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팹리스 성공 비결]알테라, 니치마켓을 창조하고 주류로 키운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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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테라(www.altera.com)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PLD) 분야의 전문 기업으로 지난 1983년 설립됐다. PLD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당시, 창업자 4인은 반도체 업계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PLD 전문회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첫 번째 작품으로 ‘DP300’을 개발했으며, ‘Class’라는 상품명으로 현재까지 판매중이다.

알테라는 창사 이래 PLD 분야의 기술 개발에 주력, 현재 다양한 제품군을 고객들에 제공한다. 지난 2006년 현재 세계 19곳에 지사를 두고 있고 5곳의 연구개발(R&D)센터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12억85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알테라는 현재 자일링스와 함께 PLD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PLD분야 뿐 아니라 특히 팹리스 분야의 초기 기업으로 유명하다. 팹리스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일조했으며, 대표적인 파운드리업체인 TSMC와 협력 관계를 구축, 안정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평판이 났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미국 캘리포나이주 새너제이(San Jose)와 산타클라라(Santa Clara)에 가면 말 그대로 ‘실리콘’(Silicon)으로 신화를 만든 기업들이 즐비하다. 인텔, AMD, 엔비디아, 미디어텍 등을 비롯한 반도체 분야에서 상징성을 가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시원하게 뻗은 도로 옆에 자리해 있다. 그중에서도 ‘101 혁신가’(101 Innovation Drive)에 바로 알테라(Altera)라는 반도체 회사가 있다. 마치 이 회사를 상징하듯, 도로이름 자체가 ‘혁신’을 강조한다.

알테라는 시스템 설계자와 반도체 전문가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성공이야기로는 부각되지 못했다. 시스템반도체 산업 내의 주류인 주문형반도체(ASIC)의 틈새에서 시장을 만들고 키우기 위해서 정중동(靜中動) 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라는 틈새 시장을 창조=알테라는 경쟁사인 자일링스와 함께 프로그래머블반도체(PLD) 시장을 만들고 키워낸 주인공이다. 로버트 하트만, 마이클 마그라넷, 홀 뉴하겐, 짐 샌즈버리 등 4명이 지난 1983년 창업한 이 회사는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면서 20년 뒤를 내다보는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바로 PLD 시장 진출이다. 당시만 해도 사업화하면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존 P. 데이너(John P. Daane) 알테라 사장은 “80년대 초반에는 LSI로직 등 유명 회사들이 탄생하는 등 이 업계 사람들 모두가 ASIC에 집중을 했지만 알테라의 창업자들은 장기적으로 PLD가 이 시장을 역전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창업자 4인은 ASIC의 장점과 함께 단점을 파악했다. ASIC은 시제품 생산까지 돈이 많이 들고 실패하게 되면 비용 부담을 설계 회사가 모두 감당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완제품을 손에 쥐기까지 두 달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데이너 사장은 “비싼 ASIC 대신에 초기 비용은 저렴하고 제품을 적기에 출시할 수 있는 제품을 시스템 설계자에게 제공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을 실제로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과 예측으로 경쟁력 강화=창업자와 초대 최고경영자(CEO)인 로드니 스미스의 예측은 맞아 떨어졌다. 최근 20년간 대부분의 설계자들은 제품 설계 당시 프로그래머블반도체를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 됐다. 막상 시장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니 인텔, TI, 도시바 등 반도체의 거인들이 뛰어들었다. 전문업체인 자일링스, 액텔의 공격도 위협적이었다. 데이너 사장은 “정확한 예측과 동시에 실행에 집중한 것이 경쟁사를 따돌린 원인”이라며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고객사들의 요구를 듣고 이들에게 맞췄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년 뒤에 시스템 설계자들이 어떤 반도체를 요구할지를 내다보며, 현재 엔지니어들이 불편한 점을 수정할 수 있도록 개발 소프트웨어 등을 과감하게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너 사장은 “경쟁사들이 칩에만 주력할 때 알테라는 개발도구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등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알테라, 자일링스가 자웅을 다투고 액텔, 싸이프레스 등이 추격하는 모습일 뿐, 소위 칩 자이언트들은 시장에서 찾기 힘들다.

알테라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프로그래머블반도체가 덜 쓰인 자동차 제조, 디스플레이 분야,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에서 영업전선을 강화할 계획이다. 시장을 점점 넓혀,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판세를 바꾸겠다는 태세다.

