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위기론이 나온다. 공대를 나와봐야 취직도 힘들고 취직을 해도 의대나 법대를 간 친구에 비해 연봉이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호소한다. 경영·마케팅 전공자에 밀려 직장인의 꿈인 ‘월급쟁이 사장’이 되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있다. 하지만 IT 바닥에서 위기론은 사실이 아니다.
◇이공대 압도, 55% 육박 = IT기업 CEO를 하려면 공대나 최소한 자연대를 나와야 한다. 550명의 출신대학(학부 기준) 전공을 살펴보니 전자공학과를 비롯한 공학 전공자가 251명에 이른다. 자연대와 농대라는 ‘범 공대군’까지 합치면 그 수는 306명으로 불어난다. 비중으로 보면 절반을 넘는 55%다. 대기업 사장단도 이공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삼성의 경우 CEO 105명 중에 64명이 이공계다. LG그룹도 전체 80명 중 38명에 이른다. 그룹들이 가전·반도체 등 IT 자회사를 본격적으로 육성할 때 입사한 이들이다. IT분야로 시작해 줄곧 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어서 명실상부한 IT CEO 1세대로 부를 만하다.
경영대 출신은 84명으로 2위 그룹을 형성했지만 아직 세(勢)가 이공대에 미치지 못했다. 신방과·경제학과 등 사회과학대 출신 78명이 되레 돋보일 정도다. 경영대 출신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강한 인맥을 형성했다. 연령대는 대부분 50대다. 대기업들이 무역 계열사에 일할 사람으로 경영대 출신을 대거 뽑았던 70·80년대에 입사한 사람들이다. 무역에서 시작해 IT 분야로 옮겨온 CEO들인 셈이다. IT분야에서 시작한 경영대 출신 CEO가 나오려면 당분간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와 경영대 출신이 대기업 CEO를 장악했다면 사회과학대 출신 CEO는 콘텐츠와 미디어 업종에 두루 걸쳐 있는 게 특이한 현상이다. 아무래도 대기업 취업이 상대적으로 적어 아무래도 학연에서 불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에게 비교적 개방적인 콘텐츠와 미디어 기업에 적성이 맞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고졸과 전문대 출신은 모두 11명에 불과했다. 반면에 대학원 이상(MBA 포함)은 232명으로 학부 졸업 293명에 못지 않았다. IT분야의 고학력을 보여주는 셈이다. 학부나 대학원 중퇴자는 각각 1명에 그쳤다. 대기업이 능력보다는 학력을 중시해왔으며, 외국에 비해 비교적 늦은 나이에 벤처 창업을 한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전자공학과 단연 우세=이공대 인맥 중 ‘전자공학과’ 출신이 114명으로 단연 으뜸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생은 35명으로 최다 인맥을 형성했다. 주축은 57%인 70년대 학번이다. 표삼수 오라클 사장,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황운광 LG전자 부사장, 김달수 티엘아이 사장, 최두환 KT 부사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30%는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과 이윤우 부회장, 이상철 전 KT사장(광운대 총장)과 같은 60년대 학번이다.
80년대 이후 학번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 정준 쏠리테크 사장 등 벤처 스타들도 눈에 띈다. 이전 학번에 비해 ‘가방 끈’이 더 길다. 40%(14명)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34%(12명)는 해외에서 석사 또는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파워도 막강하다. 17명의 동문 중 무려 10명이 전자공학과 졸업생이다. 금용조 안소프코리아 사장, 전고영 아날로그디바이스 사장, 최낙훈 대한위즈홈 사장은 77학번 동기생이었다. 서강대 전자공학과도 후발주자지만 힘을 보여줬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과 하재홍 아이레보 사장이 졸업한 이 과 출신은 총 5명으로 10위권에 올랐다.
컴퓨터공학과와 기계공학과 출신 사장도 각각 30명과 28명이나 됐다. 컴퓨터공학과의 경우 다른 학과와는 달리 서울대 파워가 그리 크지 않았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은 한국방송통신대학 컴퓨터공학과와 같은 2명의 CEO에 그쳤다.
기계공학과에는 한양대학교 파워가 확연하다. 5명으로 서울대(10명)에 이어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윤영석 YNK코리아 사장 등이 포진했다. 물리학과 출신은 자연계임에도 15명이나 됐는데 반도체 업종의 영향으로 풀이됐다. 이광석 인크루트 사장(연세대학교 천문대기학과)과 같이 이색학과 출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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