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핵심법안, 부처간 정면 대립으로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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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관련 민생법안 처리가 연말 대선 등 정치일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부처 간 갈등이라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힌 채 표류하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 처리가 예상됐던 IT관련 법안은 모두 300여건. 이 가운데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촉진법(안)’과 ‘u시티건설지원법(안)’ 등은 관련 정책 집행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시급한 제·개정이 이뤄져야 하지만 부처 간 이해관계에 부딪혀 처리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올 초부터 관가와 업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통신·방송 융합관련법안은 법안심사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8일 국회시정연설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법안과 IPTV 도입을 위한 법안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세계적 경쟁에 뒤처지지 않고 IT강국으로 계속 앞서가기 위해서는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8일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300여건의 IT 관련법안을 상임위별로 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위 99건, 산업자원위 165건, 방송통신특별위 8건, 문화관광위 30여건 등이다. 이 가운데 각 법안소위 등에서 심의가 진행되고 있는 법안은 정기국회 회기가 3분의 1 이상 지난 현재 66건(24%)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위원회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등 국회 자체가 대선 등 정치일정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법안은 정권 말기 하나라도 더 챙기겠다는 부처 간 영역다툼이 기싸움 양상으로까지 번지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 ▶관련기사 9면

 지난 8월 산자위에 발의된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촉진법(안)’은 산자부가 로봇 개발과 육성의 주관 부처가 되는 내용이 골자인데 이에 정통부 등 유관 부처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용 로봇업체인 로보스타의 김정호 사장은 “로봇법 제정이 무산되면 정부의 로봇정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기업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면서 “부처 간 갈등을 조속히 풀어서 법안이 통과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u시티건설지원법(안)’은 지난해 2월부터 행자부와 정통부 등이 가세해 의견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입법예고 이후 이 안을 바탕으로 행자부 등의 의견을 반영하는 모양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방통특위에 상정된 7개 IPTV서비스 관련 법안은 본격적인 축조심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4일 법안심사소위가 전격 취소되면서 아직까지 향후 일정 조차 나오지 않았다.

 정통부가 추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한 달이 넘도록 관계부처 협의과정에 머물러 있다. 공정위가 사업법 내용 가운데 지배적사업자의 재판매 매출상한제 등이 공정경쟁에 배치된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3년간 논의가 진행돼온 ‘개인정보보호법(안)’은 이번 정기국회가 폐회되면 아예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선진국 가운데는 이미 개인정보보호법이 마련돼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우리는 아직도 법안이 계류 중이어서 업체로 보면 솔루션 판매 등이 영향을 받고 있고, 개인도 피해를 보게 되면 보상받을 길이 막막하다”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부처 간 이해관계 조정에 국무조정실이 나서는 등 어느 정도 진전은 있지만 부처별 조직 축소 등 전망이 나오는 현 상황에서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일한·김인순·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