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파워 리더에게 듣는다](1)니시다 아쓰토시 도시바그룹 총괄사장

[해외 파워 리더에게 듣는다](1)니시다 아쓰토시 도시바그룹 총괄사장

 2005년 2월 도시바그룹 사령탑으로 니시다 아쓰토시 사장(63)이 부임했을 때 일부 외신은 ‘임명(Appointment)’ 대신에 ‘발탁(Selection)’이라는 단어를 썼다. 그만큼 파격 인사였다. 당시 도시바가 그를 최고경영자(CEO)로 낙점한 배경은 분명했다. 성장이 멈춘 도시바 각 사업에 활기를 불어 넣어달라는 주문이었다. 니시다 사장은 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그가 맡은 이후 지금까지 도시바는 매 분기 단 한번의 마이너스 성장도 없었다. 도시바 성장 기조를 다시 만든 니시다 사장은 2년 전 도시바 상황처럼 저성장 계곡에 빠진 전자업체에 ‘아이-큐브(I-Cube)’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속도(Speed)’와 ‘혁신(Innovation)’을 동시에 추구해 가치 경영을 이뤄야 한다는 것. 창간 25주년을 맞아 전자업계의 거물 니시다 아쓰토시 도시바 그룹 사장을 통해 전자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 봤다.

 

 -CEO 취임 후 매 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성장했다. 비결은.

 ▲20세기 마지막 10년인 90년대는 일본에게 ‘잃어버린 10년’이었다. 도시바 매출은 95년 5조엔에 달했지만 이후 9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 1.3%였다. 도시바와 같은 글로벌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꾸준한 매출 성장과 이에 따른 이익 창출이다. 취임 첫 날부터 성장과 순익을 경영 철학으로 밀고 나갔다. 전임 사장이 도시바 체질을 바꾸고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고 나는 이를 실행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기반을 닦는 데 주력했다.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도체를 축으로 여러 사업의 시너지를 추구했고 결국 꾸준한 성과로 이어졌다.

 -도시바 비전과 핵심 사업은.

 ▲2010년까지 지속 성장하는 게 목표다. 3대 핵심사업을 반도체, 사회 간접과 자본 투자, 디지털 제품으로 확정했다. 내년까지 3대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어 2010년 매출 9조5000억엔, 영업이익 480억엔을 달성하는 게 당면 과제다. 수종 사업으로 차세대 프로세서, 오디오와 비디오(AV) 시스템, 차세대 배터리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플래시 메모리와 하드디스크(HD) 드라이브 등 핵심 사업을 토대로 HD-DVD와 같은 제품을 통해 AV 시장에서 선도 기업의 위상을 확실히 하겠다. AV PC처럼 차별 상품도 구상 중이다. 2.5인치와 1.8인치 HD 분야에서도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가 전자 산업의 당면 과제다. 해결책이 있다면.

 ▲전자업계가 꾸준히 생산성이 올라가는 반면 가격 경쟁도 피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는 끊임없는 혁신밖에 없다.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한 기업 문화를 갖춰 진정한 글로벌 기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전자업계도 당장 눈에 보이는 시장보다는 미래를 준비하고, 다양한 변수를 예상해야 한다.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유연성도 필요하다. 시장 점유율과 수익, 품질과 비용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 모두를 최대 수준까지 끌어내야 한다. 스피드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갖추고 디자인에서 생산·서비스까지 유기적으로 통합한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가격과 비용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최고를 위해서는 남들 보다 두 세배는 빠른 스피드가 필요하다. 항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동시에 개혁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핵심 분야에서 동시 다발적인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도시바는 이런 기조에서 전 사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아이 큐브(i-cube)’ 프로그램을 실천 중이다. 아이 큐브는 핵심 사업 분야에서 ‘업무처리 혁신’ 과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가치혁신’ 두 가지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강력한 브랜드를 위한 전략은.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는 게 소비자 신뢰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도시바는 지난 2006년 10월 ‘도시바 리딩 이노베이션(TOSHIBA Leading Innovation)’을 그룹 슬로건으로 정하고 모든 제품에 이를 표기하고 있다. 또 이를 주주와 전체 사회 구성원에게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힘차고, 신뢰할 수 있으며 미래가 있는’ 기업으로 도시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혁신이다. 끊임없는 혁신만이 세상을 이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도시바가 추구하는 브랜드 목표다.

