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IT코리아 2.0](3부) ⑩ 정보문화지수

 성장지향적 정보화 사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문화 질서를 세우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지난 6월 28일 ‘정보문화의 달’ 20주년을 맞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7 정보문화 컨퍼런스’에 쏠린 눈들.
성장지향적 정보화 사회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보문화 질서를 세우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지난 6월 28일 ‘정보문화의 달’ 20주년을 맞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7 정보문화 컨퍼런스’에 쏠린 눈들.

‘인터넷이 없다면 내 생활은 어떨까?’ ‘e메일이 없다면?’ ‘휴대폰이 없다면?’ 등은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운 질문들이다. 좀더 세부적으로는 ‘온라인 욕설을 얼마나 용인할 것인지’ ‘내 ID나 애칭(닉네임)을 만들 때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려고 노력하는지’ ‘온라인 게시판에서 상충한 의견을 성공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그저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 특히 온라인 채팅을 통해 벌어지는 언어(문자) 파괴현상처럼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의 독특한 현상들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도 어렵다. 우리나라가 3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는 정보기회지수(DOI)나 정보접근지수(DAI)처럼 비교적 쉽게 계량화할 수 없는, 기존 지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종합적 IT 지수’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정보문화 행태·행위·태도를 포괄하는 밑그림(Sub-structure)을 찾고 있습니다.”

 김문조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장은 “정보화의 사회적 파장이 △전산화에 따른 기술적 자동화 사회에서 △사회구조적 연결망 사회를 거쳐 △문화적 사이버 사회로 옮겨간다”며 이 같은 밑그림을 담아낼 “정보문화지수(DCI:Digital Culture Index) 체계를 개발할 때”라고 역설했다. 특히 “정보문화지수 개발을 선점해 세계적 지수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청사진까지 제시했다.

 김 소장은 실제로 김종길 덕성여대 교수(사회학과), 유승호 강원대 교수(영상문화학과)와 함께 ‘정보문화지수체계 개발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내년까지 정보문화 개념적 정의뿐만 아니라 인지적·규범적·감성적·생산적·교류적·향유적 차원의 세부 지수를 개발해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에 부응하는 정보문화정책의 새로운 기반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정보문화지수 개발은 세계 첫 시도다. 성장지향적 정보화 사회에서 벗어나 성숙한 정보문화 향유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자 노력으로 풀이된다.

 김문조 소장을 비롯한 연구팀은 “디지털 생활환경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나 가치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활동 능력이나 자원인 ‘정보문화’의 의미를 정의할 때”이며 “정보가 일상에 널리 체현되어 물질생활의 풍요는 물론이고 삶의 격과 멋이 풍미하는 ‘성숙 정보사회’라는 정책적 목표”를 세웠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IT 인프라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 종합적인 실태를 파악해 지수화할 수 있는 ‘공통 요인(Common factor)’을 찾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그런데 과연 문화현상 자체를 지수(Index)화할 수 있을까. 또 “정보문화지수라는 게 세계 정보화 경주에서 앞서가고픈 국가적 의도의 발로”라는 날카로운 지적도 있다.

 유승호 교수는 이에 대해 “문화 자체를 지수화하는 행위가 불가능하고 측정할 수도 없다는 점은 연구 초기부터의 고민이나 상대적 가치를 측정할 종합적 지수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지수체계를 개발해 새로운 지표로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김문조 소장도 “(정보문화지수가) 디지털 분야의 앞선 연구여서 국내외 관심이 높다”면서 “정보 접근지수, 기회지수, 문화지수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는 체적개념으로서 ‘정보생활의 질’을 산정해 시대별, 국가별 비교가 가능한 총체적 평가척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고영삼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사회학 박사)은 “어떤 지표에 가중치를 줄 것이냐는 점도 정보문화지수 개발의 난관”이라고 지적했다.

◆지수는 어떻게 만드나 

정보문화지수 개발 연구팀은 ‘의식적 측면’에 ‘수행적 측면’을 더해 지수체계를 산정할 계획이다. 의식적 측면을 인지적·규범적·감성적 차원으로 세분화하고 수행적 측면에 생산적·교류적·향유적 차원을 녹여내기로 했다.

 김종길 덕성여대 교수는 “행위자 표본 조사(survey)로 지수를 도출할 예정”이라며 “‘정보 생활의 질’(QoDL: Quality of Digital Life)이라는 개념에 준거해 정보문화의 완결단계를 판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지적 차원=정보화 의식·네트워크 중독의식·커뮤니케이션능력·정보생산능력 등을 가늠해보기 위한 지표들이다. 객관적 사실의 인식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 구체적으로 인터넷이 유용하다고 공감하는지, 생활 편익을 위해 인터넷을 활용할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진다. 또 댓글을 읽거나 쓸 수 없고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없거나 음란물을 볼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물어 네트워크 중독 정도를 알아볼 기준(지수)을 뽑아낸다.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봤는지,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봤는지, 지식검색시스템에서 타인의 질문에 답변해봤는지 등으로 인지적 차원의 정보생산능력도 알아본다.

 ◇규범적 차원=사이버 윤리와 신뢰에 관한 지표다. 사이버 매춘이나 ‘야동’의 찬반 여부로부터 개인 홈페이지 사진 무단 스크랩행위에 이르기까지 사이버 일탈 행위를 포괄적으로 지수화한다. 게시물 조회 수를 조작하거나 실명 표시를 하는지, ‘낚시글’을 게시해봤는지 등의 질문으로 책임의식과 진실한 정보제공 의지를 견줘볼 지수를 뽑아낼 예정이다.

 온라인 기부 참여 여부, 자신의 전문지식을 인터넷에 올리는 활동 여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친밀성 등 선행·진실성·공동체의식도 지수화한다.

 ◇감성적 차원=타인 존중·비차별성·심미성으로 분류한 지표로써 정서적 의미의 지각능력을 조사한다. 이견을 용인할 것인지, 공유파일을 업로드해봤는지, 채팅 예절(경어체)을 지킬 것인지 등을 묻는다. 대화 상대의 성별·직업·소득·나이·출신지역·교육수준에 따른 의식과 차별행위 여부도 지수화할 예정이다. 온라인 서명·애칭(닉네임)·아바타·미니홈피·블로그 등을 만들 때 타인과 차별화하려고 노력하는지 등으로 심미성도 알아본다.

 ◇생산적·교류적·향유적 차원=알고 느낀 바를 실행하는 여부를 담보해내기 위한 지표들이다. 정보 수용·교류·생산을 포괄하는 일련의 행위에 선도적(능동적)이거나 유보적(소극적) 경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반사회 사이트를 왜,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를 묻는다. 음란물이나 악성코드를 왜 만들고 유포하는지도 가늠해볼 지수를 제시할 예정이다.

 온라인 정책토론·인터넷 투표·시민운동에 참여하거나 사이버 공동체를 설립·참여하는지 등 시민행동 여부도 세부 항목이다. 이 밖에 전자상거래·미니홈페이지·블로그·게시판 등에서 나타나는 정보 생산·교류활동을 지수화할 예정이다.

 이 같은 정보문화지수들은 ‘협의의 지수’로 개발된 뒤 정보접근지수(DAI)·정보기회지수(DOI) 등과 어울려 종합적인 ‘정보생활의 질’(QoDL)로 부피를 늘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