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 서울 롯데월드 지하 2층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시즐러 롯데월드점. 손님들로 북적거리던 식당 한구석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어디선가 로봇이 나타나 각 테이블을 돌면서 인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머 저것봐.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네” “너무 귀엽다” 고객들의 탄성 속에 로봇은 한 가족이 모여 앉은 테이블로 김이 나는 음식을 들고 갔다. 로봇 전면의 트레이에 담겨진 요리는 새우케밥이다.
눈이 휘둥그레진 손님들에게 매니저가 다가와 로봇의 정체를 소개한다. 이름은 ‘제패토 주니어’, 롯데월드점에서 근무한지 3주를 갓 넘긴 초보점원이자 국내 최초의 외식도우미 로봇이다. 전동바퀴를 이용해 매일 점심과 저녁 매장 안을 돌아다니고 가끔 밖으로 나가 업소홍보도 한다.
로봇은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더니 대뜸 신기한 마술을 보여주겠다며 여러 장의 카드를 가슴 모니터에 띄운다. “현철이, 원하는 카드를 골라보세요” 잠시 망설이던 아이는 카드 숫자를 남몰래 종이에 적었다. “당신이 고른 카드는 에이스 5번입니다.” 우와, 로봇에게 속다니. 손님들은 즐겁게 웃으면서 같이 사진을 찍는다. 고개를 까딱거리며 온갖 재롱을 떨던 로봇은 어린이와 포옹을 하고서야 자리를 옮겨갔다. 잠시 뒤 건너편 테이블에선 20대 여성고객들의 웃음이 또 터진다.
최성원 시즐러 롯데월드 점장은 지난 8월 외식도우미 로봇을 써보라는 본사의 지시를 받고는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로봇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다고 자랑한다. 특히 생일파티를 하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로봇의 인기가 짱이다.
“인근 초등학교에 입소문이 퍼져서 굳이 우리 매장에서만 생일파티를 하겠다는 예약건수가 크게 늘었습니다. 로봇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마케팅 컨셉이 정확히 들어맞은거죠.”
최성원 점장은 로봇이 치열한 요식업계에서 차별화되는 마케팅 요소로서 머지않아 매장내 서빙활동에서 사람에 근접하는 효율성을 갖출 것으로 기대한다.
외식도우미 로봇의 성공적인 활약 뒤에는 탁월한 로봇 콘텐츠와 운용능력을 갖춘 전문회사가 있다. 드림로보틱스(대표 김종석)는 지난해 초부터 요식업계의 로봇수요를 예상하고 외식도우미 로봇을 위한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다. 로봇HW는 외부에서 구매하고 독자적인 외형 디자인과 SW만 얹어서 전문서비스 로봇으로 판매하는 개념이다.
드림로보틱스는 매일 저녁 외식도우미 로봇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을 분석해 로봇 시나리오와 콘텐츠를 업그레이드한다. 그 결과 제패토는 고객과 대화하고 마술을 펼치는 등 감성적 매력이 여타 로봇업체의 제품보다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석 드림로보틱스 사장은 “다국적 외식업체 시즐러가 매장용 로봇을 채택한 것은 상업적 의미가 매우 크다”면서 “해외 레스토랑 체인에도 동일한 사업모델로 진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시즐러의 경쟁사인 빕스도 다음달부터 외식도우미 로봇을 매장 두 곳에 배치할 예정이어서 요식업계의 로봇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