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14)게임으로 함께 여는 세상(상)

[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14)게임으로 함께 여는 세상(상)

게임이 있는 사회와 없는 사회를 구분 짓는 두 가지 단어는 바로 ‘꿈과 희망’이다. 게임은 꿈과 희망이 넘실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훌륭한 도구다. 게임이 사회를 병들게 한 것이 아니라, 비뚤어진 사회가 돌연변이 게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게임이 우리 주변의 아픔을 보듬고 그들을 일으켜 세우는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와 건전한 게임 이용 및 확산이 사회 공익과 발전에 얼마나 큰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지난달 11일 경기도 분당 정자동 NHN 본사로 휠체어 한대가 들어섰다. 휠체어 밖으로 나온 앙상한 두 다리는 휠체어의 주인이 앞으로 딛고 가야할 세상의 난관을 말해주 듯 핏기마저 씻겨 있었다. 샤르코 마리 투스라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없는 난치성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현우 군(16·중학교 3).

 게임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 꿈인 현우 군은 이날 아버지의 손을 잡고, 국내 최대 게임포털 한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NHN을 찾았다. 이날 현우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은 NHN 한게임 글로벌기술지원본부의 이진욱 씨(30)는 한달음에 달려와 현우를 붙잡고 평생 형이자 멘토가 돼주기로 굳게 약속했다.

 두 사람의 쉽지 않은 인연에 직장 상사의 명령이나, 회사 차원의 결정이 끼어들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야말로 ‘진심이 통하는 눈빛’ 만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진욱 씨는 현우가 살고 있는 경기도 이천과의 거리 때문에 요즘은 주로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연락을 한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기초 학습으로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꿈을 이루는데 요구되는 연습과 노력을 꼼꼼히 알려주고 있다.

 게임 기업들이 하나 둘씩 세상의 그늘진 아픔을 보듬기 시작했다.

 그동안 생존하기 바빴고, 회사 커나가는 것에 애탔던 시간들을 이제 세상속으로 풀어 놓고 있다.

 게임의 존재 이유가 사람의 즐거움이듯, 게임기업의 존재 이유도 사회로 부터 나온다.

 올해 창립 10돌을 맞은 네오위즈게임즈도 지난 5월 창립일에 맞춰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의미있는 걸음을 뗐다. 치아 신경이 썩고 잇몸에 고름까지 생기는 중증 ‘치아우식증’을 앓고 있던 재준 군(가명, 5)을 위해 는 게임포털 ‘피망’ 이용자들과 함께 마법나무를 온라인에서 키우기 시작한 것.

썩은 치아를 뽑고 응급치료는 했지만,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던 재준 군의 사연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 전파되면서 총 5000만 클릭 이상으로 마법나무가 자라났고, 그 자라난 만큼 쌓인 성금이 굿네이버스를 통해 재준 군 가족에게 전달됐다.

 자칫 한평생 온통 썩은 치아와 성치않은 잇몸으로 웃음을 잃고 살아갈 뻔 했던 재준 군은 ‘피망’ 이용자의 정성으로 다시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훗날 재준이가 성장해 ‘피망’을 즐기게 된다면, 그 같은 사연이 전해졌을 때 재준이도 제2, 제3의 제준이를 도울 수 있는 ‘사랑의 릴레이’는 계속 될 것이다.

 지난달 남녀 장애인 4명은 자신들을 포함한 30명의 ‘우주원정대’와 함께 대원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이들은 미국 오스틴에서 평생 잊지 못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몸의 장애가 희망을 꺾을, 꿈을 못꾸게 할 장벽이 아니란 사실을 다시한번 가슴에 묻고 돌아왔다.

 엔씨소프트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우주 공간에서의 유영 상태와 똑같은 무중력 체험을 국내 남녀노소 30명에게 한꺼번에 제공한 것.

 특별개조 항공기를 타고 지상 3만2000피트 상공에서 15차례 무중력 체험을 한 김 모(21.여)씨는 “걷는 것 조차 힘들던 제게 꿈이 현실이 됐습니다”라며 감탄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해 4살 때 처음으로 걸음마를 시작한 김 씨는 아직도 보통 걸음걸이 이상으로 달리지 못하는 지체장애 4급의 장애인. 그녀는 “진짜 우주는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장애라는 현실을 잊고 온몸으로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며 활짝 웃었다.

 스스로 ‘꿈을 만드는 기업’이라고 자부해온 엔씨소프트가 적잖은 돈을 들여 김씨 같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꿈에 맺힌 한을 풀어준 것이다.

 게임기업들이 하나둘씩 풀어 놓는 일이 당장 성에 안 차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큰 ‘물결’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사회의 시선을 조금씩 움직이게 만들기 시작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etnews.co.kr

◆기관·협회 동참

 게임업체들의 잇따른 노력과 함께 게임 관련 기관·협회도 ‘아름다운 게임 세상’ 만들기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게임업계 대표 단체인 한국게임산업협회(대표 권준모)는 매년 실시해 온 할아버지·할머니 대상의 게임 활용 교육을 올해도 이달말부터 실시한다.

 ‘실버세대 게임 정보화 교육’이란 이름으로 광주광역시와 공동으로 총 54시간의 게임 이용 및 정보화 교육을 오는 29일부터 11월3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또 이 교육과정의 결산 행사격인 ‘실버 세대와 손자·손녀가 함께하는 1080 한가족 게임 한마당’을 12월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1층에 개최한다.

 손자·손녀들만 게임과 자기 세상에 빠져 대화를 잃어가는 가족들에게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할아버지·할머니의 내리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는 또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전세계 게임문화의 교류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1회 세계 게임문화 콘퍼런스’를 오는 25일부터 대구 전시컨벤션센터(EXCO)에서 개최한다. 산업과 문화 모든 측면에서 한국이 게임문화강국임을 전세계에 전파하고, 세계의 선진 문화사례를 국내에 보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선진국과의 게임산업과 관련된 문화 네트워크를 적극 형성함으로써, 선진 게임문화 교류의 물꼬를 트는 의미 있는 행사로 준비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원장 최규남)은 교육인적자원부 국립특수교육원(원장 이효자), 한국e스포츠협회(회장 김신배)와 공동으로 ‘전국 장애학생 e스포츠대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대회에는 전국 16개 시·도 350여명의 선수와 지도교사 200여명 등 총 550여명이 참가해 매년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장애 학생들이 장애를 뛰어넘어 게임을 통해 교류·협력하고, e스포츠분야에서 비장애자 이상의 높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기 발견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진흥원은 또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게임 이용 습관을 심어줄 수 있는 ‘자녀 게임 이용 가이드북’을 제작해 이달말부터 전국 학교와 가정에 무료 보급할 예정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