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IT관련법 쟁점](2)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로봇특별법의 추진과정

 ‘지능형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로봇특별법)’의 국회 심의를 앞두고 부처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산자부는 로봇산업의 주무부처로서 로봇특별법의 통과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반면 정통부 등 일부 부처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국회에서 논의되는 일련의 입법화 과정에 제동을 걸고 있다.

 정통부는 산자부가 추진하는 로봇랜드·로봇펀드·로봇산업진흥원·전문연구원 등이 불필요하거나 정부지원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산자부는 이미 정통부를 제외한 부처와는 협의를 통해서 반대논리를 대부분 수용했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로봇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두 부처가 로봇특별법을 두고 충돌하는 배경에는 로봇정책의 주도권을 둘러싼 파워게임이 있다. 산자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서 주무부처로서 로봇산업에 대한 각종 권한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는 진대체 전장관이 로봇산업을 10대 성장동력으로 지정한 이후 첨단 로봇산업을 선도적으로 육성해왔는데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산자부가 모든 권한을 독차지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민간업계에선 부처간 갈등 때문에 로봇특별법이 지닌 긍정적 측면까지 묻히는 것 같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 로봇특별법, 꼭 필요한가.

 정통부는 개별산업 육성법은 점차 폐기하는 추세이며 정부가 민간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부작용이 따른다는 이유로 로봇특별법을 지금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산자부가 밥그릇을 키우기 위해서 무리하게 법제정을 추진한다면서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산자부는 미래형 자동차·바이오·나노기술과 같은 초기단계의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서 개별산업 육성법을 만드는 사례가 많다면서 로봇특별법의 당위성을 강조한다.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는 로봇산업의 특성상 특별법을 통해서 범국가적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하다는 설명이다. 심학봉 산자부 로봇팀장은 “로봇산업의 협조부처인 정통부가 로봇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자체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산자부와 정통부는 로봇특별법을 둘러싸고 근본적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2. 로봇산업진흥원, 전문연구원의 설립

 로봇특별법은 로봇정책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로봇산업진흥원을 신설하고 지능형로봇 전문연구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통부는 기존 로봇단체들이 잘 해온 업무를 상급기관을 또 만들어서 통합시키는 것은 옥상옥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철중 정통부 산업기술팀 사무관은 “로봇산업 진흥원이 하겠다는 업무는 이미 로봇종합지원센터가 하고 있다”면서 기존 연구소를 로봇전문연구원으로 지정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대일 산자부 로봇팀 사무관은 “전국에 산재한 로봇 R&D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로봇정책을 연구하는 로봇산업진흥원과 같은 조직은 꼭 필요하다”면서 예산절감을 위해 로봇전문연구원을 신설 대신 지정하도록 바꿨다는 설명이다.

3. 로봇랜드, 정부예산의 지원여부

 주요 지자체가 눈독을 들이는 로봇랜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산자부는 초기단계의 로봇수요창출에 로봇테마파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대일 산자부 로봇팀 사무관은 “로봇랜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인허가 의제, 조성 및 지원, 토지수용의 근거 등을 법적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관련부처와 협의도 끝났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민간이 주도해야 할 위락시설(로봇랜드)을 정부예산을 지원할 근거가 없고 기존 테마파크 중에서 수익성을 올리는 곳도 드물다며 비판하고 있다.

4. 로봇펀드, 투자위험보증의 정부지원

 로봇특별법은 로봇펀드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투자리스크의 일부를 정부가 보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산자부는 정부의 투자위험 보증이 없으면 과다한 수수료 때문에 펀드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서 정부예산이 로봇펀드의 위험보증에 들어가는 상황을 반대하고 있다. 정통부도 정부가 로봇펀드에 투자보증을 서줄 경우 WTO 보조금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 로봇산업위의 권한과 역할

 로봇특별법은 국무총리 산하에 로봇산업위원회를 신설하고 지능형 로봇발전 5개년 기본계획을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과기부는 국과위 산하에 이미 로봇산업을 다루는 특위가 있는데 로봇산업위의 신설은 불필요하다면서 반대하는 입장이다. 과기부가 반발하자 산자부는 로봇산업위에서 심의한 내용을 국과위에 반드시 보고하겠다며 타협안을 내놓았지만 과기부는 시큰둥한 모습이다. 정연웅 과기부 사무관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과위와 법적 권한이 상충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로봇산업위란 기구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입법 추진경위와 전망

 이 법안은 2005년 12월 국과위에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지 20개월만에 의원입법으로 발의되면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위=2005년 12월 산자부와 정통부는 ‘지능형로봇산업 발전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여 국과위에 심의, 의결했다. 산자부는 당시 정통부와 함께 보고한 발전전략에 로봇펀드, 품질인증제도를 비롯한 로봇특별법의 주요 내용이 대부분 포함됐었고 이에 따라 법제정을 추진해왔는데 정통부가 왜 지금 반대하는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통부는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한 발전전략 최종본에는 로봇특별법과 연관된 내용이 상당부분 빠졌다고 반박한다. 정통부는 지난달 19일 국회공청회에서 로봇특별법의 제정에 정면으로 반대의사를 밝혔고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후 산자부는 관련 부처와 수차례의 조정회의를 열어 논란이 되는 법안내용을 크게 수정하면서 유화적 태도를 보였으나 정통부와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향후 일정=현재 로봇특별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다소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우선 법안통과의 1차 관문인 산자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기도 그리 만만치가 않다. 지난달 15일자로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원장 자리가 로봇특별법을 발의한 서갑원 의원(통합신당)에서 최철국 의원(통합신당)으로 갑자기 교체되면서 법안통과의 추진력이 약해졌다. 또 로봇특별법에 계속 어깃장을 놓는 정통부, 과기부와 이견차 때문에 깔끔한 모양새를 갖추기도 힘든 상황이다. 산자부로선 오는 15일 산자위 법안심사소위에 참석할 6명 의원 모두가 로봇특별법에 찬성하도록 설득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무산될 경우 산업계 파장=이번 정기국회에서 로봇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산자부가 추진하는 주요 로봇정책은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 우선 로봇펀드는 투자위험의 정부보증이 사라져 펀드발행이 물건너간다. 지자체가 눈독을 들이는 로봇랜드의 경우 사업추진은 가능하지만 특별법상의 인허가, 관리상 지원이 없어서 추진력이 약해질 전망이다. 법제정 무산에 따른 가장 큰 후유증은 로봇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두 부처간 앙금 때문에 민간기업활동에 부정적 여파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