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팹리스 성공 비결](4)엔비디아, ­거대기업과 승부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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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매출 30억7000만 달러(한화 2조8000여 억원). 최근 3년간 경이적인 627.7%의 수익률. 2007년 올해의 기업(EE 타임즈),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톱40(와이어드), 전미 TV 아카데미 기술공학 에미상 수상.

3D 그래픽칩 시장의 최강자 엔비디아를 설명하는 문구다. 그래픽칩 시장에서만큼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인텔이 올 2분기 PC 그래픽칩 출하량에서 37.6%를 차지하며 32.6%를 기록한 엔비디아를 여전히 앞섰지만 인텔이 주력하는 메인보드 내장형 그래픽칩 수요를 제외한다면 고성능 그래픽 카드용 칩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독보적이다. 더욱이 AMD와 인텔의 치열한 성능 및 가격 경쟁으로 수익률이 점차 줄어드는 CPU 시장과 달리 고성능 그래픽칩의 가격은 계속 상한가를 치고 있어 엔비디아의 거침없는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4살에 불과한 ‘다윗’ 엔비디아가 그래픽칩 시장에서만큼은 ‘골리앗’ 인텔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엔비디아는 기술기업이 갖춰야할 덕목을 모두 갖췄다.

◇끊임없는 혁신=엔비디아의 역사는 ‘혁신(Innovation)’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된다. 1993년 창업 당시 PC 시장은 2D 그래픽 중심이었지만 엔비디아는 ‘3D가 갈 길’이라며 모든 역량을 3D에 쏟아붓는다. 물론 과감한 혁신은 2D 표현능력 부족으로 이어지며 초창기 시장에서 고전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타 업체들이 ‘3D의 중요성’을 인식했을 때 엔비디아는 이미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은 곳에 깃발을 꽂은 후였다.

특히 엔비디아는 6개월마다 후속 제품을 내놓으면서 타업체와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3D 그래픽칩 하나를 개발하는데 18개월이나 걸리지만 엔비디아는 개발팀 3개를 동시에 운용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6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았다. 어느 시점에서 한 업체가 고성능 제품을 선보이더라도 그때뿐, 6개월만 지나면 엔비디아의 후속제품에 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조금만 마음을 놓으면 30일 안에 시장에서 튕겨나갈 것”이라는, 어쩌면 편집증까지 느껴지는 젠슨황 CEO의 발언은 엔비디아의 기업 문화가 뼛속까지 ‘혁신’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팹리스 기업의 자산은 사람=‘사람을 키워라.’ 기술기업에는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쉽지 않은 얘기다. 특히 인텔 CPU의 2배인 6억8100만개 트랜지스터의 고집적 3D GPU를 설계해야하는 엔비디아에게는 사람이 재산일 수 밖에 없다. 기술자의 이직은 곧 기술력의 유출이다. 때문에 엔비디아는 직원의 70%를 차지하는 개발 연구원들에게 최고의 지원을 보장한다.

엔비디아는 모든 직원을 회사의 주인으로 만드는 간단한 방법에서 해법을 찾았다. 엔비디아의 모든 직원은 입사하는 날부터 회사 주식을 갖는다. 회사가 살면 자신도 살고 회사가 죽으면 자신도 죽는다는 단순 논리다.

반면 직원들이 오로지 회사만을 위해 일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경력이 쌓인 직원은 업무량의 50% 정도를 자기 역량 강화를 위해 쓰게끔 하고, 개인 목표 달성 성과에 따라 보상을 해주는 ‘리더스(Leaders)’ 제도를 운영중이다. 엔비디아는 엔지니어가 가장 일하고 싶은 실리콘밸리 기업 중 하나다.