 -반도체에서 생활 가전, 원자력까지 사업 범위가 광범위하다.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엮으면서 시너지를 이뤄내는가.

 ▲사실 사이클이 다른 다양한 사업을 도시바라는 우산 아래서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와 원자력발전소 사업의 투자 수익 회수기간은 매우 다르다. 반도체는 3∼5년, 핵발전소는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지속 성장이 우리 목표이며 각 사업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우수한 경영진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서로 공유하는 강력하고 책임감 있는 조직을 가지고 있다.

 -일본·미국·한국 기업의 공통점과 다른 점은.

 ▲각 나라의 비즈니스 전통과 문화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글로벌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세계화 시대에는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한국·일본·미국 기업은 문화는 다르지만 글로벌 환경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 요소는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

 -경쟁자이자 협력자인 한국 기업에 한 마디 한다면.

 ▲한국기업은 도시바와 유사한 면이 많다. 게다가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도 확고하다. 이는 곧 한국 기업이 강력한 경쟁자일 뿐 아니라 좋은 조언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도시바는 지금도 한국의 유수 기업과 호혜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긍정적인 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경쟁이 혁신을 위한 밑거름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에 훌륭한 경쟁 기업이 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창간 축사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자신문 창간 2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한국 최고의 IT 전문지로 전자신문은 전 세계 IT산업 트렌드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통찰력을 전달해 왔습니다. 앞으로 IT산업의 공고한 발전에 기여하는 ‘소통의 장’으로 지대한 역할을 기대합니다.

 

◆도시바 그룹은…‘132년 전통의 도시바 역사’

 도시바 그룹의 역사는 두 갈래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는 1875년 일본 첫 전신장비 제조사인 ‘다나카 공업’이다. 또 하나는 1890년 일본 첫 백열등 제조사인 ‘하쿠네츠’다. 하쿠네츠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소비자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거듭났고 1899년 ‘도쿄전기’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다. 이어 1939년 각 분야를 선도하던 두 기업은 통합된 전기설비 생산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해 ‘도쿄 시바우라전기’로 합병했고, 1978년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금의 도시바로 이름을 변경했다.

 도시바는 크게 노트북과 영상 가전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프로덕트 그룹’,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시스템 LSI 등 반도체 부문인 ‘전자기기와 부품 그룹’, 발전소·엘리베이터·의료 장비와 같은 ‘인프라 시스템 그룹’ 등 총 3개 그룹·8개 기업군으로 나눠져 있다. 핵심 계열사를 포함해 세계 233개 지역에 해외 거점을 두고 있다. 2006년 매출 규모는 70조원, 종업원수 19만명을 거느린 세계 굴지의 종합 전기전자 정보통신 기업이다.

 

◆니시다 사장이 걸어온 길

 니시다 사장은 68년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 70년 동경대 법률 정치대학원을 졸업한 후 75년 도시바에 입사했다. 이어 84년 도시바 유럽법인 수석 부사장, 92년 미국법인 정보시스템사 사장을 역임했다. 95년 PC사업부 본부장을 맡은 후 2001년 PC&네트워크 대표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5년에는 그룹 전체 대표 사장으로 취임한 이래 공격적인 혁신 경영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

 니시다 사장의 경영 스타일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추진력’이다. 2005년 6월 도시바그룹 전체 총괄 대표로 취임한 후 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해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하는 등 에너지 사업을 크게 강화했다. 주력 사업의 하나인 반도체에 과감한 투자를 강행, 혁신 경영의 새로운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심어 주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