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에 앞서
정부 과천청사 과학기술 부총리 접견실에 자리를 잡은 김우식 부총리와 윤종용 부회장. ‘격’이 있는 두 ‘현역’ 원로가 만났기에 잠시 어색함이 돌 것이라는 기자의 예상과는 딴판이다. 마치 몇 시간 전에 헤어졌다 다시 만나 반갑다는 분위기다.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든 윤 부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쓴소리를 내뱉을 것만 같은 평소의 이미지는 온데 간데 없다. 김우식 부총리가 먼저 운을 뗀다(이날 대담에는 본지 이택 편집국장이 함께 했다).
김우식 부총리=(윤 부회장을 가리키며)원체 박학다식해서…. 줄줄 줄줄 말씀을 잘하신다.
윤종용 부회장=아니 뭐, 전….
이택 편집국장=오늘 세계적인 분들을 모시고 좋은 말씀을 듣게 됐습니다.
김 부총리=여기는(윤 부회장) 세계적이고 난 한국적이고….
윤 부회장=거꾸로 이야기하시네.
이 국장=두 분이 과거에도 교류가 있으셨는지.
김 부총리=교류했다기보다는 늘 따라다녔지요.
윤 부회장=제가 15년간 열심히 따라다녔죠.
김 부총리=그동안 공학교육을 하면서 산·학 협력 사업도 많이 해왔다. (윤 부회장이) 서울대 전자과 출신이어서 가깝게 지내왔다.
윤 부회장=(김 부총리는) 대단한 학자이시면서 포용력이 크다. 모든 것을 인격적으로 하시다 보니 친해졌다. (연세대) 총장시절에 관저가 상당히 좋았는데 가끔 불러달라 해서 포도주 있는 것 먹고….
김 부총리=뒤져 먹고…. 나중에 삼성에서 포도주 셀러를 주더라고….
이 국장=학교에서 나오시고 나서도 두 분이서 교류를 하셨는지.
김 부총리=두 달마다 정기적인 가족모임이 있다. 사람이 그렇다. 제가 윤 부회장보다 나이가 많지만 살아오면서 직위가 있다 해서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편하게 터놓고 지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윤 부회장=학교에 계실 때도 편하게 터놓고 지내고 했었는데, 비서실장 때도 일 있으면 꼭 오셔서 다 들으시고 온갖 얘기 나와도 “참고하겠다”며 전혀 (비서실장) 표시도 안 내고. 우리는 그렇게 잘 못한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가운데 꼭 저녁때라도 시간 내서 나오신다. 어디 가면 부총리, 비서실장 끗발 얼마나 셉니까.
김 부총리=난 지금도 그런 것 잘 모른다.
윤 부회장=몸통인데, 작은 몸통인데…(하하). 식사하고 담소하고….
이 국장=두 분이서 골프는 어느 정도 하시는지.
윤 부회장=비슷합니다. 뭐.
김 부총리=윤 부회장이 정확하다. 내기에 강하시다.
윤 부회장=우리는 칠 기회가 많고 부총리는 쉽지 않다. 그 차이다.
대담에 앞서 가볍게 주고 받은 담소는 두 ‘현역’ 원로의 깊고 오래된 친분 관계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름만으로도 우리나라 공학계의 산증인과 산업계의 역사가 되는 두 거장,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만났다. 전자신문이 창간 25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특별대담 ‘한국 전자산업 25년, 미래 25년을 말한다’가 가교가 됐다. 지난 13일 정부 과천청사 과기부총리 집무실에서 진행된 대담에서 김 부총리와 윤 부회장은 때로는 침착하고 담담하게, 때로는 분명하고 강도 높게 우리나라의 전자산업 전반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지적해냈다.
△한국 전자산업 역사와 현안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우리나라 전자산업의 태동기와 지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고종 25년인 1885년에 청나라와 협력해 서울과 인천 간 전신선로를 개설해 전신서비스를 시작했다. 1902년에 서울·인천 간 전화가 개통됐다. 하지만 전자산업의 실질적인 원년은 금성사가 진공관식 라디오를 처음 생산하기 시작한 1959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부총리께서는 대학생이던 시절이다. 그런 다음에 금성사가 1966년에 흑백TV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자체 기술이 없어 거의 반조립(SKD) 상태로 도입했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윤 부회장께서 말씀하신 태동기 때의 모습과 현재 우리나라 전자산업을 비교해볼 때 이 같은 비약적 성장은 기적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도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낸 유래는 없을 것이다.
