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세계 최대 IT연구소를 이끄는 수장이 바뀌었다. 28년 간 IBM에 재직했던 폴 혼 IBM연구소장이 은퇴하고 존 켈리 3세가 IBM R&D센터 수석 부사장으로 부임한 것. 존 켈리 수석 부사장은 전 세계 5개국 8개 연구소 3200여명의 연구 인력을 총지휘하면서 IBM 미래, 더 나아가 인류와 IT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술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는 최다 특허 획득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IBM의 경쟁력을 “100년 이상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기술과 비즈니스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낸 것”라고 말했다. 다음은 켈리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5년 동안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보기술(IT)은 무엇인가.
▲너무 많다. 고민스럽지만 꼽아보자면, 첫째, 인터넷이다. 우리가 일하고 살고 노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컴퓨팅 파워와 브로드밴드 혁신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둘째, 오픈 소스 컴퓨팅 운용체계인 리눅스다. IT 지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고 오픈 소스 커뮤니티를 통한 기술 협업 시대를 열었다. 셋째, STM(Scanning Tunnelling Microscope:주사형 터널 현미경)의 발견이다. 86년 IBM이 개발, 노벨상으로 이어진 이 기술은 오늘날 나노테크놀러지의 토대가 됐다.
-IBM의 기술 투자 방향은 무엇인가.
▲최근 IBM은 혁신을 예측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했다. 이른바 ‘IBM 글로벌 이노베이션 아웃룩(GIO)’이다. IBM 내부의 기술 및 비즈니스 인력들이 외부의 리더와 전문가를 만나 새로운 산업과 시장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한 것이다. GIO는 이를 통해 △헬스케어 △정부-시민의 역할과 관계 △미래의 교통 수단 △에너지와 환경 △미디어와 콘텐츠의 미래 등 5가지 미래 기술 테마를 확보하고 시험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연구개발의 어려움은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기초 학문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연구과제와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단기적인 연구 과제를 조화, 균형을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IBM은 사업부와 연구부가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조인트 펀딩 모델부터 기술 인력이 시장까지 연구할 수 있도록 한 연구 풍토에 이르기까지 R&D 균형에 관한 한 다양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기술 인력은 기술과도 씨름하고 있지만 고객과 시장을 더 잘 이해하는 데도 적지 않은 에너지를 쏟는다.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할 IT 빅 트렌드는 무엇인가.
▲서비스공학(Service Science)의 태동과 발전을 주목하라. 40년 전 IBM은 기술 영역에 있었던 컴퓨터를 컴퓨터공학이라는 학문적 반열에 올려놓았다. 비슷한 노력을 이번엔 서비스공학에 쏟고 있다. 서비스가 시장과 산업을 이끄는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100개 대학에서 서비스공학 관련 학위가 주어진다.
◆켈리 수석 부사장은
유니온 칼리지와 런셀러폴리테크닉대에서 물리학 학사와 석사, 소재공학 박사를 취득한 켈리 수석 부사장은 80년 대 IBM에 합류, 90년대까지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 활약한다. 90년 IBM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이사, 95년 IBM연구소의 시스템 및 기술·과학 담당 부사장을 거쳐 99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부문 총괄 부사장, 2005년 기술 및 지식재산권 담당 수석 부사장 등을 맡았다.
지난 7월 IBM연구소 수석 부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IBM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한편, 전 세계 지식재산권 사업과 오픈 소스 공개 표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