◇틈새에서 주류로=알테라는 더 이상 틈새에 머물지 않고 시스템반도체 주류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ASIC 자체를 대체해보겠다는 생각이다. ASIC 시장은 PLD 시장보다 대체로 3∼4배 크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가 ASIC 전단계나 소량만 생산되는 고가의 시스템에만 들어갔지만, 저가의 제품으로 주류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전략이다.

알테라는 자일링스와 경쟁하며 이 시장 공략을 위해 저가 제품인 ‘하드카피’ 시리즈를 내놨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이지만 저가형 제품으로 대량 생산에 들어가도 ASIC이나 범용칩(ASSP) 수준의 효율을 내게 되면, 주류와 비주류간의 역전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데이너 사장은 “알테라는 지난 4년간 평균 16%씩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10% 중반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이를 위해 특히 무선통신산업 등을 중심으로 하드카피 솔루션의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SIC 시장이 급속하게 시스템온칩(SoC)으로 발전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알테라도 이에 대응해 시스엠온프로그래머블칩(SoPC)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대응하는 등 변신을 위한 혁신을 추진중이다.

알테라는 앞으로도 ASIC 시장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ASIC 및 ASSP를 대체할 수 있도록 반도체설계자산(IP)을 공급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고객이 원하는 모든 IP를 공급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생태계가 갖춰질 것으로 기대하며, ‘101 혁신의 거리’(101 Innovation Dr.)에서 연구개발(R&D)에 몰두하고 있다.

새너제이(미국)=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주요 용어 설명>

프로그래머블반도체(PLD·Programmable Logic Device)=전자제품 등을 설계할 때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대로 반도체의 회로구조를 바꿀 수 있게 제조된 칩이다. 공CD에 콘텐츠를 집어넣는 것처럼 반도체 내부의 회로 설계를 가능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복잡한 공정을 거치지 않고도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다.

주문형반도체(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특정 시스템 제조사의 요청을 받아 특정한 기능을 발휘하도록 제작된 칩을 말한다. 최근에는 보통 여러 가지 기능을 단일 칩에 설계, 시스템 자체를 회로화 한다는 의미에서 시스템온칩(SoC)으로 불리기도 한다.

법용칩(ASSP·Application Specific Standard Products)=어떠한 시스템 설계 회사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표준화된 반도체를 말한다. 칩과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서 제품에 적용하면 사용이 가능하게 한 것으로 보통 처음에는 ASIC으로 개발됐다가 확산하는 경우가 많아, ASIC의 일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반도체설계자산(IP·Intellectual Property)=반도체 회로 설계시 사용할 수 있는 지적재산권 말한다. 회로 설계시에 가져다가 쓸 수 있도록 시장에서 기능이 검증된 설계도라고 보면 된다. 칩 설계시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할 부분만 직접 개발하고, 보조 기능은 IP를 구매해 쓰면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고 및 출시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존 P. 데이너 알테라 CEO 인터뷰: 어려웠던 선택, 팹리스의 길>

“알테라는 프로그래머블반도체 시장을 만든 것뿐 아니라,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반도체 사업 모델을 만들어냈습니다. 80년대 초반 반도체 업을 하면서 쉽지 않은 중대한 선택을 한 것입니다.”

존 P. 데이너(John P. Daane) 사장은 어쩌면 알테라가 팹리스가 아닌 종합반도체 회사가 될 뻔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창업자 4인이 그렸던 그림 속의 알테라에는 팹(Fab·공장)에 대한 얘기가 있었다는 것. 초대 CEO로 부임한 로드니 스미스가 고용 계약서를 쓸 때, 팹리스가 아니면 취임을 하지 않겠다고 버텼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스미스 초대 사장은 팹을 가지고 있으면 회사의 결정이 늦을 수밖에 없어, 기민하게 대처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또 재고가 많아지면 경영관리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할 거 같은 결정이지만, 당시만 해도 공장 없이 사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 공장을 가진 종합반도체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 팹리스 업체에 친절하게 제조라인을 지원하긴 했다. 그러나 고정적인 파운드리 서비스가 아니라, 결국 호황기 때는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상존했다. 세계 1위의 전문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창업이 1987년도이니, 알테라 창업 당시 팹리스 산업의 열악한 상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데이너 사장도 “당시 설립된 많은 팹리스 업체들이 사업 초기 실제로 어려움 겪었고, TSMS와 UMC 등 전문업체 등장 이후 도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알테라는 창업부터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보고 팹리스, 프로그래머블반도체에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특히 새로운 산업(New Industry)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그는 한국의 팹리스들도 새로운 산업군이 요구하는 기술 개발을 하면 글로벌 팹리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발 앞선 혁신을 한국업체에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