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가 15억5천만유로(22억달러)를 받고 LG필립스LCD(LPL) 보유지분 가운데 13%를 씨티그룹과 크레디스위스 등 재무적 투자자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필립스의 LPL 보유지분은 19.9%로 낮아져 37.9%의 지분을 보유한 LG전자를 중심으로 LPL의 경영권이 재편될 전망이다.
권영수 LPL 사장은 11일 “1년 가까이 끌어오던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이로 인해 저평가된 주식이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며 LPL은 8세대 투자 등 기존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확실성 줄어드나=필립스가 매각한 LPL 주식은 주간사인 씨티그룹과 크레디스위스를 거쳐 국내 기관투자가들에 20%, 해외투자자들에 80% 정도가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재무적 투자자가 대부분 인수했지만 LCD 경기호조로 당장 시장에 재판매할 우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비록 전략적 투자자의 참여 기대가 사라졌지만 그 동안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해 왔던 물량 부담이 단기적으로 해소됐다”며 “이번 지분 매각 할인율이 통상적인 할인율 5∼10%보다 낮은 3.5%여서 투자자들이 확보한 물량을 바로 시장에 매각할 가능성도 낮다”고 전망했다.
권영수 사장도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지분도 50%를 넘어선다”며 “LPL 실적이 나빠지면 장내에서 물량이 풀릴 가능성은 있지만 시세차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장기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파트너 찾기 어떻게 되나=LPL은 당장 불발로 끝났지만 그 동안 진행한 전략적 투자자 유치 협상을 계속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권 사장은 이와 관련, “업체명을 밝힐 수 없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한두 개 업체와 협상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혀 물망에 올랐던 마쓰시타 등 메이저 TV업체를 새로운 파트너로 등장시킬 가능성을 열어놨다. 필립스 주도의 전략적 파트너 찾기가 LPL 주도로 진행되면서 파트너 찾기가 급진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무게를 얻고 있다.
◇경영진 변화는=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LPL이 공시한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대주주인 LG전자와 필립스는 양측의 지분율이 25% 이상을 유지하면 LG전자가 지명한 CEO, 필립스가 지명한 CFO를 포함해 각 2명의 사내이사를 지명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필립스 지분이 19.9%로 떨어지면서 필립스가 맡아온 사내이사 2명 중 1명은 최대 주주인 LG전자 몫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LPL은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필립스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경영진 교체는 주주총회에서 정식 승인받는만큼 내년 3월 정기 주총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8세대 신규 투자·LG전자 OLED사업 통합 등의 사업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권 사장은 “필립스가 지분을 매각하기 전에도 필립스는 CFO만 맡았고 경영은 LG가 거의 맡아왔다”며 “경영기조는 종전과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