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들은 평균 여섯 명의 다른 CEO를 거치면 서로 알 수 있다. 가장 멀게 느껴지는 사람도 14명을 거치면 최근 근황을 알 수 있다. IT산업에 종사하는 ‘파워엘리트 550명 CEO’의 직장 연을 분석한 결과다.
산업에서 직장 연을 기초로 한 네트워크는 공고할 수밖에 없다. IT산업이 특히 그러하다. 이 바닥은 IT 관련 학문을 전공했거나 기술을 보유한 사람만이 ‘롱런’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업종 출신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다.
직장 네트워크를 기준으로 본 국내 IT산업 파워엘리트는 두 군으로 나뉜다. 연결이 끈끈한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군과 느슨한 중소기업군이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자체 생태계 이뤄=대기업은 IT CEO 인맥을 주도한다. 현 대기업 CEO 외에도 IMF 외환위기 이후 쏟아져나온 창업자 역시 대부분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관계망은 촘촘하고 단단했다.
삼성, LG 등 대기업에서 1년 이상 같이 근무한 출신들의 평균 인맥 수는 5명이다. 550명 전체 평균 3.5명에 비해 1.5명이 더 많다. 대기업에 입사하기만 해도 인맥 형성에 더 유리하다는 얘기다. 인맥 수는 회사 창업에 아주 큰 힘으로 작용한다. 인물 간 친밀도를 뜻하는 ‘군집도’는 70%로 나타났다. 모집단에 비해 5% 포인트 이상 높았다.
IBM과 HP 등 외국계 기업도 마찬가지다. 1인 당 평균 인맥 수는 4.43명이었고, 군집도는 73%다. 국내 대기업 군에 비해 인맥 수는 다소 적지만 유대는 더욱 강했다.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옮겨 가 CEO를 재생산하면서 강한 직장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연결이 느슨한 중소기업, 자력 갱생이 많아=중소 기업 CEO 네트워크는 직장 연만 놓고 보면 대기업군과 비교해 분절됐다.
분석 대상자중 삼성·LG·KT·SK·외국계기업(한국IBM·한국HP)을 거치지 않은 CEO는 289명으로 절반을 조금 넘겼다. 집단 분석에서 빠진 현대, 대우 등 기타 30대 그룹 출신자를 제외하면 이 숫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인맥 형태도 대기업과 확연히 다르다. 평균 인맥 수는 2명으로 전체 평균 3.5명에 못 미쳤다. 인물 간 평균 거리도 10단계 정도로 전체 평균 6단계에 비해 낮았다. 직원수도 적은 데다 졸업 후 곧바로 창업한 CEO들은 직장 네트워크가 아예 없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특히 지방에서 창업한 CEO는 극히 일부를 빼고 이른바 ‘주류 네트워크’를 아예 벗어났다.
중견, 중소기업 출신자의 네트워크 단절에는 짧은 IT중소기업 역사도 작용했다. 기업 연혁이 10년 안팎인 중소기업이 다수라 아직 CEO를 재생할 단계엔 이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미래에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5∼10년 내에 NHN나 안철수연구소 출신 창업자들이 많아지면 IT파워엘리트 지형도에 중소기업 출신자 간 새 네트워크를 새로 형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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