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LG전자 제품 안 판다"

 LG전자의 서울 용산지역 대리점들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의 판매 자제에 나섰다.

 인터넷 오픈마켓 거래가 크게 활성화하는 상황에서 제조사가 아닌 오프라인 유통망이 스스로 집단행동에 돌입하기는 처음이며 이는 가격질서 붕괴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LG전자 본사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대리점들의 자발적인 집단 행동일 뿐, 일절 개입한 바 없다고 밝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용산지역 LG전자 정보가전 대리점협의회(회장 신광섭)는 최근 소속 10여개 대형 대리점에 옥션(www.auction.co.kr) 등재 판매금지를 통보하고 법인은 물론이고 개인 아이디로 판매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발송했다. 공지문에 따르면 지난 15일 자정을 기해 종전에 등재한 물량을 제외하고 추가 판매등록을 엄격히 금지하며 적발 시 LG전자 본사의 협조를 얻어 제재조치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지문은 특히 “옥션 측과 수차례 협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서 서울 지역 용산상가 및 테크노마트 등 집단상가 대형 대리점의 자발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최근 노트북PC·PC 등 주요 정보가전 제품들이 오픈마켓에서 거래가 확대되면서 가격질서가 무너지자 대리점들 스스로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자정노력이며 오픈마켓 거래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뉴스의 눈

 용산상가 및 테크노마트 상가 소속 LG전자 대리점들이 오픈마켓 거래 자제를 선언한 배경은 무엇보다 생존을 위한 절박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옥션과 G마켓 등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전체 가전시장 규모는 올 한 해 1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PC·주변기기·노트북PC 등 이른바 온라인 인기 IT 품목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유통망을 통틀어 결코 무시 못할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하지만 거래규모 급증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오픈마켓은 기존 오프라인 대리점들에는 양날의 칼. 매출 유지와 재고 떨이를 위해 인터넷 오픈마켓에 뛰어들었지만 지금까지는 원가 이하로 내놓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용산지역과 테크노마트 대형 대리점 등이 이 같은 움직임을 주도했다. 이번에 오픈마켓 거래 자제를 촉구한 LG전자 대리점협의회 소속 대리점들이 그 당사자였던 셈이다. 신광섭 대리점 협의회장은 “솔직히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우리 스스로가 가격질서를 바로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라며 “LG전자 본사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나서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및 테크노마트 LG전자 대리점 가운데는 이번 집단행동에 앞서 최근 경영난을 겪으면서 도산하는 사례도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 소속 용산 대리점인 N사의 사장은 “최근 들어 조금 나아지고 있지만 PC·노트북PC 전문 대리점들이 밑지고 파는 장사를 계속하면서 어려움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특히 LG전자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곳들이 많이 힘들어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LG전자 주요 대리점의 집단 자정노력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오픈마켓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무엇보다 대리점들의 자발적인 거래행위를 강제로 차단할 장치가 없는데다 갈수록 오픈마켓이 커지면서 판매자 간의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탓이다.

 다만 PC 시장 최대 오프라인 유통망이 가격질서 바로잡기에 나서면서 그동안 일부 대형 총판(대리점)들이 무자료 거래 등을 통해 오픈마켓에 대규모 물량을 유통시키는 관행은 다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