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급등인가, 대세 상승인가.’
예년에 비해 2∼3개월 일찍 반등하며 강한 상승세를 이어온 IT용 LCD 평균 판매가격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작년 성수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례적인 판매가격 초강세가 ‘가수요’로 인한 것인지 ‘실수요’의 뒷받침 때문인지 패널업체들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판매가격 이상급등 현상에는 어느정도 가수요가 끼어 있어 조만간 매수세가 둔화되고 상승 랠리가 멈출 것이라는 전망과 10∼11월이 전통적인 성수기여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계속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최고치 조기 경신=IT용 LCD 판매가격 추이는 비수기인 상반기에는 떨어지다 하반기 신학기와 크리스마스 특수를 앞두고 8월부터 상승세로 전환해 10∼11월 성수기에 최고점에 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4월부터 판매가격이 반등해 8월에 이미 작년 성수기 최고가를 넘어서는 이변이 연출됐다.
디스플레이서치·위츠뷰 등 시장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8월말 17인치·19인치 모니터용 LCD 평균판매가격(ASP)은 각각 131달러, 151달러로 작년 10월에 기록한 성수기 최고치인 128달러와 150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또 지난달 말 14.1인치 와이드 노트북용 LCD 가격도 작년 11월 성수기 최고치인 101달러보다 4달러 많은 104달러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수요냐 실수요냐=이례적인 판매가격 조기 상승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르다. 가수요론자들은 판매가격이 예년보다 일찍 상승하자 주요 세트업체들이 여러 패널업체와 중복계약까지 불사하며 미리 사재기 경쟁을 펼쳐 상승폭을 더욱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물량확보를 끝낸 세트업체들이 정작 성수기에는 재고량을 소진하며 비싼 패널 구매를 자제해 가수요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005년에도 공급부족으로 4월부터 판매가격 인상이 나타난 모니터용 LCD의 경우 8월까지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정작 9∼11월 전통적인 계절적 특수에 돌입한 뒤 하락세로 반전하기도 했다.
대세상승론자들은 아직 물량확보를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업체들이 많은 점을 들어 진짜 수요가 강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중소 모니터업체 한 관계자는 “판매가격이 계속 올라도 메이저 업체들이 물량을 싹쓸이해 중소업체들은 아예 11월 이후 비수기를 노려 대규모 물량을 비축할 태세”라며 제2, 제3의 수요자들이 여전히 대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반영하듯 IT용 LCD 판매가격은 8월 말 성수기 최고치를 경신한 뒤에도 9월 들어 3∼5달러의 오름세를 보이며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이 고비=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안현승 지사장은 “와이드 신제품을 중심으로 모니터와 노트북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에 작년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한 LCD업체들이 공급량 증설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판매가격 조기 인상을 초래했다”며 조기 판매가격 상승이 시장의 수급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장은 “매년 10∼20% 하락세를 보여온 판매가격이 작년에 30% 이상 폭락하면서 너무 떨어졌으며 물량이 모자라 조기에 확보하려는 심리적 요인도 부정하기 힘들다”며 일정정도의 가수요를 인정했다.
삼성전자 조용덕 상무는 이에 대해 “판매가격 조기상승 배경을 놓고 가수요 논란이 많아 우려했으나 수요의 거품은 아직 빠지고 있지 않는 상태”라면서도 “이달을 넘겨봐야 가수요인지, 진짜 수요인지 판가름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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