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언어 파괴 현상에 교사로서 죄책감을 느낀다는 중학교 국어 선생님과 시 쓰기를 좋아하는 강원도 홍천의 여고생. 이들이 보내는 40자의 휴대폰 쪽글(문자메시지)이 한글반포 561돌을 맞은 9일 최고의 한글 사랑글로 꼽혔다.
한글학회, 청강문화산업대학, LG텔레콤이 주최하는 ‘제3회 휴대전화 쪽글자랑 한마당’ 대상에서 경희여자중학교 강용철(33) 교사가 일반부에서, 강원도 홍천여자고등학교 2학년 강소영(18) 양이 청소년부 대상으로 각각 꼽혔다.
강용철 교사의 대상작은 ‘날실과 씨실 같은 자음과 모음으로 예쁜 말과 고운 글이 영그는 한글누리 만드세!’ 강소영 학생의 대상작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내가 자라듯, 우리들의 사랑으로 바른 한글 지켜진다’였다.
강용철씨는 하루 평균 15건 정도 휴대폰 쪽글을 보내고, 학생들과도 휴대폰 쪽글을 주고 받는 신세대 교사다. 강씨는 “대학시절 은사로부터 주시경 선생의 삶에 대해 듣고, 우리말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도 뜻있는 일이겠다 싶어 우리말 가르치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참여도 학교 도서관에 온 홍보책자를 보고, 논술 공부하는 학생들의 응모를 유도하기 위해 솔선수범하기 위해 신청했다 대상까지 받게 됐다. 최근 텔레비전 자막, 휴대폰 쪽글, 인터넷 댓글 등에서 한글이 훼손되는 것에 대해 교사로서 책임감을 느낀다는 강 교사. 그는 학기 첫 수업시간에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한글 보호의 중요성을 가르친다. 국어 교사와 동시에 17개월 된 아이의 아빠인 강씨는 “우리말을 확실히 가르친 다음에 외국어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는 철학도 갖고 있다.
강소영양은 1주일에 1권씩 현대 소설을 읽는 문학 소녀. 또래 아이들처럼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을 섞어 쓰기도 하지만 되도록 외계어는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강소영양은 “평소에 한글을 막 쓰면 일단 서로 말을 알아듣기가 힘들다”며 평소 생활에서 우리말을 잘 쓰려는 이유를 말했다. 틈틈히 자작시도 쓴다는 이 학생은 이번 대회 역시 인터넷 공모전 사이트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신청해 대상 수상 영광까지 안게 됐다.
“친구들로부터 부상인 최신형 휴대폰 때문에 부러움을 많이 산다”는 소영양은 내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이 대회에 응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