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8층 가전 매장. 점원에게 스탠드형 수입 세탁기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매장 가장 안쪽에 비치된 독일 ‘아에게’의 9Kg급 드럼 제품을 소개한다. 가격을 묻자 “표시 가격은 170만원대이지만 140만원까지 가능하다”며 할인 가격부터 제시한다. 반면 매장 앞쪽에 전진 배치된 LG전자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급 드럼 세탁기들은 150∼160만원대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 국내 대표 할인점인 이마트 가전 매장. 청소기 판매대를 차지하고 있는 대다수 제품은 일렉트로룩스·지멘스·아에게 등 외산이다. 외산이지만 10만∼20만원대 제품이 주력 제품으로 전시되고 있다.
‘외산가전=명품’이라는 등식은 이제 옛말이다. 과거 부의 상징이던 외산 백색가전이 올들어 국내 시장에서 급속히 소형 보급형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대신 국산 가전이 명품 프리미엄 가전으로 자리를 꿰차고 있다.
30일 외산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외산 스탠드형 백색가전의 판매가 부진해지면서 고가 제품을 내세운 ‘명품 마케팅’을 포기하고 저가형 제품으로 주력 제품을 선회하거나 백화점 대신 할인·양판점·인터넷 등을 파고드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수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과 정반대 양상으로 불과 4∼5년 사이 외산과 국산가전업체간 달라진 위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독일 종합 가전 ‘지멘스’ 수입원인 화인어프라이언스는 430만원대 8Kg 드럼세탁기의 백화점 판매가 줄어들면서 기존 라인업을 대체할 제품 수입을 검토 중이다. 세탁기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10∼20만원대 청소기와 소형 가전을 할인점·양판점에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 전자랜드에도 신규 입점했다.
유러피안 프리미엄 가전을 표방하는 일렉트로룩스도 올해 청소기와 소형가전을 중심으로 한 할인점·양판점 확대를 핵심 유통 전략으로 내세웠다.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최근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자누시’의 소형 가전을 국내에 수입하면서 아예 할인점 이마트에만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드럼 세탁기 메이커인 아에게 수입원인 코아인코퍼레이티드 역시 한 때 연간 200억원에 육박하던 고가 세탁기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올들어 할인점을 대상으로 한 진공 청소기 판매로 전략을 바꿨다.
국내에 진출한 외산 가전 중 올해 유일하게 백화점 매출이 늘어났다는 밀레코리아의 안규문 사장은 “아에게, 지멘스 등 대다수 외산 브랜드들이 2∼3년 전부터 고가전략을 포기하고 가격을 낮춘 것이 오히려 시장 실패의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외산 가전 업체들이 명품 전략을 포기하는 것과 달리 국산 업체들은 수익률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스팀·고효율·웰빙·컨버전스 등 고기능과 ‘아트디자인’ 등 디자인 고급화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프리미엄 가전 제품의 판매 비중을 현재 50%에서 2010년까지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황정아 삼성전자 국내영업 세탁기마케팅 담당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국산 드럼 세탁기는 70만원대로 외산에 비하면 보급형이었지만 최근 삼성의 인기 제품인 최고급 드럼 세탁기의 가격이 140만원대”라며 “‘하우젠’ 론칭과 고급 디자인 적용, 공격적 마케팅의 결과 국산이 프리미엄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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