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연구개발(R&D)특구가 출범한 지 만 2년이 넘었다.
‘세계 초일류 혁신 클러스터 육성’을 기치로 내 건 대덕특구의 현재 모습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어린아이의 모습과 흡사하다. 일부에서는 특구가 되기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혹독한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더딘 걸음 속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주년의 성과를 바탕으로 향후 과제와 전망을 짚어본다.
◇특구 출범 2주년 주요 성과=무엇보다도 대덕특구의 취약점인 기업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벤처생태계 기반이 조성됐다는 점이다. 금융, 마케팅 및 디자인 등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비즈니스 인프라가 특구 출범을 계기로 크게 활성화됐다.
올 초 조성된 800억원대 규모의 대덕특구 펀드는 기업 성장에 든든한 자금줄이 돼 주고 있다. 현재까지 11개사에 230억원이 지원된데 이어 올 연말까지 총 300억원의 자금이 집행될 예정이어서 창업초기부터 성장 단계별 맞춤형 자금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여기에 최근 대덕특구본부가 글로벌 디자인 기업인 이노디자인과 공동으로 구축한 디자인 스튜디오도 기술력을 앞세운 대덕특구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최근 대덕특구지원본부가 발표한 전문 클러스터 육성 사업은 특구형 융복합 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초일류 혁신 클러스터 성장을 위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 조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구의 주요 성과 중의 하나다. 세계적인 클러스터를 대상으로 2006년부터 추진해온 ‘IDIC 대덕’에 이어 오는 2010년 ‘세계 혁신클러스터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사이언스파크협회(IASP)총회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특구 기업의 글로벌 비즈니스 활동에 직·간접적인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 및 지방세 감면 등 세제지원 제도 또한 타지역 기업을 흡인하는 주요 촉매제가 되고 있다.동양최대의 LCD TV 등 램프생산업체인 우리ETI가 이미 대덕테크노밸리에 둥지를 틀고 생산활동에 들어간 것을 비롯, PDP TV 및 LCD TV 생산업체인 디지털디바이스 등 중견기업들이 조만간 생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대덕특구의 파워를 확대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과제와 전망=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덕특구는 출범 당시 제시했던 궁극적인 목표 실행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연구성과물의 상업화가 바로 그것이다. 연구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R&D 투자에서 생산판매, 창출 이윤, R&D 재투자로 이어지는 연구개발 비즈니스(R&BD) 선순환 체계를 조성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여기에는 정부측의 책임도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연구소기업 설립에 따른 정부출연연의 부담을 정부가 등한시해 출연연마다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창업 실패시 자금 회수 부분이나 연구원 신분 보장 부분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기업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곳은 많아도 결과적으로 설립한 곳이 일부 연구소 외에 없는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덕특구 육성 정책 수립 기관인 과학기술부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백화점 나열식의 특구지원본부 정책에도 문제는 있다. 기존 대전지역 벤처지원기관에서 해 오던 교육 및 수출지원 프로그램은 과감히 중단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술사업의 상업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전체적인 사업의 방향을 정확히 제시해줄 수 있는 핵심 브레인 수혈 이야기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내부 전문가가 없으면 외부 전문가라도 영입해서 어젠다를 새롭게 설정해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김선근 대전대 교수는 “대덕특구가 지난 2년간 학습 기간을 거쳤다면 앞으로는 자력으로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와 있다”며 “특구 출범 당시 구상했던 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들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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