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IBM 등 주요 IT 대기업들의 네트워크 구조는 폐쇄적이다. 그룹 경영의 특수성 아래 외부 수혈보다는 그룹 계열사 간 사람을 주고 받으며 인맥 지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IBM, HP 등 외국계 기업은 초기 한국 진출 시 이동이 일부 있었지만,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과 LG는 인적 교류가 거의 없었다. 재계 라이벌이라는 자존심과 서로 사업 구조가 비슷해 굳이 외부 인사를 영입할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주요 IT대기업에 한 번 이상 근무한 286명 중 2개 이상의 대기업에 다녔던 사람은 10%에 불과한 29명이었다. 그나마 이들도 대부분 한국 대기업에 근무하다가 IBM, HP으로 옮긴 인물들이다. 여인갑 시스코프 사장은 유일하게 삼성, IBM, HP 3개 대기업을 모두 다녀, 전체 네트워크 연계에서 허브 역할을 했다.
대기업간 짝꿍도 나타났다. ‘삼성-HP’, ‘LG-IBM’ 간 인적 교류는 있었지만 삼성과 IBM, LG와 HP와 같은 반대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HP가 진출 당시 삼성과 손잡았고, 한국 IBM도 LG와의 합작사(LG-IBM)를 통해 PC사업에 진출하면서 인적 이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LG’ 조합이 3건이 있으나 의미 있는 결과는 아니었다. 통신 라이벌 ‘KT-SK’간 교류가 활발했던 것은 이채롭지만 KT 민영화 이전의 일이다.
삼성과 LG에 모두 근무한 인물은 유원영 CSR 사장, 강호문 삼성전기 사장, 황기수 코아로직 사장 등 셋이다. 유 사장은 사회생활 초기 1년을 삼성에 있다가 바로 LG로 옮겼다. 강 사장도 금성사 초창기에만, 황 사장은 두 그룹에서 2년씩 근무했으나 유학 후 창업에 바로 나서 양대 그룹 출신으로 분류하긴 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