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속도의 인터넷을 서비스하는 나라. 그러면서도 이용 요금은 세계 최저인 인터넷 천국. 바로 일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기획기사를 통해 일본 인터넷 시장의 특이한 발전상과 그에 따른 문제점 등에 대해 중점 보도했다.
◇묻지마 투자=일본에서는 현재 800만명이 기존 DSL보다 30배 빠른 ‘광인터넷 서비스’를 세계 최저 요금으로 즐긴다. 일반 고객들은 좋을지 몰라도, 막대한 돈이 투자되는 광인터넷 인프라 확충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지는 곱씹어봐야 한다고 NYT는 꼬집었다.
실제로 일본내 가정용 광랜시장의 70%를 점하고 있는 NTT의 주가는 과잉투자와 지나친 요금 인하로 맥을 못추고 있다. 다른 사업자들 역시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에도 불구, 인터넷 사업서 하나 둘 철수하고 있다.
마테오 보테시 액센추어 기술 컨설턴트는 “일본 통신 대기업에 단기 수익은 관심 밖이다”며 “흡사 1960년대 신칸센 공사를 강행하던 때와 유사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가사업, 법적 한계 직면=광통신 인프라 확충의 또 다른 이유는 이를 통해 인터넷폰·TV 등 부가서비스를 창출하고 HD급 영상회의 장비 등 관련 산업 진흥까지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부가서비스 이용 고객은 극소수다. 인터넷은 KDDI를 이용하면서도, 전화는 NTT를, TV는 스카이퍼펙트를 각각 따로 쓰는 식이다.
NTT 자체 조사에 따르면 600만 자사 광인터넷 서비스 가입자의 절반 정도만이 자사 인터넷전화를 이용한다. 인터넷TV 등 비디오 서비스 이용자 역시 4만3000명뿐이다. 미국 버라이즌 광인터넷 가입자의 절반이 인터넷TV 패키지 서비스를 이용하며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이 인터넷전화도 동시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법적 한계 때문이라는 게 NYT의 분석이다. 버라이즌이나 AT&T 등 미국 통신업체들은 TV상품도 자유롭게 판다. 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통신과 방송이 법으로 엄격히 나눠져 있다. 따라서 NTT는 스카이퍼펙트의 프로그램을 단지 재판매할 뿐이다. 이같은 규제는 통신업체의 신규사업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소비자 역시 불편하다. 요금 우대도 못받는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광통신망을 근간으로 한 ‘유비쿼터스형 파생상품’ 개발이 최근 일본 인터넷 업계의 새 화두다.
오가와 카즈히코 NTT 네트워크전략부장은 “잠만 자고 있으면 맥박과 혈압이 병원에 자동 전송되는 히타치의 u침대나 파나소닉의 아동보호용 전자태그는 NTT의 광통신 백본망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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