◇윤 부회장=당시 국내 기업은 자생 기반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금성사는 히타치, 동남전기는 샤프, 한국마벨은 RCA 등 외국기업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라디오나 흑백TV를 생산했다. 1969년에 설립한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다. 생산품을 전량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회사가 설립됐다. 첫해 매출액은 3700만원이었고 400만원의 적자에 종업원 수도 36명에 불과했다. 당시 삼성은 외국업체와 합작을 하기 위해 미국의 RCA·제니스, 독일의 텔레푼켄·구룬디히 등과 접촉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회사는 지금 망했거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부총리=오늘날 반도체와 휴대폰·디스플레이 등에서 세계 1위권에 올라선 것은 일관된 정책을 추진한 정부, 연구개발(R&D) 주역인 대학과 연구기관, 사업화를 담당한 산·학·연·관이 합심해서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TDX·CDMA·D램 등 국가 주도의 과학기술 R&D 성과로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윤 부회장=지난해 세계 전자산업 생산 규모는 1조5000억달러였고 우리나라는 1400억달러를 기록해 9%를 차지했다. 중국·미국·일본에 이어 4위다. 이 중 메모리반도체는 전체 시장의 49.5%로, 디스플레이는 40.7%로 1위에 올랐다. 휴대폰도 18.7%로 3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시장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2005년에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전자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세계 산업사에서도 유래가 없는 국내 전자업체의 빠른 성장에 기인한다고 본다.
◇김 부총리=그러나 향후 전망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식경제의 도래에 따라 선진국은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을 활용한 공세를 펼치고 있고 중국 등 후발국은 저임금을 앞세워 우리의 지위를 갉아먹고 있는 상황이다. 소위 넛 크래커 현상이다.
◇윤 부회장=그렇다. 사실 우리 기업은 원천기술에서 선진국과 격차를 보인다. 생산·공정기술은 세계적이지만 핵심 원천기술은 최고 수준의 77%에 불과하다. 고부가가치 부품·소재·장비는 선진국에서 수입하고 중소기업의 R&D 투자 비중도 지난 2002년의 28%에서 2005년에는 21%로 하락하고 있다.
◇김 부총리=그간 우리는 제품 상용화에 치중한 까닭에 핵심 기술을 외부에서 들여오는 모방형 전략을 답습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선진국에 비해 원천기술 및 지식재산권 등이 부족한 현상이 초래돼 원자재 수입 로열티 지급 등으로 부담이 줄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전자산업의 위치는 외형적으로는 큰 규모의 성장을 이뤘고 기술 격차도 많이 극복했지만 현재에 안주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윤 부회장=그렇지만 완제품 중심의 수출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자부품 비중이 커지는 선진국형 수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완제품은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하면서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고가의 휴대폰이나 풀HDTV·드럼세탁기·대형 양문형 냉장고·에어컨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휴대폰·LCD·디지털가전·광기록기기 등의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술로 세계 표준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 과학기술 및 전자산업 발전 대안
<기술·성장동력 부문>
◇김 부총리=지식기반 시대에 들어서면서 노동과 자본 등 요소 투입에 의한 성장에는 한계가 드러났고 과학기술이 경제 성장의 핵심 요소가 됐다. 우리는 불과 30여년 만에 높은 경제 성장을 실현하며 세계 11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 육성정책이 국가 발전을 이끄는 버팀목 역할을 해줬다고 본다. 핵심산업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선진국 기술과 제품을 모방해서 발전하는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창조형 과학기술 비전과 범 부처 추진 전략이 제시돼야 한다.
