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침대? 과학이 아닌 전자제품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아이작 아시모프의 공상과학소설 ‘환상의 항해’를 영화화한 ‘이너 스페이스’에 등장하는 체내로 들어가는 작은 잠수정. 2054년 미래의 범죄예방 시스템과 인간의 삶을 다룬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조작되는 컴퓨터와 3차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공상과학영화를 처음 볼 때 이런 기술과 제품은 정말 먼 미래의 일로 생각했다.
그러나 기술발전으로 영화적 상상력은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서페이스’는 일반적인 탁자에 멀티 터치스크린 기술을 접목, 엔터테인먼트 디지털기기로 바꿔놓으며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상상을 실현시켰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생체리듬과 혈당검사시스템이 내장된 침대가 개발돼 건강관리를 맡아주는 시대도 올 것이다.
디지털은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혁신적이고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는 성장동력이다. 200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드워드 C 프레스캇 교수는 “디지털혁명이 향후 100년간 세계경제의 성장 원천이 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9일 디지털신기술과 첨단 IT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2007 한국전자전’이 개막된다. ‘Home to New Digital Life’라는 주제로, 기존에 비해 해상도를 2배 높인 1080P 풀HD TV에서부터 이너 스페이스에 등장했던 나노 캡슐형 내시경도 전시된다고 한다.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사장은 여러 제품과 기능이 하나로 구현되는 디지털 컨버전스를 화두로 향후 전자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이제 디지털전자산업은 NT·BT 등 타 기술과 융합돼 개별기술이 넘지 못했던 한계를 극복하고 신산업을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전자산업은 2005년에 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했고 전체 수출의 35% 이상을 차지하면서 우리 경제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휴대폰·디스플레이는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반영하듯 일본의 소니와 샤프, 중국의 하이얼도 ‘한국전자전’에 참여, 치열한 기술경쟁과 마케팅을 펼친다고 한다.
정부는 이렇게 기술변화가 일상화되고 치열한 글로벌경쟁의 상황에서도 우리 전자산업이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핵심·원천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창의적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들고 세계를 무대로 기업경영을 할 수 있는 ‘개방형 산업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또 전시회의 대형화를 통해 전자산업의 해외 마케팅을 제고하고 세계를 놀라게 하는 한국의 전자산업을 선보이는 ‘명품 전시회’로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8월 국내 3대 전자전인 한국전자전-반도체디스플레이전-정보디스플레이전을 통합, 내년부터 공동 개최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전자산업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 전자전시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자산업과 전시산업 관계자 모두가 협력해야 될 것이다.
2009년은 우리나라 전자산업 정책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전자공업진흥 8개년 계획’이 마련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전자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침대가 전자제품이 되는 미래 디지털라이프를 우리 기술로 실현하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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