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디스플레이 강국](1부)급변하는 환경①日新又日新의 신화 

LG필립스LCD의 세계 최대 100인치 TFT LCD.
LG필립스LCD의 세계 최대 100인치 TFT L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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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급변하는 환경

 1회 日新又日新의 신화

 2회 무서운 신기술들-LCD와 PDP의 진화

 3회 무서운 신기술들-차세대 디스플레이

 4회 무서운 추격자들-대만

 5회 무서운 추격자들-일본

 6회 무서운 추격자들-중국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은 ‘상전벽해’에 비유된다.

 지난 1996년 LCD로 첫발을 내디딘 이후 불과 8년만에 LCD·PDP·OLED시장의 전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양산 돌입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LCD는 6년, PDP는 4년, OLED는 불과 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년 넘게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일본이 한국에 무릎을 꿇는 시간도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벌어졌다. 지난 2004년 LCD·PDP·OLED에서 달성한 그랜드슬램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어졌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세계 최강의 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10년도 안된 짧은 세월에 한국이 변방에서 중심으로 우뚝선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은 물론 대만·중국에서도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한국 디스플레이 신화의 근간에는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보다 원천기술 개발에 뒤졌지만 부단한 연구개발로 양산기술에서는 한발 앞서간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공정기술을 디스플레이 양산에 과감히 응용하면서 생산효율에 관한 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반박자 빠른 투자와 새로운 표준 창출 등도 빼놓을 수 없다. LCD시장 첫 진입과정에서 당시 대세인 11.3인치를 포기하고 12.1인치에 도전해 표준 자체를 바꾼 것은 두고 두고 회자 되고 있다. 세계 최대 크기인 6세대·7세대 LCD라인을 한발 앞서 투자한 것도 세계 최강을 향한 최고의 승부수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 이를 발판으로 불모지였던 30인치·40인치대 TV용 LCD시장을 창출했고 100인치 LCD벽을 최초로 깨뜨리며 LCD역사를 새로 작성했다. 석준형 삼성전자 부사장은 “LCD가 10인치대 모니터용으로만 사용되던 지난 1999년 삼성전자가 영종도 신공항 오픈에 맞춰 30인치 대형 LCD를 공급하겠다고 나섰을 때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400여대를 공급하면서 지금의 대형 LCD TV와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DID) 시장의 씨앗을 뿌렸다”며 “한 사람이 북치고 장구칠 정도로 다소 무모한 도전정신과 목표 달성을 향한 부단한 혁신이 세계 최강 LCD업체로 도약하는 원천이 됐다”고 회고했다.

 PDP와 OLED가 LCD보다 짧은 기간에 선발주자인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LCD에서 경험한 과감한 혁신과 도전정신이 그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기술 혁신을 통한 빠른 수율확보는 PDP가 4년, OLED가 2년만에 세계 정상을 밟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PDP의 경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자제품 개발에서 쌓은 회로기술을 응용해 구동칩을 절반으로 줄이는 싱글스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종주국인 일본도 깜짝놀라게 했다.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 한국 OLED 산업은 여세를 몰아 한단계 진화된 AM OLED시장에서도 가장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한국의 변화와 도전은 시장 장악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연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최대 학술대회인 미국 SID에서 한국은 2005년부터 매년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며 일본·미국 등 원천기술 선진국을 누르고 논문 발표 수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40인치 전자종이 개발, 세계 최대 40인치 AM OLED 개발, 세계 최초 트리플디스플레이 개발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서도 세계 최대·최초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사장은 “미국 SID·일본 FPD인터내셔널 등 해외 디스플레이 전시회에 나가면 삼성·LG 등 국내 패널업체가 신제품을 발표하지 않으면 볼거리가 없을 정도”라며 “‘코리아’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름표를 목에 걸고 해외 전시장을 누비면 외국인들의 대접도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 최강 한국의 위상도 탄탄대로만은 아니다. 디스플레이의 부활을 선언한 일본과 후발주자인 대만이 각각 PDP와 LCD의 시장점유율에서 턱밑까지 쫓아왔고 값싼 노동력·풍부한 시장·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등 3박자를 갖춘 중국도 복병으로 떠올랐다.

 정인재 LG필립스LCD 부사장은 “한국을 벤치마킹하며 맹렬한 기세로 쫓아오는 경쟁국도 경계 대상이지만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자 요구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신기술도 숱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며 “한국이 세계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최근 화두로 떠오른 풀HD 등 고화질 패널 개발은 물론이고 인간과 교감하는 보다 똑똑한 디스플레이와 같은 신기술 개발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상용화에서도 한발 앞서 나가는 혁신 전략이 끊임없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파급효과

세계 최강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제 파급효과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내 디스플레이 총 생산액은 308억달러에 달했다. 생산규모로는 400억달러를 기록한 반도체에 이어 IT분야에서 2위를 기록했다. 272억달러의 휴대폰보다는 36억달러나 많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732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GDP의 4.2%가 디스플레이에서 발생한 셈이다. 여기에 부품·소재·장비 등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생산액은 460억달러로 늘어나 GDP의 6%를 훌쩍 뛰어 넘는다.

 디스플레이는 ‘수출효자’로도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270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8.1%를 차지했다. 374억달러의 반도체 수출액에는 못 미쳤지만 휴대폰보다는 무려 104억달러나 많았다.

 고용과 설비투자에서도 디스플레이 산업의 파급효과는 대단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디스플레이 종사자는 4만6000여명, 연간 설비투자액은 8조원을 돌파했다. 수많은 부품·소재·장비업체를 거느리는 장치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디스플레이 관련 종사자와 투자액은 이 보다 30%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용과 투자액은 지난 2000년 각각 1만9000명과 2조4000억원에서 매년 50% 가까이 폭증하는 추세다. 이상완 디스플레이산업협회장은 디스플레이 산업은 매년 급성장을 거듭해 2015년에는 100조원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LCD의 ‘세대’ 개념은 기판 크기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LCD가 처음 양산된 기판크기인 270×360㎜를 1세대로 보고 있으며, 세대가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기판 면적은 대략 1.7∼1.8배씩 커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그 만큼 LCD 기판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모니터, TV 등의 패널 수도 증가했다. 하지만 업체별 주력으로 삼는 TV, 모니터 등의 크기가 달라 몇몇 세대의 경우 기판 규격이 업체별로 약간씩 다르게 책정되기도 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