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맥과 직장 연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파워 인물 100인’에 뽑힌 CEO들은 △삼성 등 6대 대기업 군에 장기 근무 △서울대·공대 집중 △유학파 다수 등의 특징을 나타냈다. 1, 2위를 차지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사장 등 상위 100인에 랭크된 인물 대부분은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이들의 사회자본은 이들의 가치관과 이들이 풀어가는 여러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만이 현실적인 모습으로 바뀐다. 상위권에 랭크된 주요 인물은 본인이 보유한 사회자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변보경 코오롱아이넷 사장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를 지키는 게 신조”라며 “인맥보다 좋은 ‘연’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 “비즈니스 관계를 위한 인위적인 인맥 조성에는 한계가 있다”며 “누구에게 전화했을 때 상대가 불편해 한다면 좋은 관계가 아니듯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국내 대기업에 근무하다 다국적기업으로 옮겨간 사람은 어떨까. 표삼수 한국오라클 사장은 “IT 분야에는 시장 동향과 고객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친구들이 같은 분야에서 일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인맥을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표 사장은 “글로벌 기업은 CEO를 뽑을 때 ‘연줄’ 보다 과거의 구체적인 ‘성과’와 평판을 본다”라며 “어느 한 사람이 강력히 추천하는 것 보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없는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귀띔했다.
KT에 오랫동안 몸담은 후 벤처 창업, 다시 KT 복귀로 주목을 받은 최두환 KT 부사장은 대기업-벤처인의 네트워크에 역할을 강조한다. 최 부사장은 “벤처는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과 스피드, 열정이 뛰어나며 대기업은 이를 묶어 새 방향과 물줄기를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새 흐름을 열 신사업에는 대기업의 허브 역할과 이와 연결된 벤처의 노드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만큼 대기업-벤처기업 간 협력모델을 발전시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보순 서울통신기술 사장은 CEO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인적 네트워크도 사업에 중요한 요소지만 튼튼한 기초가 중요하듯 사업의 핵심요소인 제품·사람·프로세스 등 모든 면에서 단단한 기초를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중소기업을 두 번째 창업한 서민호 텔레칩스 사장은 CEO로서 중요한 점을 인맥의 많고 적음보다는 ‘윤리’와 ‘도덕’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IT산업에 엔지니어 출신 CEO가 많다는 점에 대해 “공대에선 수식을 푸는 등 공학을 가르치지 인생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회사 운영하면서 윤리 도덕적인 혼돈이 올 수 있으며 기술은 물론 재무·관리와 함께 윤리 도덕적인 자질을 갖추려면 유사한 경로를 밟은 선배 CEO들의 조언을 참고해야 합니다.”
벤처 창업 10년 만에 게임업계 1위에 올라선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김 사장은 “게임산업 특성상 인맥보다는 열정과 노력이 중요했다”며 “앞으로도 기존 인맥보다는 열정과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과 더 많은 인연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