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IT기업의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한국IBM과 한국HP 출신 CEO급들의 네트워크가 국내 대그룹 군보다 네트워크가 밀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IBM 출신 CEO들은 1인당 평균 15.45명을, 한국HP CEO들은 8.2명을 안다. 또 한국IBM 출신 CEO들은 1.19명 단계를 거치면, 한국HP 출신 CEO들은 1.06명 단계만으로 아는 관계가 형성된다. 삼성 CEO간 14.2명과 2.1 단계, LG CEO간 10.17명과 2.58명으로 나타난 것과 비교하면 한국IBM과 한국HP 출신자들이 더 긴밀한 직장 연을 형성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국적IT기업 사관학교=높은 친밀도로 설립 역사가 40년이 넘은 한국IBM 출신 현직 CEO는 21명. 주로 외국계 업체 CEO로 활약한다. 서로 알 확률도 94%. 서로 간 평균 거리도 1.19단계로, 2명 이내만 거쳐도 아는 관계가 성립한다.
한국HP 출신 CEO는 15명이었다. 한 사람당 평균 인맥은 8.2명, 군집도는 95%로 그룹 중 최고로 높다. 다른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만큼 상호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결 단계도 매우 짧다. 1.06단계로 옆자리를 거치면 HP 모든 사람들이 연결될 정도다.
한국IBM과 다른 CEO 그룹간의 연결선에는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사장과 이재용 한국레노버 사장이 있었다. 두 사람이 LG-IBM, 현대, 코오롱, 레노버 등 국내외 기업을 넘나들었다는 점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
HP CEO과 다른 CEO그룹간 접점은 최준근 한국HP 사장과 유원식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사장이다. 두 CEO는 모두 한국HP 출범 이전 삼성그룹 공채 출신. 삼성 CEO 인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국IBM CEO간 연결망에서 정태수 LG엔시스 사장과 김태영 한국사이베이스 사장은 교차로에 위치한다. 한국HP 그룹에는 유원식 사장과 김병두 PTC코리아 사장이 그렇다.
◇독자 생태계 형성=전체 외국계 기업의 네트워크는 한국HP와 한국IBM을 중심으로 조사대상 73명 중 3분의 2 이상이 6대 그룹 출신이다. 군집도는 평균 80% 이상으로 ‘그들만의 생태계’를 형성했다.
대기업 네트워크로 엮인 50여명의 외국계 기업 CEO 중 외부와의 교차점은 손영석 TI코리아 사장, 안경수 소니코리아 회장, 이수현 전 한국쓰리콤 사장 등이다. 손영석 사장은 사회 생활 초기 삼성에서 10여 년 근무하고 줄곧 TI코리아 사장을 역임하면서 외국계 반도체 기업 내외부의 핵심 연결 고리다. 안 회장은 후지쯔 출신이면서도 대우·삼성·효성 등 다양한 국내 그룹 근무 이력이 작용해 외국계 기업 CEO와 국내 다른 기업 CEO의 접촉선 역할을 한다. 이 전 사장은 외국계 통신 기업과 IT 기업간 연결점의 정점에 있다. IBM 및 HP 등 외국계 핵심 기업을 두루 거친 데다 2000년 이후 어바이어코리아, 한국쓰리콤 등 외국계 통신기업 CEO를 맡은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