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지하철에서는 되나∼요?” 과거 5개 이동통신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시절 유행했던 TV 광고의 문구다. 갑자기 웬 광고 이야기냐고 갸우뚱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당시 이동통신사업자에는 통화 품질이 모든 것에 우선했다. 세월이 흘러 2세대(G)서비스에서 통화품질 문제는 사라졌다. 이동전화도 이제는 영상통화니 휴대이동방송이니 최첨단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보여주는 3G로 진화했다.
그런데 최근 잇따른 3G 이동전화 불통으로 통화품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통신사업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2G 사업 초창기에 휴대폰 안 터진다고 신고만 하면 달려와 소형기지국을 달아주던 이통사가 아니다. 특정 지역 사용자 대부분이 몇 시간 동안 불통을 겪었는데도 원인 규명도 없는 유감 표명과 몇천원의 요금 차감뿐이다.
지난달 또 다른 이동통신사업자의 신규 서비스를 미리 체험하는 고객의 정보 일부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회사는 나름대로 발빠르게 사과를 하고 7만원 상품권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정작 그 과정에서 반발을 샀다. 안내 이메일의 문구가 문제였다. ‘유사한 사례들에 대한 조사 등을 통해 준비한 보상금’이라는 표현이 당사자들에게는 ‘우리가 다 알아보고 보상하니 고맙게 받아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요금 인하 과정에서 막무가내식으로 압력을 가하는 소비자나 외부 단체로 힘들어 했다. 결국 시장 논리에 맞지 않는 형태로 요금을 인하했으며, 혜택이 적지 않은데도 비난을 일삼는 소비자에게 적잖이 섭섭한 눈치다.
사업자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이용자도 외국과 비교해 지나치게 민감하고 까탈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명의 소비자라도 잡기 위해 애를 썼던 사업자의 모습을 기억하는 소비자의 눈으로는 최근 사업자들이 오만해 보일 수 있다. 힘들고 어렵다 해도 사업자가 초심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