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5주년 특집(5)]SW 변혁 시작됐다-웹2.0 접목

 소프트웨어(SW)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도구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메인프레임에서 윈도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HW)의 무한한 변화 속에도 SW는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도구로 위력을 발휘했다. 기업은 SW를 활용해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여갔다. HW의 속도전에 못지않게 SW도 진화를 거듭하며 기업의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바꾸는 열쇠 역할을 해냈다.

이제 SW가 없는 기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오라클이나 SAP가 당장 시스템 중단을 가동하면 세계기업은 손을 놔야 한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전사자원관리(ERP) 등 기업의 핵심 전산 인프라가 그대로 중단되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재앙과도 같다.

이런 SW도 새로운 변혁기를 맞았다. 웹2.0과 결합이 그것이다.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개방과 공유를 강조하는 이른바 엔터프라이즈2.0 시대를 맞게 되면서 SW도 변화의 바람에 휩싸이게 됐다. 또 서비스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SW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SW는 이러한 변화로 다시 한번 기업 혁신의 도구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SW2.0 시대로=SW는 개방과 확장성을 내세워 2.0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컴퓨팅업계 최대 화두인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가 대표적이다. 가트너그룹은 최근 미국 현지에서 콘퍼런스를 열고 SOA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발표하고 SOA2.0으로 명명했다.

기존 SOA에 이벤트기반아키텍처(EDA:Event Driven Architecture)를 더해 비즈니스에서 발생하는 각각 상황을 실시간으로 시스템적으로 처리하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강만 티맥스소프트 상무는 “SOA2.0은 진화를 거듭해 개방과 공유를 이용한 비즈니스 효율성 강화로 발전할 것”이라며 “엔터프라이즈2.0의 사상을 가장 잘 접목한 SW 분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프로세스관리(BPM)도 2.0 시대를 향해가고 있다. 웹2.0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BPM과 웹2.0을 결합해 BPM2.0으로 진화하고 있다. BPM2.0은 웹2.0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시장의 비즈니스 분석뿐만 아니라 업무 과정에 대한 분석까지 실시간으로 가능해 1.0에 비해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윤식 맨인소프트 사장은 “BPM2.0은 위키와 웹로그 등을 사용자 참여를 유도했다는 점에서 1.0과 확연하게 구별된다”며 “BPM 분야는 급속하게 2.0 솔루션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기술로는 오픈소스·SOA·웹2.0 등을 사용하면서 자체개발이나 아웃소싱 또는 이들의 조합을 이용한 글로벌 개발 전략 등을 개발 모델이 나오고 있다. 김형곤 투비소프트 사장은 “SW업체들은 엔터프라이즈2.0 시대와 발맞춰 협업 기능을 강화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내놓고 SW2.0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비스 SW가 온다=SW2.0은 필연적으로 SW 공급방식에 변화를 준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모델은 SaaS(Software as a Service)이다. SaaS는 제3자가 호스팅하는 SW에 대해 사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원격 접속하는 SW 아웃소싱 모델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SW를 서비스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99년부터 SaaS 방식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제공해 온 세일즈포스닷컴은 7년 만에 전 세계 2만4800여 기업에서 50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 회계연도에 약 3억1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SW의 새로운 성공모델로 떠올랐다. 직원성과관리 솔루션인 석세스팩터스는 설립 5년 만에 전 세계 139개국에서 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세일즈포스닷컴은 국내에도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오라클·IBM과 같은 메이저 SW업체도 속속 SaaS 시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구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예 판매 모델을 서비스 형태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는 한글과컴퓨터가 ‘싱크프리’라는 웹오피스 프로그램으로 SaaS 시장을 개척 중이며 영림원소프트랩·공영DMB 등 주요 업체도 속속 서비스 모델을 도입 중이다.

SW업계 전문가들은 SaaS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SaaS 모델이 다수 업체의 아키텍처 구축과 오픈 플랫폼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웹2.0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웹2.0이 인터넷 비즈니스을 틀을 바꾸듯 SaaS가 SW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로운 혁신을 향해=SW의 진화는 혁신과 직결된다. 찰스 필립스 오라클 사장은 최근 상하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상하이’의 기조연설자로 나와 “정보(information)의 시대를 넘어 혁신(innovation)의 시대로 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SW)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정보를 관리하는 것만으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기업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해야 한다”고 핵심 SW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 속에서 SW를 이용한 혁신은 더이상 선택이 아니다. 전사자원관리(ERP)는 이미 대중화된 솔루션이지만 90년대 중반만 해도 익숙하지 않은 솔루션이었다. 국내에서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ERP를 도입한 후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자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이 시스템 구축에 발벗고 나섰다. ERP를 거친 삼성의 혁신을 보면서 기업들의 정보화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치열한 경쟁 중인 여행업계가 지식관리시스템(KMS)를 도입해 여행 상품을 차별화하고 나아가 글로벌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구축해 대국민서비스를 강화 중이며, 제조업체들은 제품수명주기(PLM) 솔루션으로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SW의 변화가 앞으로 어떤 혁신을 이끌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