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에 대한 법·제도적 근거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관련학계에 따르면 신정아씨 학력 위조 사건 등 주요 사건의 실마리가 PC나 PDA, 휴대폰을 통한 디지털 포렌식 기술로 풀리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할 법·제도가 미비해 이에 대한 근거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지털 포렌식이란 PC나 휴대폰 등 저장 매체에 남아 있는 자료를 통해 범죄 단서를 찾는 최신 수사 기법이다. 초기에는 사이버 범죄나 테러 등 범행과 관련된 e메일 접속 기록 등 각종 디지털 데이터와 통화 기록 등을 증거로 확보, 분석함으로써 재판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었으나 최근에는 모든 사건을 풀 수 있는 첨단 수사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늘고 있지만 형사소송법이나 정보통신망법 등 국내 어느 법에서도 디지털 증거의 수집과 운반, 분석, 보고서 작성, 증거물 관리에 대한 절차와 방법,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디지털 증거가 법정에서 ‘진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 이와 함께 수사기관의 무차별적인 디지털 증거 확보로 인한 인권 침해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피의자는 수사기관의 무차별적인 디지털 증거 활동으로 사건과 무관한 주요 자료와 개인정보를 유출 당하고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를 입고 있다.
탁희성 형사정책연구원 박사는 “이미 소송에서 디지털 증거를 배제하고는 사실 입증이 곤란한 만큼 중요성이 커졌다”며 “하지만 디지털 증거가 지니는 불확실성과 휘발성, 과학적 오류가 개인의 자유와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장은 “현재 형사소송법에는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명시돼 있지 않다”며 “디지털 증거 수집과 관리 및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마련해야 날로 늘어나는 분쟁 및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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