군과 로봇시장의 잠재고객층을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반가운 현상이다.

 ◇고등학교=2005년 서울로봇고가 생기면서 고등학교에도 로봇교육붐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로봇고는 최초의 로봇전문 고등학교로서 해외에도 유례가 없어 적잖은 관심을 모았다. 출범 당시 학생들에게 로봇을 제대로 가르칠 교사진도 커리큘럼도 빈약했다. 학생모집을 위해 간판만 바꾼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학교 측은 지난 3년간 꾸준한 개선노력으로 전기·전자·기계 분야의 종합적인 교육체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서울로봇고는 내년 2월이면 로봇학과 졸업생 175명을 처음으로 배출한다. 학교 관계자는 1기 졸업생 넷 중 한 명만 로봇관련기업에 바로 취업을 하고 나머지는 공대 진학을 희망한다고 밝힌다. 로봇기업체가 원하는 전문인력이 대부분 학사출신인 점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울로봇고에 자극을 받아 양영디지털고·광운공고 등 13개 실업계 고교가 로봇학과를 신설했고 내년에는 30여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직은 고등학교의 로봇교육 효과를 놓고 결론을 짓기는 이른 시점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로봇전문인력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어떤 교재로 누가 무엇을 가르칠지 로봇교육의 초점이 명확하지 않다. 사실 지능형 로봇업계도 시장의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선 고등학교에 많은 것을 요구할 처지도 아니다. 고등학교 로봇교육의 가장 큰 과제는 로봇전문가의 꿈을 안고 진학한 학생들에게 적당한 커리큘럼과 교원, 미래의 비전을 제공하는 일이다. 로봇교육의 안정화를 위해 실업계 고교와 기업체, 교육당국이 머리를 맞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교=국내 대학가의 로봇인력양성은 지난 92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가 학부 통폐합으로 사라진 이후 긴 침체기에 들어갔다. 로봇에 관심이 있는 기계, 전자과 전공학생들이 재주껏 배워서 산업계로 유입되는 상황이 지속됐다. 2003년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책에 따라 로봇분야에 특화된 학과신설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로봇’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총 12개. 공과대학마다 로봇과목을 강화하고 대학원의 로봇전문과정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한양대·KAIST 등에서 진행 중이다. 산자부와 정통부도 각각 로봇전문 인력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2000여명인 로봇분야 전문인력을 매년 1200명 이상씩 배출해서 2015년에는 1만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 같은 양적팽창을 감당하기엔 주요 대학의 교수진과 교재, 커리큘럼이 아직 빈약하다는 것. 이제는 로봇붐에 편승해 무조건 학과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로봇교육의 질적개선을 위한 연구와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대학 로봇교육의 또 다른 이슈는 융합기술인 로봇의 특성에 맞춰 여타 학제 간 공동연구와 교육을 확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공의수를 개발하려면 로봇기술(RT)과 생명공학(BT)지식이 모두 필요하다. 서비스 로봇에 적합한 효과음을 만드는 전문가(로봇음악가), 로봇의 행동시나리오를 짜는 전문가(로봇작가)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로봇분야에서 꿈을 펼치도록 문호를 열어주는 유연한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무작정 로봇학과를 만드는 일보다 급하다.

◆인터뷰 

“로봇교육은 아직도 개발할 아이템이 무궁무진하게 깔린 블루오션입니다.”

 장중언 하늘아이 사장은 지난 2000년 로봇교육사업에 뛰어든 이후 전국 초등학교의 방과후 로봇교육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요즘 로봇교육 동영상을 만들어서 e러닝을 접목시켜 로봇교육층을 넓히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용 로봇만 판매하기보다 학생들에게 로봇을 갖고 노는 방법을 가르치는 게 수익성이 더 높다는 설명이다.

 “로봇을 향한 아이들의 호기심은 국경을 넘어서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요즘 어린이를 위한 로봇교육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HW와 콘텐츠의 국제 경쟁력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어요.”

 장 사장은 이미 국내 최초로 MS의 로봇개발툴인 MSRS를 탑재한 교육용 로봇을 선보였고 연말까지 신개념의 이족보행로봇과 날개를 퍼덕거리는 비행로봇을 교육용 로봇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어린이들의 눈높이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육용 로봇도 감성을 충분히 자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영진피엔아이와 손잡고 초등학교의 로봇교육수요를 겨냥한 컴퓨터로봇교실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우리가 영어공부 때문에 토플·토익에 매달려서 소비하는 외화가 얼마나 됩니까. 한국이 앞선 로봇교육 콘텐츠를 탄탄하게 쌓아둔다면 중국·유럽 등에서 막대한 로열티 수익을 거둬들이는 날도 반드시 올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