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산업은 여성 CEO, 지역 업체 등 이른바 ‘소수자’에겐 아직도 어려운 바닥이다. 서울과 남성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지배 네트워크는 이들에게 주류 사회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기업이나 칼리 피오리나 전 HP회장과 같은 걸출한 여성 CEO가 나오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번 조사에도 같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파워 인물 550명에 포함된 27명의 여성 CEO의 네트워크를 조사한 결과 학연이나 직장 연에서 이렇다할 ‘사회 인맥’을 가진 인물은 한 명도 없었다.
27명 중 6대 주요 그룹 군에 근무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으며, 우미영 시트릭스시스템스코리아 사장과 박의숙 드림라인 사장,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사장(창업) 외에 24명은 모두 중소기업 CEO이자 창업자였다. 직장 경력이 사회 인맥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 CEO의 경우 주류 네트워크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역 IT기업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부산, 광주, 대전, 대구 등 32명의 지역 CEO도 주류 네트워크와는 단절돼 있었다. 지역 내에선 서로 간 소규모 네트워크가 존재했지만 서울 지역과 연계된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대전 지역에선 김홍만 빛과전자 사장과 이형모 뉴그리드테크놀로지 사장이 KAIST 출신으로 ETRI 근무 이력이 겹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다. 부산지역에서는 한국해양대학교 선후배 관계인 장철순 신동디지텍 사장과 임건 사라콤 사장이 학연과 직연으로 연계망이 형성된다. 대구지역에서는 조사 대상 인물 10명 중 4명이 계명대 출신으로 나타났다.
배희숙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한 사회의 네트워크가 특정 집단에 집중돼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성과 지역 CEO 등 다양한 출신 IT기업가가 다수 포진해야 IT산업의 역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