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노무현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차례의 회의를 갖는 동안 남북대표들은 평양 만수대의사당과 인민문화궁전 등에서 정치·경제·사회·경제·문화예술 등 7개 분야별로 간담회를 열고 구체적인 남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남북 경협 수준이 한단계 높아져야 한다.”-북측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북측의 제도적 조건과 투자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남측
3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대기업 대표 간담회에서 나온 대화 내용이다. 이 간담회에는 남측에서는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북측에서는 한봉춘 내각 참사를 단장으로 장우영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장, 조현주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책임참사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북측은 그동안의 남북 경협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한편 경협 확대를 적극 요청하기도 했다. 1차 산업과 임가공 중심의 경제협력을 생산적인 투자협력 단계로 올려야 하며, 민족 공동번영과 이익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북측의 한 대표는 “통크게 사업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며 대기업의 전향적인 대북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남측 대표단은 북측의 제도적 조건과 투자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북측에 투자해 생산된 제품이 제3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만큼 국제적 기준과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과 함께 상사 분쟁시 이를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점을 들기도 했다. 아울러 북측이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총수들이 이 문제들이 해결되면 경협에 적극 나설 의향이 있음을 암시한 것이어서 정상회담에서의 합의 결과가 다시 한번 주목되는 대목이다.
경제분야 업종별 대표 간담회에서도 남북 경협 활성화를 위한 선결과제들이 여럿 제기됐다. 1시간 동안 열린 간담회에 남측에서는 경세호 섬유산업연합회장을 대표로 한 10명의 기업인들이, 북측에서는 차선모 육해운성 참모장을 단장으로 10명이 참여했다. 경세호 회장은 “남북경제는 상호보완적 구조를 형성하며 남측의 투자와 북측의 경제발전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때 지속적으로 동반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상생의 협력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남측의 기업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 회장은 이를 위한 조건으로 남북간 △자유로운 통행의 보장 △통신선 확충과 자유로운 이용 △체결돼 발효된 투자보장 합의서와 상사분쟁 해결에 관한 합의서의 실질적 이행 등을 제시했다.
김기문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장(중소기업중앙회장)도 “개성공단이 동북아의 중심공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통행, 통신, 통관 등 3통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중국 개방의 상징인 심천공단을 모델삼아 24시간, 365일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해야만 국제적인 공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성공단 통신용량도 현재 653회선에 불과한 실정이며, 남측과의 업무연락을 위해 e메일과 휴대폰 사용이 허용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북측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 총국장은 경협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협력수준이 올라가면 그러한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재현 토지공사 사장은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의 조기 착수를 위해 사전 준비를 완료한 상태”라며 “개성공단 1단계 탈락기업 200여 업체의 입주 수요와 4년여의 공사기간을 감안할 때 사업의 조기 착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또 “모든 기반시설을 갖추고 법, 제도적 지원을 보장하는 특구방식이 대북투자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유력한 대안임이 개성공단을 통해 입증됐다”면서 “북측의 주요 지역에 경제특구를 추가 조성해 남측 기업의 투자 확대를 제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단체·언론 분야 간담회에서 남측은 “개성에 남과 북이 공동으로 영화 방송 세트장 또는 영화 제작센터를 만들자고 해 긍정적인 답을 얻었다. 또 신문 방송의 언론부문에서 남측은 서울과 평양에 상주 특파원제도를 도입하는 방안과 함께 평양에 프레스센터를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문화·예술·학계 간담회에서는 남북간 문화교류 확대에 뜻을 같이했다. 이세웅 예술의 전당 이사장은 “문화교류는 각자의 것을 나누는 수준을 벗어나 남북의 재능 있는 인재들이 함께 모여 예술을 창작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단계로 질적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남북간 국책연구소장 교류를 제안하기도 했으며 또한 개성에 문화 교류 및 공동작업을 위한 문화학술멀티플렉스 건설 이야기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합의문은 오늘 발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3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 열린 2차 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평양 체류 일정을 하루 연장, 오는 5일 서울로 돌아갈 것을 전격 제안했다. 이에대해 남북은 2박3일 일정은 그대로 소화하되 정상회담 합의문 발표시점을 3일 오후에서 4일 오전으로 연기하자는 선에서 합의했다. 청와대측은 김 위원장의 제안이 회담을 보다 충실히 하자는 취지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9시34분부터 2시간여동안 진행된 1차 회담에서는 남북경협의 확대를 통한 경제공동체 건설 그리고 북핵문제와 군사적 긴장완화 등 포괄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오후 2시가 넘어 시작된 2차 회담에서는 큰 틀의 의제에 대한 세부 사항을 집중 조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정상은 특히 개성공단과 경의선 철도, 금강산 관광지역 등 3대 경협사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남북경협 활성화를 통한 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해 해주와 남포 등에 제2의 개성공단을 조성하거나 특구를 개발하는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1차 정상회담은 당초 예상시간인 오전 10시보다 26분 앞당겨 시작됐으며, 소수의 배석자만이 참석한 단독회담 형식으로 열렸다. 배석자로는 남측의 경우 권오규 경제부총리,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북측에서는 김양건 통일전선부 부장이 참석했다. 권 부총리의 배석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경협의 확대를 통한 경제공동체 건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위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상회담과 별개로 7개 분야별로 남북간 별도의 간담회도 열렸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대표들은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북측 한봉춘 내각참사와 만나 대북경제협력, 투자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2일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은 뒤 평양에 도착했다. 노 대통령은 평양 도착 직후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김 위원장의 직접 영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평양 도착성명을 통해 “이제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이 땅에 평화의 새 역사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평화를 위한 일이라면 미루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정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