◇핵심기술은 하나, 적용범위는 무한대=한때 잘나가던 팹리스 업체가 어느 순간부터 성장에 정체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 하나의 히트 상품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해당 시장이 정체하면 사업 전체가 고전하는 것이다. 마이클 하라 커뮤니케이션·IR 담당 부사장은 “점유율 일등 상품을 갖고 있더라도 그 시장 자체가 매년 5%만 성장한다면 다른 사업을 찾아봐야 한다”며 “CPU 시장의 최강자인 인텔의 고민도 바로 이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3D 그래픽’이라는 핵심기술을 토대로 적용 플랫폼 다양화에 성공하면서 끊임없이 성장동력을 만들어왔다. 데스크톱 PC용 그래픽 칩을 시작으로 노트북, 비디오게임기, 모바일기기, 심지어는 의료기기와 군사용장비에도 엔비디아의 3D 그래픽칩이 들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게임기에 그래픽칩을 공급해 큰 수익을 얻은 게 대표적인 멀티플랫폼 성공사례다.

현재 엔비디아가 주목하는 부문은 모바일이다. 창업 당시 아무도 PC 그래픽의 급격한 3D화를 예상하지 못했듯 휴대폰 그래픽도 어느 순간부터 고품질 3D로 넘어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모바일이 끝이 아니다. 고성능 3D 그래픽이 필요한 분야라면 어떤 플랫폼이던지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산타클라라(미국)=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

◆인터뷰-마이클 하라 커뮤니케이션·IR 담당 부사장-실수 앞에 솔직하라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빨리 인정하고 이를 새로운 자산으로 만들어내는 솔직함이 엔비디아의 성공을 이끌어온 원동력입니다.”

마이클 하라 커뮤니케이션·IR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의 강점은 ‘실패’를 바라보는 독특한 태도”라고 설명했다. 기술기업이 필수로 갖춰야할 ‘혁신(Innovation)’에는 항상 ‘위험(Risk)’이 따르기 때문에 한순간의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문제점을 고쳐나가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것이다.

그는 “엔비디아의 첫 제품은 지나치게 혁신적이어서 실패했다”며 “다른 기업 같으면 서로 비난하기 바빴겠지만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발빠른 원인 분석을 통해 다음 제품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하이테크 산업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탓할 시간조차 아깝다는 단순한 논리다.

마이클 부사장은 이를 ‘지적인 솔직함(Intellectual Honesty)’이라고 표현했다. ‘지적자산(Intellectual Property)’으로 먹고 사는 팹리스(Fabless) 반도체 회사의 필수 덕목이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기술개발 연구원들이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탄생시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우리는 수익의 16%를 항상 연구개발에 투자합니다. 남들이 검증해 놓은 것을 안전하게 따라가는 대신 엔비디아는 주도적으로 시장의 룰(Rule) 자체를 바꿔나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처럼 엔비디아는 창업 초기부터 ‘기술’과 ‘솔직함’이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살아왔다.

인터뷰 내내 확신에 가득한 모습으로 엔비디아의 미래를 전망하는 마이클 부사장의 모습에서 창업 초기 40여 개에 이르던 경쟁업체를 모두 물리치고 승자의 자리에 우뚝 선 엔비디아의 여유로움이 배어났다.

<엔비디아는>

엔비디아(www.nvidia.com)는 프로그래머블 그래픽 프로세서 선도기업이다. 1993년 설립됐으며 강력한 ‘혁신’ 전략으로 3년 만에 업계 최고로 부상한다.

엔비디아(NVIDIA)는 n번째, 즉 최고의 경지에서 비디아(라틴어로 비디오라는 뜻)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중앙 눈 모양의 왼쪽은 2D로, 오른쪽은 3D로 디자인한 로고는 엔비디아가 세상을 2D에서 3D로 이끈다는 표현이다.

1998년 그래픽칩 100만개 출시를 기념한 지 1년만인 1999년에 1000만 프로세서를 출시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했다. 2000년에는 마침내 ‘부두 시리즈’로 명성을 날렸던 한때의 호적수 3Dfx의 그래픽 관련 사업부를 인수하며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산타클라라 본사를 중심으로 전세계 42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2002년 3월 공식 설립된 한국지사에는 30여 명의 직원이 근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