◇윤 부회장=전자산업 역시 무한히 발전하고 타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디지털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기술과 제품뿐 아니라 산업 간 컨버전스가 일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이다. IT 발전과 IT 인프라 구축에 따라 사업 영역에 구분이 없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동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음 세대의 먹거리로 손꼽을 만한 분야는 IT-BT, IT-NT, IT-CT 등 기술 간 융합이다. 기술 융합을 위한 저변 기술 개념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면 기술 혁신과 초기 시장 선점으로 지속적 국부 창출이 가능해져 선진국과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윤 부회장=미래에는 소비자 욕구가 세분화·다양화되고 사용하기 쉽고 편한 제품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용하기 편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의 똘똘한 제품을 개발해 고객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 인지도의 구축이 필요하다. 나노기술을 기반으로 한 IT-BT 융합 기술, 유비쿼터스 컴퓨팅 기술의 영향으로 전자산업이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김 부총리=세계 각국은 지금 국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BT·NT를 중심으로 한 신기술 간 융합을 이용한 원천기술 확보를 국가적인 중점 어젠다로 설정하고 정부 차원의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핵심 원천기술 확보와 육성을 위해 NT와 BT분야를 국가적인 종합 계획으로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교육·인력양성 부문>
◇윤 부회장=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사업화해 새로운 산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재를 중시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경영 자원은 사람과 기술이다. 기술은 ‘미래를 위한 보험’과도 같고 기술 혁신은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우수 인력 확보·양성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3000명 이상의 박사급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R&D 투자도 지난해 5조6000억원에서 올해에는 6조1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 부총리=인력 양성은 쉽지 않다. 문제는 대졸자 중 이공계 인력 배출은 양적으로는 충분하지만 실질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술이 첨단화되고 융·복합화되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 인력 배출이 시급하다.
◇윤 부회장=학교 교육이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산업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 자료를 보면 기업의 79%가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학에서 습득한 지식과 기술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26%에 그친다. 이공계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이 산업 현장과 괴리된 교육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례 교육이 부족하고 실험실습 여건·대학과 산업체 간 교류 미흡 등 현장성 결여가 문제다. 수준 높은 대학 육성으로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김 부총리=우리가 보다 튼튼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핵심 과학기술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다. 정부에서도 우수 인재를 어릴 때부터 선발해 대학 졸업까지 집중 양성하는 ‘전 주기적 과학기술 인력 양성 및 관리체계’나 이공계 인력을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질 높은 인력으로 배출하기 위해 공학교육인증제 운영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윤 부회장=기업 차원의 인재 양성도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글로벌 인재가 근무하는 초일류 기업’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인재 확보와 양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사장단 회의 때마다 ‘핵심 인재를 몇 명이나 확보했고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 때문에 사장들은 해외 출장 때마다 핵심 인재를 찾아 나선다. 나도 해외 출장을 가면 꼭 몇 명을 만나서 인터뷰를 하고 온다.
◇김 부총리=정부도 해외 우수 연구원 유치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입 연구원의 초기 정착과 연구 지원을 위해 최소 3년간 매년 5억원 내외의 안정적 연구비 지원을 할 예정이다. 또 지난 5월 기초·산업·공공기술연구회에 해외 우수 인력 풀 구축을 위해 구성한 서치 커미티(search committee)와 재·미 한인과학자학술대회 등을 연계해 유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정책적 대안>
◇김 부총리=정부는 지난해 말 수립한 ‘국가 R&D 중장기 토털로드맵’에서 신기술 육성으로 민간산업을 견인하는 정부의 역할을 제시한 바 있다. 기업의 초기 투자에 위험성이 있는 분야, 즉 생명·에너지·환경 등 원천기술 확보와 삶의 질 향상 등 공공성을 가진 분야를 지원하되 기술 변화가 빠르고 기술 수준이 높은 분야는 민간이 담당하도록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또 글로벌화에 대비한 규제 완화·표준화 등에도 정부 역할이 강화되도록 하겠다.
◇윤 부회장=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업도 정부도 투자를 늘려 기술 혁신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기구와 산업계·대학이 상호 연계해 산·학 협력을 강화하고 우수한 공학 인력이 양성될 수 있도록 재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경제와 산업의 발전·고용·복지사회 실현의 주체가 기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기업가에게 힘을 실어줘 그들이 꿈을 갖고 기업가 정신(장인정신)을 갖게 해야 한다.
