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묵자 경영학

 ■묵자 경영학

 류예 지음, 나진희 옮김, 에버리치홀딩스 펴냄.

‘묵자’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가 있을까? 학창시절 수업 시간에 들었던 내용을 다 끄집어내 기억을 떠올려보면 제자백가 시대의 학자 중 하나며 ‘사랑’을 강조했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공자·맹자·노자·장자라면 몰라도 묵자는 너무 생소하다. 공자의 사상은 철저하게 지배계층을 위한 것인 데 비해, 묵자의 사상은 피지배계층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당시 민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는 것은 꼭 알아둬야 한다.

 바로 이런 묵자의 사상과 사람 중심의 유연 경영이 만나 기존의 CEO 중심으로 맞춰진 전통 경영기법을 확 뒤집었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사의 경영기법 중 하나인 직원이 바로 정책 결정자가 되는 ‘역피라미드형’ 경영법에서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방법으로 조직 내 소통을 원활하게 해주는 ‘입장 바꿔 일하기’까지 참신한 경영법들이 모두 이 책에 녹아 있다.

 묵자의 학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겸애(兼愛)’와 ‘비공(非攻)’을 들 수 있다. 겸애는 ‘동등한 처지에서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라는 뜻이고 비공은 ‘남을 공격하기 위한 전쟁을 반대하는 것’을 뜻한다. 묵자는 나라와 가정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를 서로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경영에 적용해보면 직원이 경영자에게 불충한 것은 결국 경영자가 자신만 아끼고 직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영자가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고 이름을 기억해주고 다른 직원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직원은 이에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다.

 묵자는 비록 2000년 전에 존재했던 사람이지만 그가 펼친 주장은 전국시대뿐 아니라 현대에도 충분히 응용 가능하다. 그의 주장은 현대 생황에 적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으며 많은 교훈을 준다. 이 책은 바로 묵자의 겸애·비공 등의 사상을 현대 경영학에 적용한 것이다. 이 책 속에는 묵자의 지혜와 관리의 깊은 이치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또 친근한 필체로 묵자의 핵심 사상을 그려냈으며 전통을 뒤엎는 유연 경영학을 서술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해하기 쉬운 부분부터 묵자의 사람을 위한 사상을 이해하고 그의 사상을 접하면서 실행 가능한 현대 경영 지식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1만3000원.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etnews.co.kr

 ◇묵자는=전국시대 초기의 유명한 사상가·교육자·학자이자 묵가학파의 창시자인 묵자(墨子, BC 468∼BC 376)는 중국 전국시대 노나라 사람으로 성은 묵(墨)이고 이름은 적(翟)이다.

 묵자는 평민 출신으로 ‘북방 촌뜨기’라고 지칭했으며 사람들은 그를 ‘가난한 사람’이나 ‘미친 사람’이라고 불렀다. 묵자는 송나라에서 대부까지 올랐으며 스스로 “위로는 임금을 받들어 모실 일이 없고 아래로는 밭을 갈아 농사지을 어려움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묵자는 겸애(兼愛)·비공(非攻)·상현(尙賢)·상동(尙同)·절용(節用)·절장(節葬)·비약(非藥)·천지(天志)·명귀(明鬼)·비명(非命)의 열가지 주장을 폈다.

 자신의 주장을 널리 펼치기 위해 묵자는 폭넓게 제자를 받아 받아들였으며 직접 제자를 찾아 나섬으로써 기세 높은 묵가학파를 이루었다. 묵자는 위로는 왕과 귀족·대부를 설득하고 아래로는 평범하고 빈천한 사람을 가르쳐 널리 사람을 따라다니며 설득했다.

 묵자는 학문이 넓고 재주가 많았다. 또 기술이 뛰어나 ‘나무 솔개’를 만들었는데 사흘간 날면서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