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 휴맥스 사장(47)에게는 항상 ‘젊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우선 세계경제포럼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선정(2002년),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수상(2002년) 및 최연소 정회원 가입(2005년) 등 차세대 주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지난 1989년 그가 신림동 포장마차에서 서울대 대학원생 6명과 창업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 벌써 20년이 다 돼간다는 것을 떠올리면 이제 그에게서 ‘젊다’ ‘차세대’ 하는 꼬리표를 떼어줄 때도 된 듯하다.
박사학위(서울대)를 가진 변 사장은 대학 교수나 연구원의 길을 버리고 산업현장을 택했다. 연구논문만을 중시하는 기존 대학의 가치관을 깨고 벤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당시 권욱현 지도교수의 영향이 컸다.
변 사장은 대학원 동료·후배들과 함께 서울대 제어계측연구소의 ‘컨트롤’(control)에서 따온 ‘건’(建)과 ‘인포메이션’(information)에서 빌려온 ‘사람 인(人)’ 두 자를 바탕으로 휴맥스의 전신인 건인시스템을 설립했다.
학생들만 모였는지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당시 자본금 마련을 위해 기술신용보증기금에 5000만원짜리 보증서를 신청하러 갔다가 집 등기부등본을 가져오라는 말에 ‘저는 하숙생인데요’라고 답해 창구 직원을 당황케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후 휴맥스는 수많은 굴곡을 겪었지만 다행히 18년이 지난 지금 국내 IT벤처 신화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당시 친구들과 5년 후 매출 100억원, 10년 후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삼았는데 두 가지 모두 달성하는 데 딱 1년씩만 늦었으니 성공한 셈이죠.”
이처럼 휴맥스는 차세대가 아닌 현재의 대한민국 이공계를 이끌어가는 ‘주류’로 들어왔다. 그도 인정하듯 휴맥스는 이미 벤처기업의 단계를 넘어 중견기업으로 진입했다. 18년 역사에 연 매출 6500억원, 600명이 넘는 직원을 거느린 회사를 언제까지 벤처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대한민국 이공계는 변 사장을 벤처신화의 주인공에서 놓아주지 않는다. 수많은 벤처 1세대 경영인이 무대에서 사라진 지금 그가 지닌 의미는 성공한 경영자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이공계는 그가 ‘제2의 휴맥스’를 이끌어 내는 지향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부담도 적지 않다. “많은 이들이 휴맥스가 사회적인 의미를 지닌 기업으로 보고, 더 발전인 모습으로 나아가길 기대합니다. 그렇기에 요즘은 내부적으로도 이러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0년 뒤 휴맥스의 모습은 어떨까. “중견기업으로 진입했으니 삼성·LG전자처럼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최소한 ‘새끼 대기업’ 정도는 돼야죠.”
아직 대한민국 어느 기업도 이루지 못한 벤처 출신 대기업이 탄생한다니 생각만으로도 흥분된다. 변 사장이 후배들에게 ‘뚱뚱한 꿈’을 가지라고 강조하는 것처럼 그는 꿈의 크기를 미리 재단하지 않는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인생모토
오늘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주위에 봉사를 위한 희망과 목표를 가지되 기대를 하지 말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욕망을 억제해 조화로운 생활을 영위하고, 고통을 통해야 결실이 있고, 배우고 성장함을 잊지 말고, 깊이 생각해 정신을 단련하고, 창조적 사고를 지속하고, 낙관적 태도를 유지한다.
○인생에 변화를 준 사람
피터 드러커 교수. 그의 저서는 나에게 교과서와 같다. 그를 경영의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마디
뚱뚱한 꿈을 꾸고 무모한 도전을 하라. 이공계 기피현상은 인생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쉽고 편하게 살려는 안정 지향적인 성향 때문이다.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후회 없이 살아보고 싶다면 젊은 시절에 꿈을 원대하게 꾸고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일에 도전해보라.
○주요 이력
△1983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졸업 △1989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 박사 △1989년 건인시스템(현 휴맥스) 창업 △1999년 2000만달러 수출유공자 대통령상 수상 △2002년 세계경제포럼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 선정 △2005년 한국공학한림원 최연소 정회원 △2006년 5억달러 수출탑 수상, 금탑산업훈장 수훈 △현재 휴맥스 대표이사, SK텔레콤 사외이사, 벤처리더스클럽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