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상용화의 상생협력 현장을 가다](1)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하더라도 대·중소기업간 협력은 입에서 꺼내기조차 힘든 첨예한 화두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기술혁신 및 연구개발을 통해 가치 창출의 파이를 키우는 협력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에서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상생협력 모델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청의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 사업’은 대표적인 상생 협력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업이 시작된 지 불과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온도는 뜨겁다. 이에 본지는 중기청, 대중소기업협력재단과 공동으로 4회에 걸쳐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현장을 찾아 성과 및 파급효과 등을 살펴보고 향후 발전 방안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삼성전자-모아텍, LG전자-삼신이노텍-신영프레시젼 등 이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통점은 밀접한 협력관계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아텍은 삼성전자와 2005년 1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8개월 간 공동 협력을 통해 구동 드라이브 IC를 내장한 BLDC(Brushless DC motor)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또 삼신이노텍은 LG전자와 2005년 11월부터 2006년 6월까지 8개월간 블루투스 스테레오 헤드셋을 개발했다. 이 과제에는 3억56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연간 구매 발생 효과가 9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신영프레시젼 역시 LG전자와 손잡고 2005년 11월부터 2006년 10월까지 1년 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휴대폰 초슬림 폴더 케이스를 개발했다. 연간 100억원 이상의 구매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중기청의 ‘구매조건부 신제품개발사업’에 참여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장도 호의적이다. 삼성전자는 이 사업이 부품 관련 안정적인 선행기술 확보를 통해 완제품 개발 납기를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국산화 개발 과제의 경우 외자재 대비 양산 이후 품질·가격·납기 측면의 장점이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장윤호 구매전략팀 차장은 “내년에도 집중적으로 사업부 선행 및 필요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며 “정부와 협업을 통해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 사업이 직접적인 협력회사의 투자에 대한 리스크와 부담을 줄이는 한편 협력회사의 가능성과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협력업체들과 강한 공급 체인을 구축함으로써 월드 베스트 구매 경쟁력 확보에도 일정부분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LG전자 이교원 구매전략팀 부장은 “정부가 사업 프로세스에 대해 효율성을 개선하고 노력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참여할 계획”이라며 “사업의 주체인 대기업과 해당 중소기업의 의견도 최대한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모아텍(대표 임종관 www.moatech.com)=최근 이 회사를 방문한 첫 인상은 독특하고 깔끔한 사옥 건물만큼이나 퍽 인상적이다.

 CD롬·DVD롬 등 광학저장장치(ODD)용 스테핑 모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전체 매출액의 90% 이상을 해외 수출에서 거둬들이는 대표적인 수출 지향형 기업이다.

 모아텍의 올해 매출액 목표는 920억원. 1000억원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삼성전자·LG 전자·라이트온 등 세계적인 광저장장치 업체를 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들 수요자의 주문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순발력과 우수한 기술력이 최대 강점이다.

 2005년 말부터 2006년 6월까지 8개월간 구매조건부신제품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이 회사의 기술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BLDC(Brushless DC motor)를 개발, 기존 DC모터에 비해 소음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양산 직전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2회에 걸쳐 받은 기술지도가 회사의 큰 재산이 됐다.

 당시 습득한 자기회로 해석 및 최적화 기술력, 구동회로 설계 및 평가 기술력, SMT 실장 기술 등은 제품의 품질을 초기부터 안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제품이 개발되자마자 판로도 쉽게 열렸다.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측에서 12억원의 제품을 구매한 데 이어 향후 3년간 총 210억여원의 제품 구매가 예상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양산 진입을 시작으로 신도리코·제록스·캐논 등 세계 유명 OA 생산 업체에 대한 제품 공급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신이노텍(대표 김석기 www.ssinno.com)=지난 30여년간 국내 대표적인 음향 주변기기 전문 업체로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왔다. 지난 72년 국내 최초로 헤드폰을 수출한 데 이어 이어폰 개발에 나섰던 이 회사는 이후 헤드셋·증폭 스피커 등에 이어 최근에는 블루투스 스피커 및 헤드셋을 개발하면서 정보통신 기업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휴대폰용 블루투스 스테레오 헤드셋은 세계적인 혁신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중에 유사 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블루투스 원천 기술이 처음 접목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시장에 나와 있는 90% 이상의 휴대폰에 사용할 수 있도록 뛰어난 호환성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양사는 아이템 선정에서부터 기술개발 진행, 개발 완료 시점까지 8개월에 걸친 협력으로 이번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제품이 출시되자마자 LG전자의 구매도 즉시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70억원에 가까운 제품을 LG측에 납품했으며, 올 연말까지 20억∼30억원 규모의 추가 구매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품 특성상 개발 사이클이 짧지만, 지속적으로 후속 모델을 공동 개발키로 함으로써 지속적인 상생경영의 기틀을 마련한 것도 큰 수확이다. 삼신이노텍은 지난해 개발한 제품을 바탕으로 기능을 업그레이한 신제품을 조만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 LG전자와 손잡고 내년에도 2개 이상 블루투스 스테레오 헤드셋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신영프레시젼(대표 허윤 www.shinyoung.co.kr)=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금형 제작 및 사출 전문 업체로, 지난 14년간 오직 한 길만을 걸어왔다. 금형을 1주일만에 개발할 수 있는 뛰어난 기술력이 최대 강점이다. 이 분야에서 세계 톱 5위의 기술력을 자랑할 만큼 글로벌 경쟁력도 갖췄다.

 이 회사는 지난해 LG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초슬림 휴대폰 케이스 개발에 성공했다. 얇아서 쉽게 깨지거나 긁힐 수 있는 케이스의 단점을 유리섬유로 보강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해결한 것이 주효했다. 이 개발을 통해 신영프레시젼은 휴대폰 케이스의 두께를 기존의 3분의 1정도인 0.65㎜ 정도로 낮춰 궁극적으로 초슬림폰 탄생의 결정적인 주역으로 떠올랐다. 이 제품 개발을 통해 매년 100억원 이상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지난해보다 절반 두께 수준인 0.3㎜ 수준의 휴대폰 케이스 생산 능력도 보유하게 됐다. 표면 코팅 기술 등 부수적인 기술 습득 계기도 됐다. 전 세계적으로 휴대폰 박판 성형에 대한 개념을 LG전자와 새롭게 일군 셈이다. 올 초에는 ‘기술 오픈하우스’를 열고 고객사인 LG전자 휴대폰 연구소·디자인센터 임직원 등을 불러 기술 시연회도 가졌다. 신영프레시젼은 그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3대 통신사중 하나인 아모이 소닉에 향후 3년간 연 200억∼300억원 규모의 휴대폰 케이스를 수출할 예정이다.

  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