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900 `훌쩍`
지난 여름 악재만을 전해주던 미국이 한가위 연휴를 앞둔 국내 주식시장에 ‘추석선물’을 보내왔다. 보낸이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선물은 4년여 만에 이뤄진 정책금리 인하다.
19일 국내 증시는 60p 이상 급등하며 버냉키의 추석 선물에 반갑게 화답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선물(금리인하)이지만 상자를 열어보니 기대한 것보다 내용(금리인하 폭)도 알찼기 때문.
미 FRB는 18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4.75%로 0.50%p 낮춘다고 밝혔다. 최근의 금융 유동성 경색을 감안한 금리인하는 예상됐으나 인하 폭은 당초 전망치를 웃돌았다.
FRB의 금리인하 조치에 전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2% 이상 급등했으며 국내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60p 오른 1899.54로 마감, 지난 8월 9일 이후 6주 만에 1900선 복귀를 눈앞에 뒀다.
대신증권은 “과거 금리인하 국면에서는 외국인 자금의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단기적으로 증시의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호재가 시장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보다는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중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따라서 20일 발표되는 한국의 FTSE 선진국지수 편입 여부가 국내 증시 상승세에 또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콜금리 인하 `글쎄`
미국 연방기금 금리 인하에 맞춰, 우리나라 기준금리인 콜금리 인하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4년 11월 0.25%p 인하한 이후 7차례 인상(3.25->5.00%)만 해왔다. 미국 정책금리의 경우 2001년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왔으며 우리나라 역시 2001년 2월 5%에서 2004년 11월 3.23%까지 한 차례 인상(2002년 5월)만 했을 뿐 줄기차게 낮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기적으로 콜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 결정은 국내 물가·경기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라며 “미국 금리 인하는 참고사항에 불과하다”고 단정했다.
기은경제연구소 임일섭 팀장도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가 인하에 크게 작용했으나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유동성 과잉 우려 등이 해소되지 않아 가까운 시기에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과거 추이에서 알 수 있듯이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실제 미국의 금리정책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이 때문에 이번 인하가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재은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여전히 긴축적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의 금리 인하로 콜금리를 인상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의 연방기금금리는 매년 8차례 회의(공개시장위원회)를 통해 결정되며, 한은 콜금리는 원칙상 매월 둘째 주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다음 회의 10월 11일)에서 정해진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은 콜금리와 미국 정책금리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