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시작한 WCDMA 서비스는 이른바 영상통화로 상징되는 3세대(3G) 이동통신 시대를 열었다. 가입자끼리만 영상전화로 대화하는 게 아니라 이동전화 서비스와 관련한 각종 불만 접수와 상담까지 영상으로 한다. 한창 추석 준비로 분주할 즈음 이달 초 ‘컴퓨터전화통합(CTI)’ 시스템을 갖추고 문을 연 KTF의 영상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상담원 자리마다 하얀색으로 높이 설치한 칸막이. 깨끗하고 정돈된 배경에 있는 상담원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설치했다. 상담원 앞에 전화기가 매달려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아직 영상지원 전화기 중 본체와 카메라가 분리된 제품이 없기 때문에 고객과 상담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설치했다고 한다.
총 30명의 전문 인력이 하루 약 1000여건의 영상 상담을 한다. 대부분이 20대 중후반의 여성인 이들은 3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이 자리에 왔다. 조윤미 리더는 “작년 처음 더블밴드더블모드(DBDM) 폰 영상상담원을 선발할 때 경쟁률이 8대1이었다”며 “‘국내 최초’인 데다 ‘전문직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상담을 하니까 이전보다 서비스도 훨씬 더 잘 알아야 합니다. 상담하다가 다른 곳을 본다거나 더듬거리면 고객에게 신뢰성을 잃을 수 있으니까요.”
이전과 달리 유니폼을 입은 것 외에도 외모에 신경쓰는 게 많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백정선 상담원은 귀띔했다.
“아침에 근무 준비하는 것도 일반 상담원과는 조금 달라요. 서로 얼굴이 이상하지 않거나 봐주죠. 얼굴이 붓지 않도록 다들 저녁 늦게까지 술 마시는 것도 자제하는 편이에요.”
얼굴을 보며 상담하다보니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을 수밖에 없다. 생일인데 만나 줄 사람이 없다고 축하를 부탁하는 건 예사다. 물론 상담원들은 이럴 때마다 축하 인사를 건네고 축하 노래도 불러 준다. 상담은 뒷전이고 자꾸 전화를 해 특정 상담사만 찾는 고객도 있다.
여수 해양박물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한 할아버지가 휴대폰으로 물고기를 일일히 보여 주면서 설명해 준 일도 있었다. 상담원들은 “이성 문제 등 인생 문제를 토로하는 고객도 있어 전화 상담을 하는 건지 인생 상담을 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말한다.
임지연 팀장은 상담 시간이 다소 길어지긴 했지만 그걸 보상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화가 나서 전화한 고객도 금방 누그러지는 데다가 상담원의 친절함에 대한 호응이 높습니다. 한번 영상상담을 경험한 고객이 지속적으로 영상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난전화도 줄었지요.”
‘영상’의 특성을 잘 살리는 게 영상상담센터 운영 목표다. 크리스마스에 산타 모자를 쓰고 상담하는 등 시즌·명절 분위기를 내는 일은 기본이다. 추석 기간에도 상담원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영상상담을 진행했다. 10월부터 수화상담 전담 인력을 배치해 청각장애인 대상 상담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에서 걸려오는 영상상담을 한곳에서 다 처리하고 있지만 영상상담 센터를 각 지역에 두는 것도 검토중이다.
임지연 팀장은 “고객이 상담 중에 재미와 친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보여주는 즐거움’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상담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