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이 선거법의 사각지대로 떠올랐다.
대선 후보들이 블로그공간(블로고스피어)과 가상현실 공간을 선거 운동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현실 공간에 적용한 현행 법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아직 이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지난 18일 블로거 초청 간담회를 가졌다. 당초 블로거들이 초청하는 형식을 빌릴 계획이었으나 ‘단체들이 대선후보를 불러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행위’를 금지한 선거법을 고려해 민노당이 주최하고 e메일로 개별 블로거의 신청을 받아 참가자를 초청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블로거 초청 간담회가 선거운동 기간을 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직선거법 제79조에 따르면 후보자는 다른 사람이 개최한 모임에 참석해 연설, 대담을 할 수 있으나 이는 선거운동기간에 한정된다. 현행법상 대선 후보는 후보자 등록 마감 다음날인 11월 27일부터 23일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민노당은 블로거 초청 간담회가 ‘미디어 대상 기자간담회’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블로그는 1인 미디어며 블로거도 ‘기자’를 지향해 대선 후보 선출 이후 통상적인 기자간담회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훈미 민노당 인터넷미디어위원회 부장은 “처음 하는 시도라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다면 (공직선거법이란) 제도가 사회 변화를 아직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블로거 초청 간담회를 일반 기자간담회와 동일시할 수 있느냐다. 민노당은 관심 있는 모든 블로거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정태성 선관위 상담원은 “신고가 들어온 것도 아니라 확실하게 (선거법에 저촉되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행사의 주최자, 목적이나 일반적인 팬클럽 모임인지의 여부 등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지난 21일 3차원(3D) 가상현실 서비스 ‘세컨드라이프’에 가상선거본부 ‘이명박 버추얼 캠프’를 공식 개설했다. 대운하 가상 탐사 체험 이벤트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 후보는 “누구나 아바타를 사용해 기자로 참석할 수 있는 기자 회견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의 가상선거본부는 선거법상 선거운동기구의 설치에 대한 조항을 적용할 근거가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61조는 대선 선거운동기구에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설치하되 선거사무소 1개소와 시·도및 구·시·군마다 선거연락소 1개소를 설치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가상선거본부를 현실의 선거 본부와 유사하게 본다면 적용할 법적 근거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다만, 공직선거법 제82조의4(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는 ‘인터넷 홈페이지 또는 게시판·대화방 등에 선거운동을 위한 내용의 정보를 게시하거나 전자우편을 전송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 경우도 물론 선거운동기간에만 한정됐다.
이명박캠프 PR팀의 김재윤씨는 “가상선거본부가 선거법을 위반하는지 면밀한 검토를 이미 마쳤으며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김영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담당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선거운동 관련 규정은 사이버 공간에 충분히 적용되고 있다”며 “사이버공간의 모든 동영상과 글을 뜻하는 UCC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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