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가 사회적으로 대우받고 존경받으면, 기피현상은 자연스레 해소되지 않겠습니까?”
네트워크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지난 70년대 말 통신기술연구소(ETRI 전신)에 들어가 우리 나라 통신망 산업을 개척하는 데 크게 기여한 최문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57)이 이공계를 바라보는 지론이다.
당시 ETRI ‘말뚝’을 선언하며 끝내 원장직에 까지 오른 최 원장은 네트워크로 잔뼈가 굵은 망 전문가로 통한다. 그런 그가 이공계와 정부 측에 쓴소리를 토해냈다.
“어려운 환경에서 가장 먼저 퇴출 대상이 된다면 누가 이 길을 선택하겠습니까.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고, 정년보장 및 연금제도 개선, 과학기술의 대국민 홍보, 과학영재 조기 발굴 및 철저한 교육 등이 이루어진다면 이공계는 결코 홀대받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ETRI에서는 기관장 연봉보다 더 많이 받는 사람이 100여 명 정도. 최 원장은 그래서 ETRI 원장직에 오자마자 이를 300명 이상 되도록 끌어 올릴 계획부터 세워 놓고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우선”이라고 강조하는 최 원장은 국가의 경제적 기틀이 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성공요건과 연구원 창업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도전과 모험정신, 시장을 내다볼 수 있는 예견력이 필수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확실히 하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연구원 출신이 190여 기업을 창업해 13개나 코스닥에 등록시켜 ETRI가 ‘벤처 사관학교’로 통하긴 하지만 갑작스런 IMF위기로 인해 연구원들이 벤처 창업에 대한 준비는 사실상 다소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최 원장은 시장과 경영 마인드, 인력, 자금 등을 벤처 성공을 위한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최 원장은 또 “연구소 기업이야말로 자금모집이나 경영능력, 계속적인 기술 공급 등 추가적인 요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벤처정책의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ETRI는 향후 3년 목표로 연구소 기업 20개 창업을 내걸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말 2개는 나왔다.
사실 최 원장은 20대의 나이로 다시 돌아간다면 꼭 벤처기업을 일궈 성공한 뒤 대학을 설립, 인재 양성에 나서보고 싶다는 말로 넌지시 자신의 인생역정에서 해보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공계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우수 인재의 양성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선 실제적인 연구를 통한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죠. 특히 산학연 협력은 향후 일거리 창출 및 문제해결의 핵심입니다.”
국내 200여 개의 산을 섭렵해 등산에도 일가견이 있는 최 원장은 그래서 원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떠나게 될 경우 대학으로 돌아가 그동안의 기관장 직 수행에서 얻은 노하우를 우수 인재 양성에 쏟아 붓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인생의 모토>
‘가능하다고 생각한 만큼 이루어진다’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 미래의 꿈, 그리고 이를 분석해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운 뒤, 이 계획을 이룰 목표를 설정하고 ‘일신 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로워짐)’으로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사람>
이순신 장군이다. 미리 앞날을 예견하고 유비무환의 정신과 불굴의 의지로 난국을 사심없이 타개한 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 한 명을 더 추천하면 아무도 넘볼 수 없었던 중국 대륙과 만주까지 장악한 위대한 전략가인 광개토대왕이다.
<이공계에 하고 싶은 한마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가 이공계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최고가 되겠다는 노력, 기술과 함께 폭넓게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함양 노력이 필요하다. 과학도도 인문사회과학, 경영학 등의 안목을 넓혔으면 한다.
<주요 이력>
△1974년 서울대 응용수학(전산학) 학사 △1976년 고려대 산업공학 석사 △1978년 KAIST 산업공학 석사 △1985년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대 O.R.(네트워크) 박사 △1995년 ETRI 통신시스템 연구단장 △1999년 한국정보통신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연구기획처장, 학부설립추진단장, 총장대행, 교학처장 역임) △2006년∼현재 ETRI 원장, 정통부 미래기술전망위원회 자문위원, 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정보통신대 이사 및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