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기술격차
LCD와 PDP의 국가별 기술격차는 얼마나 될까.
한국산업기술재단이 지난해 전문기관에 의뢰해 분석한 국가별 디스플레이 기술경쟁력 비교에 따르면 한국은 LCD에서는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보였으나 PDP에서는 10%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수율·생산능력 등 양산기술에서는 일본을 앞질렀으나 특허·R&D 등 기초원천기술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LCD는 한국의 기술경쟁력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도 종합평가에서 100을 차지해 비슷했으며, 대만이 96으로 근소한 차이로 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항목 평가에서는 각 분야 한국의 경쟁력을 100으로 산출했을 때 일본은 수율과 생산능력이 각각 99, 89로 한국에 뒤졌지만 특허와 R&D에서는 102와 106으로 한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PDP는 종합평가에서 한국을 100으로 산출하면 일본은 110으로 크게 앞섰으며, 대만과 중국은 나란히 80으로 경쟁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PDP 역시 한국은 생산능력에서는 일본을 조금 앞섰지만 특허와 R&D에서는 20포인트나 크게 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한국이 기초원천기술분야에서 일본에 뒤지면서 향후 첨단 제품을 개발할 잠재력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서운 신기술들LCD·PDP 기술전쟁
LCD와 PDP로 대변되는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은 요즘 기술전쟁이 한창이다. 지금까지 시장 주도권 경쟁의 승부를 대량생산을 이용한 단가 인하에 맞췄다면, 이젠 누가 더 우수한 성능을 구현하느냐에 좌우되는 양상이다. 소비자가 좀 더 비용을 치르더라도 화질이나 성능이 뛰어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전쟁은 비단 디스플레이 성능 향상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무한경쟁으로 인한 판가급락이 지속되면서 혁신적인 제조원가 절감 기술 확보 역시 발등의 불로 떠오른 상태다. 양산경쟁에서 한국에 뒤진 일본업체가 첨단 기술로 부활을 벼르는 것도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LCD와 PDP업체는 대외적으로는 성능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뼈를 깎는 원가 절감을 실현하지 못하면 자칫 경쟁에서 도태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LCD와 PDP업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서로의 약점을 보완한 신제품 출시 경쟁을 본격화하는가 하면 혁식적인 원가 절감 모델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한국과 독일에서 나란히 열린 IMID와 IFA쇼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LPL) 등 LCD업체가 잔상현상을 최소화한 120㎐ LCD를, 삼성SDI·LG전자 등 PDP업체는 휘도를 높인 고효율 PDP를 각각 대표주자로 내세워 ‘기술전쟁’를 주도했다.
원가 절감 기술경쟁은 신제품 발표 주기 단축으로 나타나고 있다. LPL이 올해 들어 벌써 세 차례에 걸친 원가 절감 모델을 선보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SDI는 극한 기술로 평가받던 풀HD 싱글스캔 PDP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개가도 올렸다. 이충훈 유비산업리서치 사장은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업체의 사활을 건 화질과 원가 절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디스플레이 간 화질이나 제조원가의 우열이 거의 사라지는 양상”이라며 “이젠 보다 새로운 부가 기능이나 성능 구현이 시장 확대의 중요한 경쟁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기술을 적용한 국내 업체의 실험작은 시제품 형태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PL은 터치스크린 센서를 내장해 단순하게 정보를 보여주는 디스플레이를 넘어 인간과 상호교감하는 ‘스마트 LCD’로 발전시킬 태세다. 홀로그램 기술을 접목해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여러 화면을 동시에 재생할 수 있는 상업용 디스플레이의 상용화도 급진전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강국 부활을 벼르는 일본 업체의 신기술 도전도 만만치 않다. 샤프·마쓰시타 등은 한국업체들이 미처 개발하지 못한 초박막 LCD와 PDP 개발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샤프는 지난 8월 IFA쇼에서 두께가 2㎝에 불과한 52인치 LCD모듈을 선보였고 히타치는 이보다 1㎜ 더 얇은 1.9㎝의 LCD모듈을 최근 개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초박막 LCD모듈은 기존 10㎝ 안팎의 LCD모듈보다 무게를 크게 줄여 20㎏ 이상의 대형 TV를 벽에 설치하는 것을 불안해하는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DP에서는 마쓰시타가 올해 초 두께를 45%나 줄인 1.8㎜ 초박막 기판유리 기술을 최초로 상용화해 가벼운 PDP TV로 시장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마쓰시타·히타치 등 일본 PDP업체는 풀HD PDP도 한국 업체보다 6개월가량 빨리 출시해 시장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업체는 양산경쟁에서 한국에 추월당했지만 첨단 신기술로 휴대폰 등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여전히 독주체제를 놓지 않는 저력까지 보이고 있다.
한수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이 기술 리더십 재탈환에 안간힘을 쓰고 LCD를 중심으로 대만·중국 등의 기술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면서 한국 LCD와 PDP 산업의 기술경쟁력도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라며 “한국이 그동안 양산 기술에 집중된 R&D 역량을 기술 주도형 연구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하면 급변하는 소비자와 시장 환경에서 주도권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친환경 기술경쟁도 후끈
LCD와 PDP의 기술경쟁에서 성능과 원가절감 못지않게 중요한 테마가 친환경 기술이다. EU·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등을 발효하며 환경규제에 앞다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PDP는 격벽·상하판 유전체 등에 인체에 유해한 납을 사용해왔고 LCD도 주로 수은이 포함된 냉음극형광램프(CCFL)을 광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EU는 2010년 이후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납·수은 등의 유해물질 사용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어서 친환경 기술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친환경 기술에서도 일본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쓰시타는 올해 초 모든 PDP 생산과정에 납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클린 디스플레이’라는 마케팅 공세까지 펼치고 있다. LG전자·삼성SDI 등도 무연 PDP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상용화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다.
LCD에서도 일본 샤프가 지난해 처음으로 수은이 포함되지 않은 LED광원을 이용한 노트북PC용 LCD를 선보이며 기선 제압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도 이를 감안해 최근 LED 광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친환경 기술은 친환경 소재와 부품으로 구현되는만큼 협력업체와 공조체계도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삼성코닝정밀유리는 비소·안티몬·바륨 등 중금속과 염소·불소·브룸 등 잠재적 유해물로 꼽히는 할로겐 화합물을 배제한 8세대용 친환경 LCD 기판유리를 생산, 삼성전자에 공급 중이다.
남신우 삼성코닝정밀유리 마케팅팀장은 “EU 등 주요 국가의 환경규제에는 제품의 재활용이나, 재설계에 이르기까지 중금속 제거를 위한 비용증가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친환경 기술은 단순한 활로 확보를 넘어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상황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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