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IT코리아2.0] (3부) ⑪ 정보화 역기능 예방

 인터넷 중독을 비롯한 정보화 역기능 예방에 눈 돌릴 때다. 지난 8월 10일 LG CNS 상암IT센터에서 네티즌으로 자라날 어린이들이 정보화 교육을 받고 있다.
인터넷 중독을 비롯한 정보화 역기능 예방에 눈 돌릴 때다. 지난 8월 10일 LG CNS 상암IT센터에서 네티즌으로 자라날 어린이들이 정보화 교육을 받고 있다.

 세계 선두권인 우리나라 정보화 속도만큼이나 사이버폭력과 범죄, 불법 및 청소년 유해정보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터넷 중독에 시름하는 이들도 많다. 온라인게임에 심취하다 못해 ‘폐인’이 된다. 참여 정부는 이에 주목, 정보화 역기능을 예방해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정보화 역기능 예방사업은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에 국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그러나 돈(재정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또 정부가 앞장선다고 해서 ‘문화’(정보화 역기능 현상)까지 덩달아 좇아갈 리도 없다. 어느 매듭부터 풀어야 할까.

 

 #1 아리따운 긴 머리 여인이 미용실로 들어선다.

 #2 “어떻게 해드릴까요?”란 미용사의 물음에 “짧게 잘라주세요”라고 대답한다.

 #3 꽃잎이 뚝뚝 떨어지듯 머리카락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여성 4인조 대중가요그룹 ‘핑클’로 활동하며 유명해진 이진씨가 올해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선보인 노래 ‘머리를 자르고’ 뮤직비디오의 도입부다. 동영상 서비스 전문 인터넷사이트인 판도라TV에서 조회 수가 무려 348만건을 넘어서며 올 상반기 2위에 올랐다.

 그 동영상(뮤직비디오)을 본 당신의 느낌은 어떤가. 애잔하고 측은한 마음이 가슴에 와닿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건전한 네티즌’에 가깝다.

 그러나 조회 수가 348만건을 돌파한 속내는 달랐다. 대중가수로서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한 이진씨의 ‘얼굴이 많이 바뀐 것 같다’는 일부 네티즌의 주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니 ‘성형수술의혹’으로 번졌던 까닭이다. 일부 적극적인 네티즌의 비웃음(댓글)이 폭주했고 때론 비난까지 일었다. 이진씨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음은 물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비방을 서슴지 않는 ‘악성 댓글’로 청소년의 자살을 부르고 명예훼손 공방이 법정으로 번지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비롯한 정보화 역기능 예방책을 서두를 때”라고 말했다.

 참여 정부는 실제로 정보화 역기능 예방을 위해 지난해 77억4000만원, 올해 101억8800만원을 투입했다. 다음 정부가 쓰게 될 내년 예산(안)에도 133억원을 반영해놓았다. 관련 예산은 △정보화 역기능 예방교육 △불건전 정보유통 방지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 △사이버 범죄 예방교화 △건전한 사이버 문화 조성 등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인터넷 게시판에 콘텐츠를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 본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도입한 ‘제한적 본인확인제’도 내년부터 ‘본인확인 종합시책’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특히 20억원을 들여 ‘인터넷 중독 예방 전문지원센터(가칭)’ 2개를 새로 설립하기로 했다. 인터넷 중독을 예방하고 재활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전문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인식의 발로다.

 구체적으로 △임상심리사 등 전문성 강화를 통한 중독 클리닉 운영 △전문상담사 양성 △지역 학교 대상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 및 상담 △지역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센터장을 중심으로 상담·교육·재활지원·기획홍보·행정 등으로 실무팀을 구성한 뒤 10명 안팎의 인터넷중독상담사·임상심리사·예술심리치료사를 확보할 계획이다.

 정통부는 우선 광역자치단체 2곳에 ‘모델형 인터넷 중독 예방 전문지원센터’를 설립할 방침이다. 정통부가 인건비·시설구축비·사업운영비 등으로 10억원을 각각 지원하되 광역자치단체로 하여금 400평 규모의 건물 확보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정부가 모델형 센터를 1년 동안 지원한 뒤에는 운영책임을 해당 지자체에 완전히 이관하게 된다. 또 시범사업 후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로 유관 센터를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 정보사회문화 전문가는 이와 관련,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과 7개 지방 체신청에 이미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어서 중복 투자 및 업무 중복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청소년위원회에서도 올해부터 전국 137개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인터넷 중독이나 사이버 범죄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며 중복 투자를 우려했다.

 고영삼 KADO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장(사회학 박사)는 이에 대해 “인터넷 중독을 비롯한 정보화 역기능이 사회적 문제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현재 구조(상담센터)로는 ‘은둔형 외톨이’처럼 방문 상담이 필요하거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곳까지 소화하기에는 미약하다”며 “기존 센터와 새 센터가 △국가적·정책적 차원의 (정보화 역기능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자발적인 정보화역기능 해소 시스템 필요하다"

 “IT 사업자·언론·민간단체 등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범국가적 정보화역기능 해소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자발적 자정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50)은 “앞으로 국가 정보화 정책은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국민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기회를 확산시키는 동시에, 국민 모두 안전하고 건전하게 정보화 혜택을 향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 “성공적인 정책 집행을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협력시스템 구축을 통한 예방활동이 필수적”이고 말했다.

 새로운 양상의 정보화 역기능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기존의 법·제도를 정비하는 한편, 각 기업 및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정보통신윤리 네트워트’를 더욱 공고히 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

 손 원장은 “특히 청소년의 삐뚤어진 정보문화가 많은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만큼 가정과 학교·사회가 모두 협력해 정보화 역기능 해소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보문화진흥원에서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2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개소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형 인터넷중독 진단척도(K-척도)와 청소년 게임진단 척도 등을 개발해 통계청이 공인하는 중독자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생애주기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 개발 등도 진행하면서 실질적인 정보화 역기능 해소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와함께 2002년 이후 전문상담사 580명을 양성해 79개 상담기관에서 작년 한해 동안 5만건이 넘는 상담·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30여만명의 학생 및 교사·학부모 대상으로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도 실시한다.

 향후 추진 과제에 대해 손 원장은 특히 “중독예방 및 치료 전문교사 양성을 확대해 잘 드러나지 않는 은둔형 중독자에 대한 방문서비스 등 맞춤형의 서비스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디지털 문화가 소비적으로 흐르지 않고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때에 국민 모두에게 정보 문화에 대한 자각이 형성되고, 나아가 정보화 역기능이 발생하기 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