정리=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김부총리, 윤부회장의 국가관 세계관
◇우리나라 성장 비결은 우수한 국민=김우식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성장 비결로 ‘우수한 국민’을 꼽았다. 산업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정책이 비교적 일관성을 갖고 줄곧 힘을 모아온 것도 도움이 됐지만 이를 앞에서 이끄는 두뇌·인력이 우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열이 지나칠 정도로 극성스럽다는 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산업화 촉진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기업가 정신 필요하다=김 부총리는 “전자산업만 해도 지금처럼 세계적인 위치에 오르리라고 생각이나 했겠냐”며 “(삼성의) 선대 이병철 회장이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인 게 오늘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자동차·조선·제철·가전 등에서 세계적인 국가가 된 것은 다 박태준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 같은 리더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윤종용 부회장도 “기업가 정신을 가진 분이 모험을 무릅쓰고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거들었다.
◇글로벌 시대에 맞는 개방적인 사고를=윤 부회장은 특히 “폐쇄적 사고는 자기중심적이 되고 변화가 없다”며 “글로벌 시대에서는 개방적 사고를 가져야 배우고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교류하고 이 문화를 받아들이다 보면 일정 정도의 반대는 있겠지만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는 것이다.
◇우리 후손은 우리의 피땀으로=김 부총리는 지난해 말 유명 이공계 대학생의 절반가량이 의예과·한의학과·치의예과 등으로 전과를 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접한 이후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어 대학을 돌아다니며 순회강연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까지 전국 12개 대학을 돌았다. 김 부총리는 “강의를 들은 학생 중 10%만 이공계에 평생 바치겠다고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사와 과학기술사를 점검하자=김 부총리는 “한국은행이 1만원권 지폐에 ‘혼천의’를 넣기로 결정했을 때 총재에게 감사 전화를 해 우리나라 역사상 과학기술자로 알려진 인물을 이야기하는데 막상 세종대왕과 장영실 외에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없어서 아차 싶었다”고 회고했다. 우리나라가 50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과학기술 역사를 정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바로 예산을 반영해 공간을 마련하고 전문가를 채용해 과학기술 족보 만들기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도 “제대로 된 산업사가 없는데 그렇다 보니 과학사는 더 없다”며 “앞으로는 과학기술 지원 차원에서도 역사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부총리, 윤부회장은 어떤 사람
◇김우식 부총리는=참여정부 출범 이전까지 대학에서 한평생을 보낸 전형적인 학자 출신이다. 61년 연세대 화공과 졸업 후 잠시 기업에 몸담은 것을 제외하고 68년 공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학생처장, 대외부총장을 거쳐 2000년 연세대 총장에 올랐다. 총장 재임 시 학교 재정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학내 갈등을 매끄럽게 수습하는 등 업무 추진력과 함께 남다른 대학 개혁 의지를 평가받았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연세대 출신 386 인맥이 정권의 핵심으로 약진하면서 2004년 2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지난해 8월까지 1년 6개월간 비서실장으로 장수하는 동안에는 보수적인 인사까지 두루 만나며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알리는 등 청와대 내 진보와 보수의 가교 역할을 수행하면서 합리적 관리형 비서실장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았다.
교회 장로로 온화하고 포용력을 갖췄지만 원칙주의적이고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충남 공주(66세) ▲강경상고 ▲연세대 화공과 ▲연세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청와대 비서실장
◇윤종용 부회장은=‘경영혁신 전도사’가 별명이다. 혁신을 통해 삼성전자를 오늘날의 위치로 올려놓은 주역이도 하다. “기업 경영은 혁신의 연속이며, 혁신은 희생이 따르는 고통을 극복하는 인내력을 요구한다”는 그의 말은 유명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66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능력을 인정받아 전문경영인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입사 후 삼성전자공업 도쿄지점장과 TV·비디오사업부장,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장·가전부문사장, 삼성전기·삼성전관 사장을 거쳐 2000년부터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다.
임직원에게 ‘대학’에 나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사물에 대해 깊이 몰두하고 연구해 지혜를 얻는다)’를 자주 강조한다. 어록으로는 “모든 것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경영자는 내일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미래는 예측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다. 초일류는 미래를 창조하는 자만이 만들 수 있다” 등이 있다.
▲경북 영천(63세) ▲경북사대부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삼성전관 사장 ▲삼성전자 사장 ▲한국공학한림원 회장(현)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