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CEO, 대기업 파워 여전
IT산업에서 대기업 출신자의 파워(네트워크 강도)는 예상보다 더욱 강했다. 550명 중 삼성·LG·KT·SK 등 이른바 4대 IT 기업 출신은 228명으로 사실상 IT CEO 인맥의 구심점이다. 해당 인물들이 다닌 대기업(계열사 포함)이 119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기업마다 평균 2명 이상의 IT파워 엘리트를 배출한 셈이다.
삼성 출신 CEO의 네트워크 구조는 탄탄했다. 1년 이상 삼성에 근무한 사람을 기준으로 평균 14명이 CEO 인맥을 형성했다. 전체 평균 7.5명의 두배에 가깝다. 그만큼 삼성 출신 CEO의 재직 기간이 길었음을 뜻한다.
예상대로 삼성은 CEO 사관학교였다. 삼성 출신 CEO는 총 105명 단일 대기업군으론 가장 많이 배출했다. 삼성 계열사에 근무하는 이는 22명, 나머지 83명은 각계로 퍼져 있다. 삼성 출신 A를 중심으로 B, C가 서로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군집도’는 67%로 평균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지만 다른 대기업에 비해 낮았다. 사적 인맥 구축을 엄격히 막으면서 끊임없이 경쟁을 붙이는 삼성 기업문화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됐다.
그렇지만 평균 몇 명을 거치면 서로 안다는 것을 수치화한 ‘평균 거리’는 2.15 단계로 전체 평균 3.5 단계에 비해 낮았다. 통신업체를 제외하곤 국내 기업 중에 단계가 짧은 편이다. 그만큼 삼성내 업무 영역간 이동이 활발한 데 따른 결과로 추정됐다.
삼성 CEO 인맥 지도의 정점에는 양해경 삼성전자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있다. 핵심 계열사였던 삼성물산에 25년이 넘게 근무하면서 다른 사람과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삼성 외 CEO 그룹과의 연결, 즉 허브 자리에는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있다. 그는 IT 인맥의 중심인 이른바 K-S(경기고-서울대) 출신인 데다 반도체·가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으며, 정통부 장관을 거쳐 벤처캐피털 사장직을 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허브는 친밀도를 전제로 한 ‘인맥의 중심’과는 별개의 개념이다.
LG CEO 인맥 특성도 삼성의 그것과 유사했다. 전자를 비롯한 LG 출신 CEO는 총 80명. 삼성에 이어 2위다. 삼성이 반도체 쪽 라인을 형성했다면 LG는 통신과 가전 업계 인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LG 출신들은 LS, GS 등 잇따른 그룹 분할로 다양한 영역에 포진됐다. LG 계열사에 근무하는 사람은 총 33명으로 삼성에 비해 많다. 삼성보다 외부 수혈이 그다지 많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평균 근무 연수도 길다. 이 덕분인지 군집도는 70%로 삼성보다 높다. 인물 간 평균 거리는 2.58 단계로 3명만 거치면 서로 알 가능성이 있다. 구자홍 현 LS산전 회장이 LG 출신 인맥과 다른 기업 출신 인맥을 잇는 꼭지점 역할을 했다.
삼성과 LG 그룹 출신자 중 호남 지역 출신자가 별로 없었다. 한 전자업체의 임원은 “IT 업계 CEO에 호남 출신이 상당히 퍼져 있는데 삼성과 LG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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