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및 산하기관들이 최근 언론사를 상대로 보도자료를 마구 쏟아내고 있다. 부처와 기관들은 실제로 매주 20∼30종에 이르는 보도자료도 모자라 예정에 없는 해명자료까지 내는 등 홍보에 열을 내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취재지원선진화 시스템’ 등으로 개방 브리핑이 도입되면서 각 부처는 기자들과 1 대1 대면보다는 자료를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쪽으로 홍보 분위기를 몰아가는 양상이다.
각 부처가 보도자료 배포에 열을 올리는 이유 가운데는 기사 노출 빈도에 따라 인사고과가 달라진다는 점도 있다. 현재 중앙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평가 항목에는 보도자료의 횟수나 양이 포함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처와 산하기관이 내는 보도자료는 ‘홍보를 위한 홍보’가 대부분이다. 하루에 네댓개씩 쏟아져 나오는 자료 가운데 언론에 기사화되는 내용은 그야말로 일부에 그친다. 기자들이 메일함에 쌓여가는 보도자료들을 ‘스팸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홍보가 진정한 대국민 홍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나 산하기관의 보도자료는 단순히 신문·방송 등에 그 성과를 노출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 위한 것이 본분일 터. 보도자료의 ‘양’보다는 ‘질’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일하는 공무원=대국민 홍보=보도자료 배포’로 이어지는 등식이 성립되면서 이러한 관행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 부처의 한 사무관이 들려준 얘기는 정부나 산하기관의 홍보 현실을 보여준다.
“일단 사업을 시작할 때 배포할 보도자료부터 구상하게 됩니다. 국제 회의가 있어 해외출장을 가거나 기업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 때도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하는 등 압박이 커요. 자료를 내고 언론에 노출돼야 내부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거든요.” 황지혜기자<정책팀>@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